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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반도체 초격차
한국 먹여 살린 반도체… 끊임없는 투자가 ‘초격차’ 만든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역대급 호황… 역대 최고 수출 실적 경신
메모리 반도체 압도적 1위… 파운드리 시장 대만 TSMC 절대 우위
반도체 산업 21세기 신무기 부각… “끊임없이 투자하고 인재 육성해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30 09:30:00
▲ ‘반도체 초격차’로 대표되는 기술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가 국가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주력 수출품으로 삼기 때문에 반도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초격차’로 대표되는 기술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1등 만든 기술 초격차…파운드리 반도체는 도전자 입장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체적인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는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로 반도체 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992억달러) 대비 29% 증가한 1280억달러로 2018년의 1267억달러 기록을 넘어서며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 반도체 수출 역시 스마트폰, 서버 등 전방 산업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물량 증가로 지난해 대비 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력 상품은 메모리 반도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의 42.1%, 29.5%를 기록해 전체 점유율의 71.6%를 우리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삼성전자가 3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까지 합쳐 19.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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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다지고 있는 비결은 바로 '기술 초격차'다. 기술 초격차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저서에서 비롯된 말로 비교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의미한다.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이어가는 경영 전략이다.
 
대표적인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가장 미세한 회로)인 14나노미터(nm·1nm은 10억분의 1m) D램 성능 검증을 마쳤다. 삼성전자의 14nm D램은 이전 세대 공정과 비교해 생산성은 20% 높고 소비전력은 20% 낮다. 14nm D램은 차세대 D램 DDR에 적용되며 이전 DDR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르다.
 
SK하이닉스는 최대 용량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24Gb DDR5는 기존에 사용되던 8Gb, 16기가바이트(Gb) D램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용량을 늘린 제품으로 D램 단일 칩으로는 업계 최대다. 해당 제품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클라우드(가상서버)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에 활용된다.
 
한편 D램 점유율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점유율 5위를 차지하는 마이크론은 10년간 미국 현지 반도체 팹 생산 능력 확대 및 연구개발 시설 투자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며 초격차 따라잡기에 나섰다. 당장 마이크론과 국내 기업의 기술력 차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반면에 파운드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대만 TSMC가 앞서 있다.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1%로 18.3%를 차지한 2위 삼성전자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 부문에서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삼성 파운드리 4nm 공정 수율을 3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TSMC의 4nm 수율은 7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편 기술력 차이에 더해 다양성과 유연성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주로 전자제품 쪽에 집중된 것에 비해 대만은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사용하는 분야가 많은데 모든 분야를 생산하는 대만과 전자제품 등 한 쪽에 치우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EU·중국 등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시동… 꾸준한 투자와 육성만이 답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반도체를 사용하는 산업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반도체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러시아 경제 제재 당시 “안보 개념이 경제·기술·외교 등 다양한 요소를 망라하는 포괄적 안보의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첨단 기술의 우위를 확보하는 문제는 핵심적인 국가 안보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현대 산업의 모든 곳에 쓰이는 반도체가 21세기에 가장 위협적인 신무기로 평가받고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양 의원은 “지난 세기의 석유처럼 이제 반도체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가 다른 나라의 경제·군사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국 하원은 최근 자국 반도체 산업에 5년간 520억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경쟁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상원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전미반도체협회는 이번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10년 내에 미국에 생산시설이 19곳 건립되고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반도체칩법’을 제정하고 반도체 부문에 공공과 민간이 430억유로(약 57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EU는 현재 9% 수준인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올해 약 50억달러(약 6조1000억원)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 2위 파운드리 업체인 화훙그룹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상하이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관련 기업들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운드리 반도체 세계1위 대만 TSMC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약 300억달러(약 36조원)를 집행했으며 올해에도 최대 440억달러(약 52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참전을 위해 200억달러(약 24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앞으로 10년간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글로벌 반도체 기술 투자 경쟁이 불붙고 있다.
 
국내 기업과 차기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48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었으며 이 중 43조6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에는 TSMC와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난해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반도체 설비에 13조4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이를 뛰어넘는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1월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매입과 미국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등 인프라 투자로 투자 금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장비 도입 등 초미세 공정 확보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기도 평택·용인·이천 중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민관 협동 반도체 기금 ‘코마테크 펀드’ 조성 △지방거점 대학 반도체 학과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안성, 용인, 성남시에서 펼친 유세에서 “지금은 반도체 국제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중국이 우리 반도체를 따라오고 연구자는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 달한다”며 “잠깐 눈 돌리는 사이 우리 앞날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투자와 노력만이 답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특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반도체 생산 공장을 늘리고 꾸준한 인재 양성을 통해 혁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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