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이 최근 주춤하는 등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ESG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고 신규 자금 유입 규모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투자 종목의 대부분을 정보기술(IT) 등 기술주로 담은 것도 ESG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술주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연초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ESG 투자가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다만 ESG 투자가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테마로 자리잡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ESG 펀드 규모 2.8억달러… 전년 말 比 4% ↓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SG ETF 11개는 1월3일부터 이달 8일까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평균 -11.6%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ETF 종목(531개)이 평균 8.7% 떨어진 것과 비교해 저조했다. 코스피지수 연초 수익률(-11.8%)보다는 선방했지만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15.4%)’ ‘KINDEX ESG액티브(-15.1%)’ ‘ARIRANG ESG성장주액티브(-15.1%)’처럼 6개월 만에 15% 이상 폭락한 종목도 수두룩했다.
몸집도 외관상 드러날만큼 현저히 쪼그라들었다. 총자산에서 갚아야 할 부채(운용보수 등)를 차감한 순자산총액은 8일 기준 총 603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좌수를 많이 늘렸음에도 연초(6929억원)과 비교해 900억원 이상 빠진 셈이다. 순자산총액을 발행된 ETF의 총 증권수로 나눈 값인 순자산가치(NAV)는 11곳 평균 1만1198원에서 9943원으로 무려 11.2%나 떨어졌다. 이 역시 ETF 전체 평균치인 -9.6%과 비교해도 1.6%p 낮은 수준이다.
ESG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ESG 펀드를 ‘책임투자 펀드(Global Sustainable Fund)’로 분류하면서 올해 1분기 책임투자 펀드에 966억달러(약 122조원)가 순유입되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분기 보다 36%, 전년 동기 대비로는 5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1분기 펀드 규모도 2조7780억달러(약 3525조원)에 불과해 작년 말보다 4%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수익률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ESG ETF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ESGU)’는 연초부터 8일까지 15.2%로 떨어지며 실적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했지만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내 ESG 기업에 투자하는 ‘SOL 미국S&P500ESG ETF’도 같은 기간 8.5%나 하락했다.
이처럼 과거에 호황을 누리던 ESG 시장이 최근들어 약세로 전환된 것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ESG 펀드 대부분은 IT, 헬스케어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ESGU의 경우 현재 IT 업종이 27.9%, 헬스케어 업종이 14.2%로 두 업종의 비중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높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ESG ETF의 기초지수로 활용되는 ‘MSCI Korea ESG Universal Capped’의 경우 사회·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기업을 배제한 후 ESG 평가를 통해 편입 종목을 담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를 토대로 종목을 편입하는 ‘코스피 200 ESG 지수’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실제로 기술주 비중에 따라 ETF별 수익률도 차이가 났다. ‘ARIRANG ESG우수기업은 영원무역홀딩스, 삼천리, 코웨이, 한라홀딩스, KT 등 경기순환주를 담으면서 연초 이후 3% 떨어지는 데 그쳤다. 반면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는 SK하이닉스, NAVER, 삼성SDI, LG화학, 카카오 등 기술주로 포트폴리오를 대부분 구성하며 15% 넘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ESG 투자 평가기준이 ESG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리스크 관리에 미흡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일부 ESG펀드에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캐나다 에너지 기업보다 S·G 관련 평가에서 부족했지만 E요소에 편향된 평가 결과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ESG 투자 제외 산업인 전통에너지, 방산업종의 주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상승한 것도 ESG 펀드 수익률의 하락 폭을 키웠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ESG 주식은 비(非)ESG 주식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 고평가 부담이 상존했고 채권의 경우에도 일반 채권 대비 ‘녹색프리미엄(greenium)’이 형성됐다”면서 “ESG 투자 평가기준이 ESG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관련 리스크 관리가 미흡하고 그린워싱이 난무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ESG 가치 실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탄소 감축 공시 등 관련 정책, ESG 시장 확대에 긍정적”
단기적인 부진은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ESG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에너지 관련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4월 제56차 총회에서 ‘1.5도 지구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이고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투자를 현재보다 6배 늘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각국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를 공시하는 등 ESG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영국은 4월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기준을 따르는 기후 공시를 의무화했다. 캐나다는 기후 공시 의무화를 위한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24년부터 미국 상장기업이 매년 사업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선방안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르웨이국부펀드(GPFG) 등 연기금과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까지 ESG를 투자지표로 삼은 만큼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8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Ⅱ) 수정안은 재무상담가(Financial Advisor)가 고객의 지속 가능성 선호도를 고려해야 하므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ESG 투자는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EU와 미국을 비롯해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 ESG 공시 표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도 향후 EGS 투자가 강화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대한 도전과 기회가 동시에 ESG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올해 하반기로 연기된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제15차 회의 2부, 내년으로 예정된 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의 프레임워크 발표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 등으로 ESG 이슈가 확대되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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