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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숯불 돼지갈비를 맛있게 하는 접두사 ‘마포’

양재역 인근 50년 된 노포 ‘마포네숯불돼지갈비’

까무잡잡한 캐러멜 소스가 선사하는 오래된 맛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23 10:45:09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최근 오페라 한편을 관람했다. 글로리아오페라단 창단 31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과 열연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군 연기자들이 하나 됐던 압도적 무대. 특히 리콜레토 역으로 나온 바리톤 김동섭(48)의 무대 장악력은 뛰어났다.
 
그는 이날 오페라 가수가 가져야 할 덕목, 음악과 연기를 확실히 선보였다. 그와 더불어 조연, 앙상블들 역시 뛰어난 음색과 연기력을 선보인 기억에 선명하게 남을만한 오페라다. 김동섭은 서울대 음대 성악과와 뮌헨 국립음악대학 대학원 오페라 최고 연주자과정을 수료하고 제52회 ARD 국제성악콩쿠르 우승,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 등 유럽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성악가다. 바리톤 김동규와는 사촌 간이다.
 
오페라는 연극, 뮤지컬과 다르지만 이들의 무대 요소를 집약한 종합 엔터테이너로서의 성악가를 요구한다. 그래서 성악가에게 높은 연기력이 요구되는 다소 힘든 무대다. 대부분 성악가는 자신의 전문 영역인 음악적 요소를 익히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작품 내용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시간이 부족해 높은 음악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장악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 글로리아오페라단 창단 31주년 기념 오페라 ‘리골레토’ 커튼콜 장면. [사진=필자제공]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무대적 관행 연기, 예를 들어 멀리 바라볼 때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는 동작, 비통할 때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갖다 대는 동작, 놀랄 때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 등을 완벽하게 배제한 무대였다. 연출가 최이순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31년째 글로리아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양수화 단장의 저력도 대단하다.
 
양재동서 맛보는 마포의 맛
 
▲ 양재역 인근 50년 된 노포 ‘마포네숯불돼지갈비’ 외관 [사진=필자제공]
 
공연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오래된 돼지갈비 식당을 들렀다. 함께 공연을 본 지인이 오랜 단골로 다니는 곳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그리 멀리 않은 양재역 인근 ‘마포네숯불돼지갈비’란 노포다.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2대째 50여년 정도 영업을 이어온 오래된 식당이다.
 
돼지고기 요리 가운데 ‘구이’는 195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 식문화에서 생소했다. 갈비라고 하면 으레 소고기를 말했다. 1956년 6월 마포 공덕동에서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장사를 시작한 ‘마포최대포집’의 창업주 최한채 사장은 “옛날에는 불고기는 소고기로 했고 갈비라고 하면 소갈비는 해 먹었다. 돼지갈비라는 것은 전혀 이름도 없었다”고 회상한다. 돼지고기는 독 속에 넣고 삶아 먹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돼지고기를 대중적인 갈비구이로 판매하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돼지갈비 전문점을 열었다고 했다. 최대포집이 문 열기 전에 이미 마포에는 ‘유대포갈비’, ‘광천갈비’ 등에서 돼지갈비를 팔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음식이어서 초기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돼지갈비구이가 대중화되면서 마포는 돼지갈비의 성지로 발달했다.
 
▲ 이제는 추억의 맛이 된 카라멜 소스를 사용한 돼지기름과 ‘단짠’ 양념 맛이 입안에 그윽하게 퍼진다. [사진=필자제공]
 
마포에 돼지고기 구이집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마포 새우젓과 관련된 설이다. 마포는 이름 그대로 배가 드나들었던 포구다. 조선시대에는 배로 지방에서 한양으로 물목을 공급하는 중요 교통요지였다.
 
마포 강변에는 서해에서 올라온 배들이 각종 해산물을 실어 날랐다. 물건을 받아 가려는 상인들로 북적였고 특히 강화 앞바다에서 올라온 새우젓이 마포에 집결해 전국에 팔려나갔다. 새우젓이 흔하다 보니 음식궁합이 맞는 돼지고기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마포나루가 성황일 때 인부들이 구워 먹던 갈비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집단촌을 이루면서 유명해졌다는 설이다. 1970년대 들어서는 갈매기살을 파는 점포도 늘어나면서 공덕동 철로 주변은 돼지구이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이때부터 ‘마포’는 돼지갈비 앞에 관행적으로 따라붙는 접두사가 됐다.
 
80년대 정부서 돼지갈비 적극 홍보
 
▲ 얼음 슬러시가 둥둥 떠다니는 냉면이 입에 남은 돼지갈비 맛을 씻어준다. [사진=필자제공]
 
돼지갈비가 대중화된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 홍보도 한몫했다. 1980년대 생활 수준 향상으로 소고기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자 정부는 소고기의 반값도 되지 않던 돼지고기를 이용한 돼지갈비 구이를 적극 홍보했다. 비싼 소고기를 사 먹지 못했던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잠시나마 잊게 한 애환의 음식이기도 했다.
 
양재역에 생뚱맞게 ‘마포네숯불돼지갈비’ 간판이 서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길었다. 마포는 돼지갈비의 보증서 같은 것이다. ‘마포네숯불돼지갈비’ 메뉴는 단출하다. 돼지갈비, 돼지목등심, 냉면, 소고기국밥 정도만 판매한다. 고기는 특이하게 500g 단위로 판다.
 
이제는 추억의 맛이 된 캐러멜 소스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원육 색이 까무잡잡하다. 화력 좋은 숯을 사용해서 맛있게 불맛을 코팅한 돼지갈비는 오랜 맛의 향수를 자극한다. 입안으로 그윽하게 퍼지는 돼지기름과 ‘단짠’ 양념 맛이 1980년대 맛봤던 돼지갈비 맛이다.
 
▲ 화력 좋은 숯을 사용해서 맛있게 불맛을 코팅한 돼지갈비는 오랜 맛의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필자제공]
 
얼음 슬러시가 둥둥 떠다니는 냉면도 오래된 맛을 자랑한다. 기름진 단짠 맛의 돼지갈비 맛이 남은 입안을 말끔하게 씻어낸다. 돼지갈비를 주문하면 따라 나오는 선짓국 맛이 일품이다. 두세 번 리필을 하게 만드는 맛이다.
 
넉넉한 여유를 가진 대표와 종업원들의 근무 자세도 좋다. 그래서 오랜 단골이 많은 곳이다. 넉넉한 주차장도 이 식당의 강점이다. 교통이 좋은 곳이 아니지만 넓은 주차장 덕에 자차 운전자들이 많이 찾는다.
 
한편 양재동이란 지명은 어질고 재주 있는 사람이 많이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말까지 경기도 과천군, 일제 때는 시흥군에 속했다. 1963년 서울로 편입된 곳이다. 교통 요지로 말죽거리로도 불리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상인들의 상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주요 상업지역이었다. 그런 면에선 배가 드나들던 마포와 닮은 곳이다. 모처럼 오페라 관람 후 옛 맛을 간직한 노포에서의 한 끼, 달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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