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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으로 본 국정원 변천사', '최근 국정원 원훈이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처음 만들어진 시절의 ...'))
최근 국정원 원훈이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처음 만들어진 시절의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돌아갔다. 국정원의 원훈은 정권에 따라 변경되기도 하는 등 크고작은 변화를 겪어왔다. 국정원의 원훈은 당시 집권한 정권의 안보관 등을 투영하기도 했으므로 변경될 때 마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국정원 원훈은 그동안 최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김대중정부의 ‘정보는 국력이다’ 이명박정부의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박근혜정부의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의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문재인정부의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순서대로 바뀌었다. 그러던 중 윤석열정부에 와서 최초의 원훈으로 꼽히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돌아왔다.
정보기관에 대한 정권의 요구사항 등이 반영된 국정원 원훈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는 5‧16 군사정변 세력들이 중심이 된 국가 최고 통치의결 기구인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으로 발족됐다. 중정이 설립됐을 때인 1961년의 첫 부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김종필 초대 정보부장은 “정보기관 종사자는 숨은 일꾼으로 익명의 열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다짐”이라고 부훈의 의미를 밝혔다.
이러한 부훈 아래 중정은 한때 37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을 이용해 대공업무를 비롯한 각종 범죄수사와 정보업무뿐 아니라 반정부 인사에 대한 감시‧통제 등에도 중정 요원들이 동원됐다는 평가도 있다.
중정에서 이름을 바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김대중정부 때인 1999년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개편했다. 1973년 재야 정치인 시절 일본 도쿄의 그랜드팔레스 호텔에서 중정 요원에게 납치당했던 사건을 겪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기부의 이름을 국정원으로 바꾸면서 37년 만에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교체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국정원을 방문해 “과거 불행했던 안기부 역사의 표본이 바로 나”라며 “내가 당했던 일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국정원 직원들을 향해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정원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원훈을 변경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작고 강력한 정보기관’을 추구하며 부총리급이었던 국정원장을 장관급으로 위상을 격하시켰다. 뿐만 아니라 베테랑 대공요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이는 그후 현재까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10월 국정원의 원훈은 다시 한번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당시 새 원훈과 관련해 정보기관의 지향 가치와 정보요원의 사명감 등을 담은 새 원훈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종전의 원훈인 ‘정보는 국력이다’에 대해서는 정보기관의 임무와 기능, 정보요원의 사명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직원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제기돼 원훈을 새롭게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새 원훈은 국정원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후보 공모와 엄격한 심사 등을 통해 새 원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측은 “이번 원훈 공모에 직원들이 1773건의 후보작을 응모했으며 3차에 걸친 내부 심사와 직원 선호도 조사, 내외부 자문과 최종 평가 등 전직원의 관심과 참여 속에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 “새 원훈 제정을 계기로 전 직원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최고 역량을 갖춘 순수 정보기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총선이 끝난 2016년 6월에는 국정원 원훈이 다시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바뀐 원훈과 관련해 ‘소리 없는 헌신’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의 다짐을 의미하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는 국정원의 사명을 각각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정원은 원훈뿐 아니라 1998년 도입한 국정원 문장도 18년 만에 교체했다. 새 문장은 태극 문양 안에 횃불이 위치했으며 그 주변을 청룡과 백호가 감싸는 모습을 하고 있다. 태극과 횃불은 국정원의 숙명과 의지를, 청룡과 백호는 국정원의 소임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밝혔다.
글씨체 적정성까지 문제되던 文정부 국정원 원훈서 다시 첫 원훈으로 돌아가
국정원의 원훈은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6월 다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문 정부의 원훈 교체는 곧 국정원 원훈의 글씨체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글씨체를 만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을 복역하고 1988년 특별가석방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정보요원 모임인 양지회 등은 국가정보원이 새 원훈석 글씨체로 일명 ‘신영복체’를 채택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2021년 6월21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전직 요원들이 행동에 나선 이유는 원훈석의 글씨체를 신 교수의 손글씨를 본떠 만든 ‘어깨동무체(신영복체)’로 채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정원 직원모임(직원모임)’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국정원의 정문‧남문‧후문에서 각각 2명씩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정원 정체성 훼손하는 박지원 사퇴하라” “간첩글씨체 원훈석 깨부수자”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황윤덕 국가안보통일연구원장은 “시위에 참가한 전직요원의 규모나 기간은 보안상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전직 요원들은 원훈석에 신영복체가 쓰이게 된 것에 대해 국정원 측의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가 있을 때까지 시위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종한 직원모임 사무총장은 “원훈석은 국정원의 상징과도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아왔다지만,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했던 사람의 필체로 국정원의 상징을 바꾼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전직 요원들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원훈석을 갑자기 바꾸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여권에서) 국보법 폐지를 추진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훈석의 글씨체를 이같이 바꾼 것도 그들의 (국보법 폐지 추진을 위한) 표현으로 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신영복체가 소주 ‘처음처럼’이나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 등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대북정보 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원훈에 사용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적절성 논란을 일으킨 국정원의 원훈은 지난달 24일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공모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원훈이었던 1961년 제정 당시의 문구인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앞서 국정원은 전날(23일) 1급 보직국장 전원을 대기 발령하는 등 전 정부 국정원 인사에 대한 물갈이를 예고한데 이어 원훈 교체까지 보여주며 전 정부와 전임 박지원 국정원장의 유화적 대북정책에서 벗어난 윤 정부의 안보 기조와 국정원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새 정부 들어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초대 원훈을 복원했다”며 “이것은 국정원 정상화의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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