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자동차·키오스크·로봇 등 디지털 문명이 일상화 되어가는 시대에 그 혜택을 누리는 개인이나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 이면에는 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 고령층이나 기기에의 접근 장벽이 높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소외와 두려움이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이번 ‘이슈포커스’의 주제를 ‘디지털 사회 함께 가는 길’로 정하고 현황과 전망,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폭넓게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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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팀장|김재민·노태하·김나윤 기자] 4차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한 라이프스타일 등과 맞물려 디지털 사회는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혁신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보급률은 국내 95%를 넘어서며 전 세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선전화는 2002년 2349만회선에서 20년 만에 1190만회선으로 절반이 감소했다. 사실상 국내 인구 전체가 디지털 사회의 주요 매개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토대로 관련 시장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현금은 물론 카드조차 요구하지 않는 간편결제가 주류로 자리잡는가 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을 대신해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사회, 온라인·비대면 핵심 부상
한국무역협회는 키오스크 기기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0년 176억3000만달러(약 21조원)에서 2027년 339억9000만달러(약 4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민간 분야 키오스크 시장 역시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 2만6574대로 2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도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중심으로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점포(지점, 출장소) 수는 2016년 7101개에서 2021년 6098개로 5년 사이 1003개(14%)가 줄었다. 2016년 180곳이 폐쇄된 데 비해 2020년 303곳, 2021년 311곳 등 폐쇄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은행 앱 월평균 이용자 수도 증가 추세다. KB국민은행 앱 ‘KB스타뱅킹’ 6월 기준 이용자 수는 2020년 말 대비 43% 증가한 1150만명을 돌파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앱 이용자 수 역시 상반기 누적 각각 1954만명, 1335만명으로 전년 대비 2%, 7% 상승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디지털화는 기업 관점에서는 인건비를 포함해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고객응대·직원관리에 사용되는 시간을 줄여 업무 확장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고객의 입장에서도 수수료 등 비용과 시간 절감, 특히 편의성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사람 대신에 기계를 대하는 것이 미숙한 고객들은 첨단 기기 앞에서 무력감을 호소하곤 한다. ‘디지털 격차’로 불리는 이 같은 문제는 특히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층 디지털 격차 갈수록 커져… 비대면 흐름 타고 심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주관 ‘2021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장애인 81.7%, 고령층 69.1%, 저소득층 95.4%, 농어민 78.1%로 나타났다.
높은 스마트폰, 인터넷 보급률을 토대로 저소득층의 디지털 교육 수준이 높게 나온 반면,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사회의 혜택을 가장 적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디지털 기기 및 인터넷 보유 자체를 측정하는 ‘접근’ 지표와, 기본 이용 능력을 측정하는 ‘역량’ 지표, 양적·질적 활용 정도를 측정하는 ‘활용’ 지표로 나뉜다.
고령층의 경우 접근 지표는 93.1%로 높음에도 역량, 활용 지표는 각각 53.9%, 72.3%로 현저히 떨어졌다. 환경이 갖춰졌지만 기기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은 매우 취약하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속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소비자 중 51.4%가 키오스크의 복잡한 단계로 인해 조작이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서도 만 55세 이상 소비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5%만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 주관 보고서에서는 일반국민의 대다수가 디지털 기기 이용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66.6%)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데 비해, 고령층은 가족 또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69.9%)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접촉 최소화를 위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모바일 앱, 키오스크 중심으로 변화하는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에서 가족 또는 지인에게 도움을 받기엔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새롭게 배워야 할 디지털 기술이 단순 이용법과 같은 도구적 차원의 지식수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특히 고령층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고령층을 사회가 짊어질 부담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세대 통합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 길 먼 디지털 격차 좁히기…“종합적인 관점서 틀 마련해야”
빠른 기술발달로 일반국민-정보취약계층 간의 디지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안전지대는 아직 조성되지 못한 상태다.
올 2월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키오스크의 국가표준인 ‘공공 무인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만들었다. 글씨 크기, 명도, UI 등을 정량화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한 키오스크에 한해 검증 마크를 부여하고, 이를 우선구매하는 제도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가표준이 강제성이 없는데다 우선구매제도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만 적용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공공기관 외에도 병원, 은행, 식당 등 다양한 곳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모든 디자인을 동일하게 하는 것과 이를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 무인단말기 접근성 지침의 준수율은 평균 45.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관련 법안 마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정부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 함양을 촉진하는 국가·사회의 책무 △장애인·고령층 등의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 등 내용을 담은 ‘디지털 포용법’을 마련, 기존 지능정보화기본법의 한계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다른 법안에 밀려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 패키지’ 설립에 1400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한 미국이나 2005년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 규제 ‘E-유럽 액션 플랜’을 만든 유럽과는 대조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노석준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대면 사회 속에서 키오스크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기기가 없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제1격차와, 학습부족 등 콘텐츠 측면에서 발생하는 제2격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또 추진 중이지만, 사실 관련 시장에는 영세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기술문제, 보안, 인증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기업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종합적인 관점으로 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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