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비리 논란에 기부자들 마음 닫아
기부자들은 소중한 기부금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에 잘 사용되고 있는 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따금 터지는 자선단체의 기부금 운영 비리 사건이 기부 의욕을 꺾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기부를 망설이게 하거나 정기 후원을 끊는 사례도 발생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가보훈처의 광복회에 대한 감사 결과는 기부자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광복회가 선열들이 흘린 피에 대한 후손들의 정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광복회가 국회에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에 휩싸여 올해 초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가보훈처의 특정감사 결과 8억원대 기부금 유용과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추가 비리가 드러나 8월 검찰에 고발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30일 김 전 회장이 별세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중단됐다.
특히 2020년 정의기억연대의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논란 등은 기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있던 윤미향 국회의원의 기부금 비리가 터지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정의연은 기부금 유용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2017년 ‘새희망씨앗’의 100억원대 기부금 비리 사건, 2016년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 씨가 기부금으로 고가의 외제차 등 호사스런 생활을 한 것이 드러난 사건, 2011년 사회복지모금공동회 직원들이 성금을 술값·노래방비 등 유흥에 쓰다가 적발된 사건 등이 자선활동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자선단체들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이는 기부자들의 기부 의지에 영향을 미치게 한다. 이는 국내 기부 참여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1 기부 경험 및 기부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8년 84.7%, 2019년 77.1%, 2020년 78.6%, 2021년 76.3%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양천구 목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사랑(50·가명)씨는 “2015년부터 매해 꾸준히 기부를 해 오고 있다”면서 “몇 년 전에 접한 뉴스를 통해 기부금 90%가 해당 단체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는 기사를 보고 솔직히 기부를 계속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단체 비리뿐 아니라 운영의 불투명성도 기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회사원 김모(26)씨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작은 자선단체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다가 대학교 졸업 후 후원을 끊었다”면서 “이유는 후원금 사용에 관한 피드백이 전혀 없어서다. 다른 자선단체는 연말에 후원금 관련 피드백을 문자로도 보내던데, 내가 후원한 단체는 전혀 없어서 2년 넘게 후원을 하다가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굿네이버스와 더나은미래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부단체를 고르는 기준으로 ‘투명성과 신뢰성(68.5%)’이 1위로 꼽혔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도 ‘모금 단체의 투명성 강화(43.3%)’가 1위,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역시 ‘모금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46.4%)’가 높게 나타났다.
다행인 것은 기부자 평균 기부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기부자 평균 기부금액은 2011년 18만8000원에서 2017년 38만7000원, 지난해에는 58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기부 지수, 세계 114개국 중 54위→110위로 ‘뚝’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부 지수는 아주 낮은 편이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전체 114개 국가 중 110위로 거의 바닥 수준이다. 이는 2년 전 57위에서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으로 기부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기부 자체에 냉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중 ‘기부에 대한 무관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기부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이에 자선단체들도 기부활동 투명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비영리단체(NPO)와 기부자의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기부활동을 적극 지원해 건강한 기부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한국가이드스타는 최근 공익법인들의 ‘연속투명성 및 효율성 평가’를 발표했다.
올해 4월25일 한국가이드스타가 지난해 국내 공익법인 719곳의 활동 투명성과 재무적 효율성 등을 평가한 내용을 발표한 데 따르면 투명성과 효율성이 우수한 공익법인은 평가 대상 중 5.6%에 해당하는 40곳에 불과했다. 이 중 만점인 별점 3점을 받은 곳은 31곳, 2점을 받은 곳은 5곳, 1점을 받은 곳은 4곳이다.
2016년도부터 2021년까지 6년 연속 종합평가 만점(별점 3점)을 받은 단체는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어린이재단, 아름다운가게, 아이들과미래, 바보의나눔 등 총 7곳이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투명하고 올바른 공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기부금, 지원금, 수입과 지출 현황, 배분 공고, 연간보고서 등을 제작해 홈페이지 경영공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면서 “기부자에게는 사업 결과 보고서 등 피드백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직 운영을 위해 정부와 국회로부터 관리와 감독을 받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감사와 국정감사를 비롯해 외부감사들도 받고 이외에 시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부 조직인 윤리감사실을 통해 상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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