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시민들의 기부금이다. 2020년 국내 기부금 총액은 14조4000억 원 규모로, 코로나 팬데믹 탓에 오프라인 모금(거리모금) 등 다소 주춤했지만 5년 전 12조7000억 원 대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부금이 소위 규모나 이름이 있는 단체에 대부분 집중돼 자선단체 간 자금력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지역 단위로 활동하는 일부 소규모 비영리민간단체의 경우 빚을 내가며 사각지대에 도움의 손길을 전달하고 있는 사례도 존재해, 최소한의 정부 지원과 함께 기부시장의 영역이 지역사회까지 세분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빚 1억5000만 원 넘어… “적자에도 사명감, 운영할 수밖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A단체는 2014년부터 유기동물 구조, 치료, 보호, 입양 연결·임시보호·결연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A단체는 지자체 지원 없이 개인 보호소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진 역시 각자 생업을 따로 영위하고 있어 온전히 센터 운영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 곳의 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유기동물은 개, 고양이를 포함해 600여 마리. 정기후원과 물품후원 등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매월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겨울이 다가오면서 인플루엔자, 광견병 등에 대한 백신을 새로 접종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후원자들에게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동물 구조 시 건강 상태에 따라 큰 수술을 하기도 한다. A단체 측은 “한 번에 1000만 원가량의 목돈이 필요하게 되면 막막해진다”면서 “이미 1억5000만 원이 넘는 빚을 안고 운영하고 있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만큼 힘들지만, 센터의 역할이 막중해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단체에서도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기부금을 비롯한 운영 관련 고민을 안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직영·위탁급식소를 운영하며 노년층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사단법인 B단체는 2019년 온·오프라인 후원모금과 물품후원 등 총 5억3000여만 원의 기부금품을 불우이웃 급식지원과 시설 및 생활지원 활동으로 지출했다.
그러나 2021년 총 기부금품은 4억3700만 원대로 다소 감소했다. 거리모금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후원모금 규모도 2019년 대비 3000만 원가량 감소했다.
B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노인 무료급식소에 대한 홍보와 인식 부족으로 인근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등 고충이 있다”면서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해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노인 문제에 대한 사회 인식이 커지는 만큼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모 있는 곳에 기부금 몰려 선순환 확대… 소규모 단체도 활동 보장돼야
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기부 경로 등에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큰 규모의 자선단체에 기부금이 몰리는 현상은 사실 당연한 흐름이다. 좀 더 검증된 기부 경로를 파악하기 쉬운 단체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세청 홈택스 2021년 결산 기준에 따르면, 사회복지분야 기부금 모금액이 가장 높은 공익법인은 ‘사랑의열매’로 잘 알려져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7618억 원이었으며, 월드비전이 2834억 원으로 공익법인 중 두 번째로 기부금이 많았다. 어린이재단(1832억 원) 등 상위 10개 공익법인에 1조8000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덕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광고홍보비로 6억여 원을 투입,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익활동들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국외 등 더 큰 공익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낳게 됐다.
복지업계 관계자는 “단체의 공익활동에 대한 광고·마케팅은 다시 기부금 증가로 이어져 더 큰 활동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서 “다만 모든 자선활동은 그 규모에 관계없이 존중받고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회계에 대한 감독이 철저히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소규모 단체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활동 보장, 보호책 등이 마련돼 전반적인 상향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수는 1만5458개로 전년(2020년, 15051개) 대비 407개(2.7%) 증가했으며, 5년 전인 2016년(1만3464개)과 비교해도 14.8% 증가했다.
매년 비영리민간단체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각 부서 소관 비영리민간단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경기도청 소관 2352개 비영리민간단체 중 49.8%에 해당하는 1171개 단체만이 등록요건을 갖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당국의 지원이나 감독에서 벗어난 깜깜이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후원금이 줄어 단체 존립의 위협을 받는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단체에 대한 당국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해외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소규모 비영리민간단체를 위해 어떤 유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았을까.
캐나다 연방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활동 범위가 좁아진 자국 자선단체들을 위해 임금·임대료 보조, 운영비용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책인 캐나다 긴급 임금 보조금(Canada Employee Wage Subsidy)은 자선단체 직원의 임금 20~40%를 지원해 해고한 직원을 재고용하도록 장려한다. 현재 캐나다 자선단체의 55%가 임금 보조금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대표 비영리 복지단체 ‘푸드뱅크’는 지역사회의 소규모 자선단체들과 협업 및 분업을 통해 수요가 폭증한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활동을 이어갔다. 자선단체 간 협업이라는 새로운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파산 위기에 몰린 자선단체를 위해 7억5000만 파운드(약 1조1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풀면서, 이 중 3억7000만 파운드(약 5600억 원)를 소규모 자선단체에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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