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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이선균은 수사종결권 쥔 경찰이 죽였다
이선균·이재명 사건으로 경찰 수사 신뢰 저하
내년 총선 이후 대대적인 수사권 원상복구 절실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10 06:31:10
   
▲ 이동호 변호사
2024년 갑진년이 시작되었는데 새해 첫 칼럼을 안 좋은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해 12월27일 발생한 배우 이선균 씨 사망 사건이다. 필자가 이선균 씨와 비슷한 연배라서 더욱 안타까움이 컸다. 영화 ‘기생충’에 앞서 2018년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잊을 수 없다. 인생의 위기를 묵묵히 극복해 나가는 40대 중년 직장인을 연기한 그를 통해 필자도 마음의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지난해 10월28일 인천경찰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 포토라인에 선 장면이 뉴스를 도배하면서 이선균 씨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씨는 유흥업소 종업원이 주는 약을 수면제로 알았지 마약인 줄은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간이 시약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모발 정밀검사도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버렸다. 그래서 이선균 씨 주장이 꽤 신빙성을 얻었다.
 
그러자 경찰이 11월4일 이선균 씨를 2차 소환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이씨를 포토라인에 세웠다. 다리털과 겨드랑이털까지 뽑아 정밀검사를 했지만 감정 불가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신종 마약은 체모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이쯤 되면 소위 ‘망한 수사’가 돼 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젠 불송치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혐의로 조사받은 가수 권지용(지드래곤)도 모발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자 불송치로 결정된 전례가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무슨 오기에선지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23일 3차 소환조사를 했다. 이선규 씨는 비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들이 이미 출석일을 알고 있어서 비공개로 출석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씨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3차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무려 19시간이나 진행됐다. 정밀검사 음성 판정과 3차례 소환조사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두 달 넘게 수사가 길어지면서 엉뚱한 곳에서 결정타가 터졌다. 유흥업소 여실장과 이선균 씨 간의 통화 녹취 파일이 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 마약 투약을 전제로 나눈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그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기소이건 불기소이건 수사가 늘어지지 않고 신속하게 종결됐다면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검수완박’으로 경제·부패 등 2대 중대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져갔다. 그러나 이선균 씨 사건을 보면서 과연 경찰이 권한에 걸맞는 수사를 하고 있는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찰 수사에 관한 규칙도 대놓고 위반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수사 사건 공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소위 ‘포토라인 세우기’로 불리는 수사 과정 촬영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발 방지 필요, 신속한 범인 검거, 급박한 위험·피해 확산 방지, 오보·추측성 보도 차단 등의 예외적인 공개 사유가 있긴 하다. 그러나 연예인 마약 사건이 과연 위의 네 가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따르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 조사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피의자를 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경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또는 피의자가 요청한 경우에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선균 씨 사건은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 ‘그 밖에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심야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법무부 장관·경찰청장 또는 해양경찰청장이 정하는 경우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소속 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인권보호 책임자의 허가 등을 받은 경우’라고 장황하게 규정된 예외 사유가 또 있긴 하다. 이선균 씨 사건은 인천경찰청장이 지정한 인권보호 책임자 허가 하에 심야 조사가 실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밀검사에서 잇따라 음성 판정이 나오고 이미 두 차례 소환 조사를 했는데 19시간에 걸친 3차 심야 조사가 불가피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수완박 이전이라면 어땠을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 검찰이 직접 소환 조사해 속전속결로 기소했었다. 그런데 검찰 지휘 없이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면서 장시간 동안 종결짓지 못하는 사이 여론 재판에 노출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새해 벽두인 1월2일 발생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도 그렇다. 시간이 갈수록 의혹만 커지고 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이 대표의 목을 찌른 도구로 길이가 17cm나 되는 등산용 칼을 지목했다. 그러나 그 후 유튜버들이 사고 당시 동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칼일 수는 없고 나무젓가락이라느니 심지어는 맨손의 엄지손톱으로 찔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범인이 습격 동기에 대해 ‘변명문’이란 것을 제출했다는데 그 내용에 대해 경찰은 함구하고 있다. 살인사건에서는 범행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경찰이 증거를 다 확보했음에도 동기를 밝히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 사이에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범인의 당적을 두고 시비가 이는 등 국론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하고도 신속하게 의혹을 해소해 주지 못하는 경찰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검수완박’으로 1차 수사권을 가져간 경찰이 커진 권한만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식이라면 경찰을 신뢰하기 어렵지 않은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검수원복’ 즉, 대대적인 원상복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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