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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칼럼] 中 덕분에 ‘전쟁 할 수 있는 보통국가’된 일본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1 06:31:20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중동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아시아에서도 심각한 군사적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인 사자나미함이 지난달 25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과감한 항해 작전을 전개했다.
 
1954년 7월1일 일본 자위대가 창설된 이후 처음이라 하니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자나미함은 만재 톤수 6300t·길이 151m·속도 30노트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중급 수준의 군함이다. 사자나미함보다 더 성능이 막강한 군함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택한 군함이고 작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82년 유엔해양법위원회가 정한 해양국제법에 의하면 각국은 12해리(22.2km)를 영해로 가진다. 대만해협은 가장 좁은 곳이 130km이기 때문에 국제해양법에 의하면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가장 좁은 곳이라도 85km 이상의 공해가 있다. 그러므로 이곳은 자유항행이 가능한 곳이지만 대만을 중국 본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해협을 국제 수역(International Water)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국제해양법상 영해를 가질 수 없는 인공섬들에 대해서도 영해를 선포, 다른 나라 선박의 자유항행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의 행동이 불법적인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국가는 중국이 설정한 영해를 피해 다니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수역을 사전 통보 없이 항해하는 작전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 작전을 ‘자유의 항해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FONOP)’이라 부르며 FONOP 중인 미국 군함들은 유난히 큰 깃발을 게양하고 항진해 중국을 분노케 하고 있다. 대만해협 역시 FONOP의 수역인데 미국은 물론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호주·캐나다·뉴질랜드 군함들도 대만해협을 통과한 적이 있었다. 일본 해군도 내심 FONOP 참가를 원했지만 일본 해군의 FONOP 참여는 정치·군사적으로 너무나도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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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특히 해군에 관해서는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던 나라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항공모함 작전 능력을 보유한 나라로서 미국 진주만 공격시 6척의 항공모함을 동원했을 정도였다. 당시 일본 함재기 중 하나인 ‘영전(零戰·Zero Fighter)’은 미국 전투기들보다 탁월한 기동성을 발휘, 공중전에서 12대 1로 우위를 보였을 정도다.
 
미국은 일본제국 해군(Imperial Japanese Navy)을 ‘IJN’이라는 대문자로 표시하며 그 막강함과 잔인함에 혀를 찼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무엇보다도 일본 해군을 철저히 궤멸시켰다. 그러나 6·25전쟁 덕분에 일본은 비록 자위대라는 초라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다시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해상자위대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공세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인 2012년 중국은 현재 일본 관할권 아래 있는 센카쿠섬의 영유권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서태평양 수역이 분쟁 지대가 되기 시작할 무렵 미국의 많은 군사전문가는 일본 해군과 중국 해군의 능력을 평가했는데 당시만 해도 일본 해군력은 중국 해군을 격파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시진핑 정권은 이후 10년 동안 중국의 군사력을 급속히 강화시켰다. 특히 인민해방군 해군을 대폭 강화해 양적인 면에서는 미국 해군조차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이 같은 와중에 미국은 결국 일본 해군의 놀라운 작전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교전권을 부정하고 군사력 보유 자체를 부정하는 헌법을 가진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 즉 비정상(非正常)국가였다.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 국가가 되고자 노력했다. 헌법을 바꾸려 했고 바꿀 수 없다면 해석을 다르게 해서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싶어했다.
 
국제정치의 급격한 변화는 일본이 헌법을 바꾸지 않은 채 대만해협 항해와 같은 위험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9월18일 중국의 항공모함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만 동쪽에 있는 작은 일본 섬 두 곳 사이의 바다를 통과했고, 9월21일엔 중국의 정찰기가 일본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군함들은 일본열도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도발적 항해 훈련까지 행하고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에게 일본 군사력의 증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일본은 이제 평화헌법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채 중국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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