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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노잼 도시’ 오명 벗는 도시들
임요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6 00:02:40
▲ 임유이 문화팀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는 단오제다. 이 축제는 농경시대 강력한 양기의 날인 5월5일 수릿날을 기해 풍년을 기원하던 데서 비롯됐다. 사실 농경시대 전에도 축제는 있었다. 단체 사냥이나 전쟁에 나서기 전 공동체는 부족장의 주도로 전사들의 무사 안녕을 비는 축제를 벌였다.
 
축제는 마을의 대소사 전후에 한바탕 놀면서 긴장을 푸는 동시에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실질적인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축제는 관광상품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방문객을 불러들이냐가 관건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축제의 수는 1170개다. 경로잔치나 음악·미술·무용 행사는 제외한 숫자로 지자체가 주관하는 순수한 지역축제만 포함시킨 수치다.
 
하루에 3개꼴로 축제가 펼쳐지다 보니 다 잘될 수는 없어서 이름만 있는 축제도 많다. 그래서 한때 세금만 축내는 유명무실한 축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어느 지자체가 자진해서 축제 실패를 인정할까. 지금 이 시각에도 지자체 회의실에서는 어떻게든 축제를 살리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의 논리가 판가름할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해 축제를 성공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병서의 금언이 축제에도 통하는 것이다.
 
대전은 자타공인 ‘노잼 도시’였다. 특색 없는 자연환경에 도시 역사도 짧고 놀거리·먹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관광지로선 낙제점이었다. 그러나 9월28·29일 양일간 펼쳐진 2024대전빵 축제는 14만 명이 방문하면서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보통 축제장에 가면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떡이나 부침개를 많이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의 기호는 다르다. ‘빵지 순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빵과 커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그들에게 대전은 성심당 등 유명 빵집만 방문하고 바로 돌아오는 ‘퀵턴 여행지’였다. 이 점에 착안해 대전시는 3년 전부터 빵 축제를 열었고 그 결과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벗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10월26·27일 펼쳐진 경북 김천시의 ‘2024김천김밥축제’도 뜻밖의 잿팟을 터뜨렸다. 올해 처음 연 김밥축제에 10만 명이 방문하면서 이웃 도시 부럽지 않은 관광지로 우뚝 선 것이다. 100만 명이 방문하는 서울불꽃축제와 비교하면 많이 왔다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인구 13만 명의 소도시에 10만 명이 찾아오는 것은 도시 역사에서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알다시피 김천과 김밥은 큰 상관이 없다. 심지어 김밥의 재료인 쌀이나 단무지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특산물로 포도와 호두가 있긴 하지만 포도는 영동에, 호두는 천안에 밀린다.
 
김밥축제를 열게 된 계기는 설문조사였다. 김천시가 MZ세대를 대상으로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1위가 ‘김밥천국’이었다. 요즘 젊은 층은 단어를 줄여서 말하는데 분식집 브랜드 ‘김밥천국’을 줄여 ‘김천’이라고 한다. 김천 가자! 이 뜻은 ‘김밥 먹으러 가자’는 뜻이다.
 
김천시는 이에 힌트를 얻어 김밥축제를 기획했고 사람들 사이에 재미있는 발상으로 바이럴되면서 자동으로 홍보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2만 명으로 예상했던 방문객 수가 5배 초과하여 10만 명이 찾아오게 되었다. 준비했던 재료가 동나 ‘김밥 없는 김밥축제’가 되었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또한 이번 축제는 주최 측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뻥튀기를 김밥 그릇으로 사용하면서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화제성·참신성·효용성에서 모두 성공한 축제가 된 것이다.
 
말장난처럼 시작된 김천 축제가 성공을 거두자 △충북 제천은 손오공(제천대성) 축제 △충북 청주시는 청주 축제 △경기 양주시는 양주 축제 △경기 고양시는 고양이 축제 △경기 화성시는 외계인 축제 △경북 구미는 젤리(구미젤리) 축제 △경남 진주시는 주얼리 축제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일례로 충남 공주시는 공주(Princess) 콘셉트의 야간관광 축제를 기획해 운영 중이다. 제민천 감영길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야간 퍼레이드 축제로 야간 거리예술제와 야간 플리마켓을 함께 운영한다. 공주 축제는 매월 콘셉트가 다른데 △8월 물의 공주 △9월 빛의 공주 △10월 백제의 공주 △11월 상상 속의 공주 △12월 겨울 공주로 운영한다.
 
모든 사업의 본질은 비슷하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성공한다. 지자체에서 축제를 여는 목적은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지만 관광객은 볼거리·먹거리·놀거리 때문에 축제장을 찾는다. 방문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축제 성공 어렵지 않다.
 
지자체는 내가 팔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 정말 재밌어 보여서, 정말 경험해 보고 싶어서 관광객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면 정리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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