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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佛, 트럼프 시대 '미국 없는 유럽' 홀로서기 고민
스타머 총리, 파리 찾아 마크롱 대통령과 논의
파병설 부활하나… "우크라 지원에 '한계점' 없다"
러 "중·장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하면 우리도 한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6 16:37:00
▲ 11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6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해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 없는 시대를 대비한 유럽의 안보 자강이 주요 의제였다. AFP=연합뉴스
 
내년 1월20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성큼 다가온 ‘미국 없는 유럽’ 시대의 상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잔여 임기 약 2개월간의 리스크 고조도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에 건네진 영국·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 후방을 때려 반격을 부르는 등 트럼프 2기의 평화 구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확전의 기로에 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25일(현지시간)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파병론’의 부활을 보도했다. 프랑스와 영국이 유럽 중심의 군사 지원을 이끌 가능성을 모색 중이며, 무엇보다 유럽군의 직접 파병이나 방위산업 관련 민간 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두 나라 사이에 논의 중이라고 한다.
 
앞서 확전을 우려한 독일 등 일부 동맹국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 파병론도 되살아난 것으로 르몽드는 풀이했다. 특히 11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영국 총리로선 80년 만에 파리를 찾아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해 이런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군사 소식통 역시 르몽드에 영국과 프랑스가 국방 협력을 논의 중임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 더 광범위한 유럽 안보에 초점을 맞춘 유럽 내 핵심 동맹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을 방문한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또한 BBC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서방이 ‘레드 라인’(한계선)을 설정하거나 공표해선 안 된다며 프랑스군 파병 관련 질문엔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 엘리제궁이나 프랑스 국방부가 병력이나 민간 요원의 우크라이나 파견을 공식 승인하진 않았으나 몇 가지 제안이 올라와 있음은 분명하며, 그중 하나가 프랑스 방위산업체 DCI의 활용 방안이라고 르몽드는 짚었다. 55% 지분이 정부 소유인 DCI에선 무기수출 계약 점검과 군사 노하우 전수 등의 일을 한다. DCI 인력 80%가 전직 군인인 만큼 병사 훈련을 돕거나 제공된 프랑스군 장비의 유지·보수, 나아가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의 협력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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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는 휴전 이후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이 유럽 전체 안보에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엘리 탄넨바움은 휴전협정을 체결한 다음이라면 우크라이나 안보 및 정전 감시를 위한 유럽군 주둔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이 아닌, 유럽 자체적 체계에 따른 지원이며 유럽 내 단 두 개의 핵보유국(프랑스·영국) 역할을 중시한 전망이다.
 
한편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미국의 조치에 맞서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날 관련 질문을 받자 “당연히 이것(아시아 국가들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은 거듭 밝혀 온 잠재적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미국 시스템이 세계 어느 곳에 나타나느냐에 따라 군사·군사기술적 대응을 포함한 우리의 추후 조치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움직임을 보인다며 유사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곤 했다. 아울러 여러 아시아국들과의 관계 강화가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대북 군사 거래 외에 중국·인도네시아와 잇달아 해군 합동 훈련까지 벌였다. 신흥경제국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에 관심 있는 베트남·태국 등과도 가깝게 지낸다. 과거 전성기 나토처럼 기독교·반공 등 뚜렷하게 공유된 가치관·세계관이 없다며 브릭스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현 나토·EU보다는 움직임이 활기차다. 
 
랴브코프 차관은 21일 러시아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 배치에 국제법적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1987년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2019년 미국 측이 파기했기 때문이라며, 단 1998년 러시아·미국 사이 미사일 발사 통지 양해각서가 여전히 유효하기에 이번 오레슈니크 발사 때 사전 통보한 것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도 러시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했으니 오레슈니크 배치에 상관 말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경우 회복 불가능할 수준으로 관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천명한 상태다.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이 사실상 예고·예측됐던 결과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러시아에게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조만간 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일찍부터 나토의 동진을 비판해 왔다. 러시아를 향한 유럽 사회의 뿌리 깊은 경계심과 혐오(루소포비아)에 기반한 나토 확장과 대러 정책에 섣불리 관여해선 안 된다는 관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국내외 주류 언론 보도가 서방 관점 위주였으나 트럼프의 귀환으로 크게 변화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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