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 이후 행정부의 압박이 크게 완화되자 식품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에 나섰다. 연말부터 탄핵 이슈 등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식품 기업들의 과감한 가격인상은 지켜보는 소비자 입장에선 마냥 좋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부담 때문에 가격인상이 필수라고 한다. 그렇다고 원재료 가격이 내렸다고 식품 가격을 내린 기업이 있었나 싶다.
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작년 말부터 올해 설 직전까지 오리온과 해태·동서식품·농심·동아오스카·대상 등 주요 식음료 업체들이 적게는 10% 이하로, 많게는 20%가량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이달부터는 오뚜기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밥 7종의 판매가격을 12.5% 인상한다.
스타벅스는 톨(355ml)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으로 200원 올랐다. 이 외에도 라떼·플랫화이트·카푸치노 등도 기존 가격에서 200원씩을 인상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작년 8월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 음료 가격을 각각 300원과 600원 인상했고, 11월에는 아이스 음료 톨 사이즈 11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커피 전문점 폴바셋도 23일부터 제품 28종의 가격을 평균 3.4% 인상했고 할리스도 가격인상에 동참했다. 버거킹·맘스터치 등 국내 대표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100~300원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식품업체들은 가격인상 이유에 대해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그에 따른 원재료 수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전기료 등 공공요금·물류비·인건비 등도 계속 오름세이기 때문에 기업도 가격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8년 전에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식품 기업들은 연말연시 일제히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초에는 식품류 가격이 평년 상승 폭의 2배에 달하는 7.5% 폭으로 뛰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집권 이듬해인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물가 잡기에 돌입하면서 기업의 판매가격 옥죄기에 들어갔었다. 일명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이 2012년 이명박정부 이후 11년 만에 부활했을 정도이니 정부의 물가 관리가 엄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선 설 명절 이후 제품 가격인상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 이후 행정부의 압박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정부 들어서 주요 식품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의 논의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상 계획을 통지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에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한 달 새 2.8% 급등했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감귤(전월 대비 22.6%)·무(22.0%)·닭고기(14.3%) 등이 견인했다.
식품 기업의 가격인상에 소비자물가 부담까지 더해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부터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이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정 안정과 정부의 물가 관리가 시급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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