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조선맛집 도문대작’은 진리와 시대 논리 사이를 오가며 맛깔나는 반역 이야기를 전개한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은 교산 허균(1569-1618)이 사형당하기 7년 전에 쓴 음식 품평서다. 소설은 도문대작이 쓰인 광해군 시대로 돌아가 허균이 참수당하지 않았더라면, 광해군이 폐위되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 아래 내란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는다.
소설 속 허균은 짧지 않은 관직생활 동안 파직-귀양살이-복직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저잣거리의 소설가가 되어 세상에 정착하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 그를 혼란의 틈바구니로 밀어 넣는다.
왕의 내탕금을 운반하던 내수사가 조령에서 살해당하고 은 10만 냥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우연한 계기로 왕실 비서가 된 허균은 왕에게서 은의 정체를 듣게 된다. 그 은은 명나라 사신에게 바칠 뇌물이었다. 뇌물이 없으면 황제의 승인장과 옥새는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만다. 명나라 사신이 도착하기까지 한 달. 그 안에 은을 찾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허균에게 주어졌다.
한편 혼란 정국에서 간신 이이첨은 능양군에 붙어 왕을 끌어내릴 역모를 꾸민다. 그가 내건 왕의 죄명은 ‘폐모살제’. 왕이 이복동생을 죽이고 서모를 내친 것을 빌미 삼아 왕에게 내란죄를 적용한 것이다. 폐모살제는 유교적 논리 안에서 용서받지 못할 대죄였고 유교는 현대의 헌법에 준하는 권위가 있었다.
그러나 신하 이이첨도 내란죄에서 자유롭지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군신유의’를 저버리는 일 역시 유교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중차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서로 내란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허균은 과연 왕을 구할 수 있을까.
소설은 명나라 황제의 공식적인 책봉이 있어야 조선의 국왕이 왕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슬픈 역사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유교적 도리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시대적 디오라마를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준다.
상대를 내란범으로 만들지 않으면 내가 내란범이 되는 세상에서 국가를 지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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