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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7조에서 70조로”… 아시아 첫 법률 박람회, LES 2025의 거대한 출항
법원·검찰·대형 로펌 총출동… 법률 시장 ‘산업 생태계’ 확장, 현장 열기
베링AI·앨리비·AiLex·BoostDraft 등 리걸테크… 자동화 시대 본격 개막
일자리·기술·규제 변화가 한 곳 B2B 법률 박람회… “룰 오브 코드 시대”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2-03 16:08:46
 
▲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법률 산업 박람회인 ‘Law Expo Seoul 2025(LES 2025)’가 개막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 내의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 3일 오전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들어서자, 제1세미나실은 이미 열기로 가득했다. 법원·검찰·대통령실·대형 로펌 대표·변호사 등 100여 명이 빽빽하게 들어찬 현장은 마치 한 나라 법률 생태계의 ‘정치·경제·기술’이 한 지점으로 수렴하는 풍경을 연상케 했다.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법률 산업 박람회 ‘Law Expo Seoul 2025(LES 2025)’ 개막식 현장이었다.
 
행사는 이수형 법률신문 대표의 환영사로 문을 열었다. 그는 슬로건 ‘7조 시장에서 70조 산업으로’를 언급하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기술이 다시 정의하는 시대, 이른바 ‘룰 오브 코드(Rule of Code)’가 도래했다”며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과 알렉산더 카프가 모두 법조 출신이라는 사실을 짚었다. 법률 산업이 더 이상 전통적 전문직 영역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AI·수학·엔지니어링과 결합할 때 “10배 성장의 문이 열린다”는 선언 같은 메시지였다.
 
축사 무대는 이례적일 만큼 다채로웠다. 노태악 대법관(사법연수원 16기)은 개막식 주제 ‘Beyond Market, Toward Industry’를 언급하며 “아날로그적 관행에 머물러 있는 법률 시장을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는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좁은 경쟁의 시장을 넘어 더 큰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고, 정원영 인하우스카운슬포럼 회장은 “현업과 미래 법조인이 산업의 흐름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법률 산업 박람회인 ‘Law Expo Seoul 2025(LES 2025)’가 개막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 내의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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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 기반 법률 업무의 폭발적 증가와 이를 둘러싼 금융·정보보호·ESG·AI 법제의 확장은 로펌 인력 구조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기업 법무의 해외 확장과 공공 법률기관의 기술 도입 속도 역시 이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조는 더 이상 ‘시장(market)’이 아니라, 기술·브랜딩·교육·채용·투자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산업(industry)’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지고 있다.
 
노태악 대법관이 말한 “아날로그 관행의 산업화”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전시장으로 내려가자 풍경은 확 달라졌다. 부스 배치는 △로펌 △법률DX △리걸·컴플라이언스 테크 △브랜딩 △공공기관 등 다섯 개 축으로 구성돼 있었다. 약 50개 기업이 각자 ‘미래의 법률 산업’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놓고 자신들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 베링AI(BeringAI) 부스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인상 깊은 장면 몇 가지를 옮겨본다. 기자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초록·보라 투톤 컬러가 눈에 띄는 베링AI(BeringAI) 부스였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AI 법률 번역’이라는 문구가 은근히 강했다. AI 번역 서비스를 외치는 곳은 많지만, 법률 실무를 아는 변호사가 직접 검수한다는 구조는 이곳만의 무기였다.
 
부스 관계자는 베링AI의 핵심을 “실무 번역의 정확성”이라고 강조했다. 400여 명의 변호사가 참여해 번역 모델을 훈련했고, 실제 글로벌 로펌과 기업들의 소송·계약 번역을 다수 처리하며 축적한 데이터가 AI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안내 자료에는 WMT·WAT 등 국제 번역 대회 1위 기록과 BLEU 품질 점수가 나열돼 있었다. 기자가 눈여겨본 대목은 구글·딥엘·네이버·ChatGPT 등과의 객관 비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지표였다.
 
▲ BHSN 부스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가장 ‘실무형’ 분위기를 풍기던 부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리걸AI 솔루션 ‘앨리비(Allibee)’였다. 전면에 걸린 문구는 단순하지만 직설적이었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리걸AI 파트너.” 자료를 넘기자 계약서 검토, 법령·판례 검색, 정책 리서치, 반복 업무 자동화까지 기업·로펌이 매일 반복하는 핵심 작업을 AI가 대신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눈길을 끈 건 ‘AI 계약관리 솔루션’이었다. 계약 초안 작성부터 검토, 수정 이력 관리, 결재·서명, 보관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관리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복잡한 조항을 AI가 자동 리뷰하고, 위험 요소를 표시하며, 번역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시연은 꽤 인상적이었다. GPT 기반 범용 AI와는 달리, 법률 문서를 정해진 기준에 맞춰 검토하는 정밀함이 강조됐다.
 
부스의 또 다른 핵심은 ‘앨리비 에이전트’였다. 수백만 건의 국내 판례·법령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에 즉각 답변해 주고, 특정 산업 규제나 최신 법령 변화까지 자동 요약해 문서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능은 기업 법무팀에서 곧바로 가져다 쓸 만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여러 기업 법무팀·로펌이 이미 사용 중이라는 후기들이 전시 자료 하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법률 특화 LLM ‘아스트로(Astro)’ 설명도 이어졌다. 긴 계약서 전문을 한 번에 처리하는 대용량 분석 능력, 환각(거짓 생성) 방지 기술, 법률 구조를 이해한 RAG(검색결합형 생성) 검색 등은 단순 번역·요약을 넘어 전문적 판단을 돕는 모델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앨리비는 “AI가 법률 실무의 가장 지루한 반복 작업을 걷어내고, 사람은 판단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미래의 단면’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부스였다.
 
▲ AiLex 부스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눈길을 잡아끄는 부스도 있었다. 바로 ‘AiLex’라는 이름의 증거 분석 AI였다. 기자가 부스를 둘러보는 동안 전시 패널 한 장이 말을 걸듯 다가왔다. “변호사의 시간, 어디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까?” 원고 작성과 증거 분석이 업무 시간의 90% 이상을 잡아먹는다는 통계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수천 페이지의 진술서와 PDF 묶음을 직접 넘기며 사건의 구조를 파악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 시스템의 존재 이유를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스 시연의 구조는 명확했다. 첫 단계는 AI가 증거 문서를 자동 분할하고, OCR로 스캔 문서를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두꺼운 사건 기록철이 몇 초 만에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바뀌었다. 이어지는 데모에서는 시간순 사건 타임라인이 자동 생성되고, 등장인물 관계도가 노드 형태로 펼쳐졌다. 복잡한 진술 간 모순을 AI가 스스로 찾아 표시하는 기능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사람이 며칠을 붙잡아도 놓치기 쉬운 패턴을 기계가 단숨에 뽑아내는 모습은 작은 충격처럼 다가왔다.
 
부스 관계자는 “AiLex는 문서 노동을 줄여 승소 전략에 집중하게 만드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 시연 속 시나리오는 ‘Day-1에 전체 기록 디지털화, Day-3에 답변서 초안 완성’이었다. 반면 기존 방식은 수개월이 걸린다는 비교 설명이 뒤따랐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AiLex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사건 분석의 형식을 바꿔버리는 기술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LES 2025가 제시한 ‘실무의 미래’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 BoostDraft 부스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유난히 차분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스도 있었다. BoostDraft가 딱 그랬다. 일본계 스타트업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이미 전 세계 1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캐논, 노무라, 미쓰비시, 토시바 등이 쓰고 있다는 로고 벽이 묵직한 신뢰감을 대신 말했다.
 
부스의 핵심은 ‘MS Word 기반 계약서 검토 자동화’였다. 별도 플랫폼을 열 필요 없이 평소 쓰던 워드 화면 위에 AI 보조 기능이 달라붙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실습 화면을 보니, 조항 속 정의를 찾으려고 문서 곳곳을 스크롤하던 그 고된 과정이 단숨에 사라졌다. 조항을 클릭하면 팝업으로 정리본·관련 규정이 뜨고, 위반 가능성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됐다.
 
부스 관계자는 “스크롤링 시대는 끝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단순한 문구지만 실감이 났다. BoostDraft는 누락된 조항을 찾아내고, 용어 정의 충돌을 확인하고, 위험 요소를 표시하는 다양한 교정 기능으로 검토의 완성도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일본 기업 특유의 안정성과 ‘강력한 보안’을 강조한 부분도 법률 실무자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기자는 짧은 데모만으로도 왜 많은 아시아 로펌과 기업 법무팀이 이 솔루션을 채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설치는 빠르고, 사용법은 단순하며, 팀 전체의 생산성이 즉시 올라가는 구조였다. LES 2025의 여러 AI 부스 중에서도 BoostDraft는 ‘실제 워드 문서 안의 노동을 얼마나 줄이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직관적으로 답한 솔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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