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 ‘의식주(衣食住)’, 그 중 패션(衣)은 시대상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로 꼽힌다. 이 때문에 패션사업은 유행에 뒤쳐지게 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패션을 모태로 하고 있는 SK그룹의 패션사업(선경직물→선경→SK상사→SK글로벌→현·SK네트웍스)이 고개를 갸웃하게 할 정도로 신통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 시선을 끌고 있다. 패스트패션(SPA브랜드) 시장이 급성장하자 지난해 미국 캐주얼 SPA브랜드 아메리칸이글을 유치하는 등 뒤늦은 유행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트렌드에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메리칸이글은 국내 판매가격보다 해외 직구(직접구매) 가격이 더 저렴한 상위 5위 브랜드에 속했다. 만약 반팔티셔츠를 구매할 시 배송요금을 포함하더라도 국내구입보다 해외구매가가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해외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춤하던 그룹의 패션사업을 브랜드 다각화로 돌파하려던 SK네트웍스의 승부수가 묘수가 될지 아니면 무리수가 될지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창업주의 적통인 최신원 회장이 19년 만에 경영일선에 뛰어들며 침체된 SK네트웍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직접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 패션사업 강화를 주문한 만큼 향후 SK패션사업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현황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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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네트웍스(사진)가 최근 패션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그룹이 선경직물을 뿌리고 두고 있는 만큼 패션사업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선이다. 그러나 최근 패션사업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며 SK그룹의 패션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SK네트웍스가 패션사업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일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SK 창업주의 혼이 깃든 선경직물을 뿌리로 두고 있어 SK 본원사업이나 다름없는 패션사업의 부진은 사실상 그룹의 혼이 흔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선까지 받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53년 설립된 ‘선경직물’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는 이 같은 그룹의 본원사업인 직물사업과 연관 깊은 패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약 3%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성이나 의미는 다른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성을 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들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타 브랜드에 밀려 브랜드 인지도나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적 또한 적자로 돌아섰다. 관련업계 등에서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진에 대해 시장 변화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상징성이 남다른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진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화살은 SK네트웍스의 수장을 맡아 온 문종훈 사장을 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사장 취임 직후 SK네트웍스 패션 사업 부문 매출액이 적자로 돌아 섰기 때문이다. 올해는 적자폭이 더욱 커져 책임론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주력 라이센스 브랜드 빛바랜 명성 “10년 전 유행 ‘아메리칸 이글’ 이제서야”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은 크게 라이센스(수입) 브랜드와 인하우스(자체) 브랜드로 구분된다. 수입브랜드는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캘빈클라인 등이 있으며 자체 브랜드로는 오브제, 오즈세컨, 루즈앤라운지, 세컨플로어 등을 보유하고 있다.
몇 년 전 까지 만해도 SK네트웍스의 패션 브랜드들 대부분은 호응도가 상당했다. 라이센스 브랜드들이 특히 그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업계의 지각 변동으로 위상이 한 풀 꺽이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SPA브랜드 공세와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지닌 해외브랜드들, 같은 소비층을 가진 경쟁 브랜드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부랴부랴 신규 브랜드 ‘아메리칸이글’, ‘SJYP(스티브제이앤요니피)’, Canali‘(까날리)’ 등을 유치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들 브랜드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우세한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부문 실적은 적자전환했다. 2014년 매출액 5835억원, 당기순이익 122억원 등이었던 패션사업 부문 실적은 지난해 매출액 5657억원, 당기순손실 93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올 1분기 역시 매출액 1373억원, 당기순손실 60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하며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유행 지난 브랜드가 대부분, 간혹 가다 매장 보여도 들어가진 않는다”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 실적 부진의 이유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명동 일대 의류매장을 소비자들로부터 SK네트웍스 패션 브랜드에 대한 반응을 취재한 결과,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자들 중 상상수는 SK네트웍스 패션브랜드들에 대해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반응은 SK네트웍스가 수입하고 있는 라이센스 브랜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가로수길 편집숍 KM플레이 이용객 오효민씨(32)는 “‘타미힐피거’는 중·고등학교 시절 유행했던 브랜드로 최근에는 선호도가 그렇게 높지 않는 편이다”며 “(가로수길)매장을 보긴 봤지만 너무 옛날 브랜드같은 느낌이 나서 직접 들어가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반응은 다른 수입 브랜드 DKNY, CK도 비슷했다. 심지어 지난해 출시한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에서 조차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이는 신규로 출시한 브랜드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보여진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롯데 영프라자 이용객 최은경씨(26)는 “아메리칸이글은 과거 아베크롬비, 홀리스터 등과 함께 한창 유행했던 브랜드 중 하나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인기가 한 풀 꺾여 브랜드 자체가 구식으로 인식된다. 주변에서도 입는 것을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해 개성이 다소 떨어진다”, “SPA브랜드가 가성비적인 측면에서 더 좋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 기자가 방문한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의 매장은 대부분 인파로 북적대기 보다는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간혹 고객이 있더라도 근무하고 있는 직원수와 비슷했다. 다른 SPA브랜드 매장들이 손님들로 북적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사진은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타미힐피거 가로수길 직영점, SJYP 롯데백화점 본점매장, 타미힐피거 명동 직영점, 아메리칸이글 롯데영프라자점. ⓒ스카이데일리
일부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자체 브랜드 ‘오즈세컨’은 여성용 블라우스 한 벌 가격이 30~40원대에 달해 매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신규 브랜드 SJYP 역시 청치마가 10만원 중후반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등 제품 가격이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 역시 “SJYP의 경우 트렌디한 패션에 관심 많은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그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보여 선호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SK네트웍스 자체 패션 브랜드들은 중국 관광객로부터 약간의 호응을 얻어왔지만 최근에는 이 마저도 시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벡화점 본점에 입점한 한 매장(SK네트웍스 자체브랜드) 직원에 따르면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백화점의 특성도 있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의 브랜드 선호도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매장은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점차 줄고 있다. 간혹 찾아오는 내국인들 중 상당수는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SK네트웍스 직원들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근 업계자체가 전반적으로 불황이기 때문에 타 기업과 비교하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해 저가형 의류 아메리칸이글 라이센스 사업을 시작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올해는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메리칸이글을 도입한 이후 성과가 좋은 편이다”며 “신규 브랜드들을 유치한 이후에도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브랜드개선 작업 및 마케팅 비용 등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고 덧붙였다.
창업주 혼 깃든 패션사업 부진에 문종훈 책임론…“선친 뜻 이으려 장남 나섰다” 분분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SK네트웍스가 SK그룹의 뿌리 사업이나 다름없는 패션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수장인 문종훈 사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사장이 경영을 맡기 시작한 후부터 패션사업 실적이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이 첫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초 사장으로 취임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브랜드 마저 반응이 신통치 않자 경영 자질론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워커힐호텔 시내면세점 사업권 연장 실패 이후에는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패션사업은 SK그룹의 뿌리이자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혼이 깃든 사업이나 다름 없는 사업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문 사장 취임 후 이런 패션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최근 그룹 내부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지난 3월 오너일가인 최신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도 문 대표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니 직접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얼마 전 최 회장이 패션사업을 더욱 강화하도록 주문한 후부터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SK네트웍스의 주력 수입브랜드였던 타미힐피거가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퇴점했다. 이를 두고 패션업계에서는 “면세점에 대한 브랜드들의 입점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이 부진한 브랜드들이 사실상 구조조정 당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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