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취재팀=홍대업 부장|조성우·배태용·정동현·이창현 기자]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명목 아래 정비사업 규제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종로구민의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종로구에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횡포로 재산권과 생명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여전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종로구에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단 종로구민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서울시민도 서울의 중심이자 대표성을 지닌 종로구의 노후화된 주택단지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도 좋지 않은 실정이라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은 종로구를 중심으로 타 자치구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박원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달동네 정비구역 강제 해제… 주민 피해 심각
박 시장은 2012년부터 ‘뉴타운 출구전략’을 추진했다. 박 시장은 재개발 사업인 뉴타운 정책이 공동체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지적하며 공동체, 마을 만들기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중단하고 사업이 지지부진한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뉴타운 출구전략의 골자다.
먼저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를 개정해 역사문화유산 보존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곳은 서울시장 직권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가능토록 했다. 개정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는 주민 3분의 1이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찬반 투표를 통해 찬성표가 전체의 50%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정비구역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시내 다수의 정비구역 단지를 해제시켰다. 스카이데일리가 시울시에 의뢰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는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683곳 중 394곳을 해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4곳 중 자연 해제된 곳이 254곳이며 시가 직권으로 해제한 곳은 80곳, 자진 해제한 곳은 60곳에 달한다. 해제된 사업지 가운데 92곳은 대안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기간에 종로구의 경우 정비구역 중 31곳의 사업지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 4월 삼청2구역 정비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엔 84만 6100㎡ 규모의 창신·숭인 뉴타운 지구(창신 1~12구역, 숭인 1~3구역)도 정비구역 해제 통보를 받았다. 이후 △명륜4구역 △신영△1구역 △필운1구역 △체부1구역 △누하1구역 △돈의문4존치정비구역 △돈의문5구역 △사직2구역 등이 정비구역에서 순차적으로 해지됐다.
특히 종로구의 경우 개발 의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서울시가 막무가내로 직권해제 시킨 사직2구역, 옥인1구역, 충신1구역 등이 포함돼 있어 다른 자치구에 비해 원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이들 사업지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정도로 사업이 진척됐었지만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의 명분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정비구역 해제 조치를 내렸다.
서울시의 막무가내 행정으로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한 막대한 돈이 허공에 흩날리게 됐다. 옥인1구역 , 충신1구역 등은 더 이상 개발을 추진할 자금 여력이 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 상태이다. 사직2구역은 서울시와의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직권해제 무표 판정을 받고 다시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개발 사업이 지연돼 온 탓에 자금 여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도시재생사업, 주민에 별 도움 안돼… 전문가 “중심지 개발은 국가경쟁력 높여”
주목되는 점은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으로 사업지 내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활권이 심각할 정도로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계속해서 낡은 집을 수리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하자에 막대한 재산적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직2구역에 거주하는 안상현 씨(30대)는 “어머니 집이 많이 낡아 약 6000만원을 들여 수리를 했었다”며 “하지만 수리를 한들 낡아 있는 기본 뼈대에서 발생하는 하자는 막을 수 없었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집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를 고치느라 막대한 재산 손실을 봐야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비구역을 해지한 지역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권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는 임재희 씨(50대·가명)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 재개발 직권 해지를 시키고 다음 해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현재 모든 사업을 끝낸 상태다. 2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했지만 도로나 기반시설 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 지은 백남준기념관이나 마을회관 등은 주민들의 삶의 질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도시재생이 이런 것인 줄 알았으면 뉴타운 해지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성토했다.
2018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옥인1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옥인1구역 이준경 씨(50대·가명)는 “서울시가 재개발 직권해지를 시킨 후 1년 넘게 소송 공방을 벌이다 피로감이 쌓여 2018년 도시재생사업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주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여기저기 빈집이 무성하고 도로가 부서진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옥인1구역 내 노인들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데 계단 등 생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사가 높아 노인들이 언제라도 넘어질 수있는 환경이다. 서울시가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줄 알았으면 직권해지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종로구민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면서 내달 총선에서 지역 숙원사업인 재개발 사업을 이뤄줄 국회의원을 뽑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민 박민재 씨(40대·여·가명)는 “종로구는 서울의 중심지에 있는 만큼 보존적 가치가 큰 일부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뽑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종로구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계 주요 국가 수도를 보면 수도 중심지역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중심지역의 발달이 국가 이미지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며 “서울의 경우 중심지를 따지면 종로구와 중구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지역은 서울시가 역사 보존가치 등의 명목으로 개발을 막아왔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보존적 가치가 낮은 곳이 많다”며 “보다 면밀하게 가치 분석을 하고 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충분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부동산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도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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