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600년이 훌쩍 넘는 서울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의미가 큰 곳이라 서울의 ‘심장부’라고 불린다. 조선시대부터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조상의 손결이 닿은 소중한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상징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행정기관과 상가들이 밀집돼 있고 볼거리도 많아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일각에서는 기습적인 우한코로나 사태, 사실 그 이전부터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들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서울의 자존심인 종로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서울, 종로는 지금’을 선정하고 종로지역 주요 상권의 현황, 각종 규제로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주택 현황, 주요 관광지역과 상가지역의 붕괴 현상 등을 현장탐사 형식으로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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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홍대업 부장|조성우·배태용·정동현·이창현 기자] 조선이 건국하고 난 2년 뒤인 1394년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개경(개성)에서 한양(서울)으로 옮긴 이후 종로는 서울, 아니 이 나라의 중심이었다. 정치와 행정 등 국가 통치 기능이 이 곳에서 시작됐고, 그에 따라 기관과 사람이 집중됐다.
지금도 종로는 여전히 서울의 중심,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평가된다.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로 상징되는 정치와 행정, 경복궁·창경궁·세종문화회관·종묘·사직단 등으로 상징되는 문화, 그리고 세종로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도로원표가 상징하듯 지리의 중심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곳은 이 도로원표를 시작으로 거리가 계산된다.
인사동부터 젊음의거리, 종각역을 중심으로 들어선 거대한 빌딩 숲과 고궁 등이 조화를 이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종로는 여전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즐겨찾는 중요한 상권 지역이다. 많은 기업, 금융기관, 대형 외국어학원, 대형 서점, 탑골공원 등이 위치해 젊은 층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고궁은 물론이고 사람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북촌, 서촌, 인사동같은 관광지에는 외국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다.
광장시장·젊음의거리 유동인구 1월까지 급감… 지금은 아예 발길 뜸해
실제로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종로의 최대 전통시장이자 관광명소인 광장시장 일대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작년 1월 1만1154명이었지만 5개월 후인 6월에는 8199명으로 감소했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데도 올해 1월엔 7313명으로 줄었다. 지난 1년 사이에 가장 적은 유동인구를 기록했다.
종로 일대 최대 상권인 종각 젊음의거리 일대의 유동인구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월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만138명으로 집계됐으나 작년 6월엔 1만7574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1월에는 1만6543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인 2월 통계가 나오면 감소폭이 이보다 훨씬 클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동인구 감소로 종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종로구는 지역 내 중소상공인들을 위해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지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우한코로나 사태의 여파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한 광장시장은 서울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감돌았고, 상인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선시대 배오개시장의 명맥을 잇는 광장시장은 공식 시장 허가를 얻은 기간만 따져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상인들 “코로나 피해 실질적 지원하고 정부의 정책 잘못 바로잡아야”
광장시장에서 20년 넘게 음식을 팔고 있다는 김상림 씨(63·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장사가 잘됐다. 국내외 관광객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우한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 장사가 어렵다”면서 “인근 상가들도 열흘째 문을 닫아놓은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사실 우한코로나 이전에도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급격한 경기 침체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관광객들도 구경만 하고 지갑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40년 넘게 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남윤철 씨(66)는 “시장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40년만에 처음 봤다”면서 “2층에 가면 점포의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가장 알아주는 시장이 광장시장인데 우한코로나로 상황이 달라져 매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 모든 상인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돼 예전만큼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한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상인은 우한코로나 사태의 정부 대응과 관련해 “애초부터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우리같은 소상공인들만 굶어죽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광장시장 총상인연합회 회장은 “우한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로 고통을 호소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시장과 주변 상가 전체가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이 지나는 방법밖에 없고, 홍보 마케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거나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종각 젊음의거리에 위치한 지하쇼핑센터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소비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5년 넘게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강순자 씨(여·가명)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 급속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장사가 몇 년 안에 이렇게 안 될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고 우한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완전히 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우한코로나 사태 전에도 경기가 나빠서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며 “아예 장사를 포기한 가게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폐점한 가게도 몇 군데 있다”고 전했다.
종각 지하상가의 또 다른 상인은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임대료의 50%를 인하해준다고 했는데 이것 가지고는 소용없을 것 같다”면서 “전염병 확산 방지에 주력하면서 좀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계명 종각쇼핑센터상인회장은 “우한코로나 발생 전부터 내수가 힘들어 종로가 죽어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종로2·3·4가와 종각 일대도 마찬가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위치상으로 청계천 문화가 같이 옆에 있고, 인사동 문화가 따로 발달돼 있던 종로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로2가와 3가 사이는 문화적 컨텐츠가 많아 이를 같이 연결시켜 활성화함으로써 상권을 벨트화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우한코로나 사태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11.7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다"면서 "그런데 지출분 8.5조원 중 약 3조원을 아동수당용 쿠폰이나 소비 활성화를 위한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방법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현금살포형 복지밖에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재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해 세금감면이나 손실 보전을 해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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