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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을지로에 남은 식민의 흔적과 맛의 기억

토속 청국장 ‘사직골’ 구수한 장맛 애달픈 심사 날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4-13 18:39:23

▲ 유성호 맛 칼럼리스트
 
한 세대 넘게 남의 손에 의해 지배를 받은 식민(植民)의 역사를 거쳐 온 우리 땅의 시층(時層)은 남다르다. 묘하게도 그 시기가 봉건시대에서 개항에 따른 근대화와 맞물리면서 정신세계는 물론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에도 복잡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스포츠에서 한·일전은 여전히 항일전처럼 치러야 하고 스포츠 정신보다 승부에 집착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식민의 통증이 쉽게 사라지긴 어렵겠지만 이를 극복할 때 양국 스포츠맨들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으로 승부를 겨루고 승자를 축하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식민의 시대, 제멋대로 변한 서울 도심
 
▲ 롯데호텔 주차장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옛터’ 표지석. 실은 조선총독부도서관이 있던 자리다. 국립중앙도서관도 그곳에 있었지만 조선총독부도서관의 연혁을 이어받진 않고 있다. [사진=필자제공]
 
일제 강점기 서울의 지도는 많이 변했다. 특히 서구 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의 건축이 서울 시내 곳곳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작게는 개인주택부터 크게는 총독부 등 공공기관, 신사, 학교 등 일본화된 제국주의 건축이 도심에 들어섰다.
  
이번 칼럼에서는 서울 한복판인 을지로 입구 롯데호텔이 들어선 부지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 본다. 소공동 롯데호텔 주차장에는 ‘국립중앙도서관 옛터’ 표지석이 서 있다. 길가에 노출돼 있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석고단 석고각과 조선총독부도서관
 
▲ 고종황제의 칭경기념으로 세워진 석고단 내 석고각 전경(사진①)과 석고(사진②), 그리고 그 위에 지어진 조선총독부도서관(사진③). [사진=필자제공]
 
이 자리는 일제가 조선총독부도서관을 지은 곳이다. 원래는 석고단이 있었다. 석고단이란 1902년 고종황제의 칭경기념(稱慶記念)을 위해 건립된 시설이다. 석고단은 석고와 석고가 놓인 석고전, 그리고 대문인 광선문으로 이뤄졌다. 고종이 축하받을 칭경이란 어좌에 앉은 지 40년에다 6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51살 되던 해에 부르는 망육순(望六旬)이 겹친 일이다.
 
그때 지어진 것이 또 하나 있는 데 광화문 교보빌딩 모퉁이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기념비전이다. 이들 칭경기념물은 나라에서 세운 게 아니고 아첨쟁이들의 결과물이다. 고종의 양대 기념일을 기리는 기념물을 만든다는 미명 하에 패가 갈려 아첨꾼들이 ‘충성경쟁’을 벌였다.
 
기념비전은 조야송축소라는 관변단체에서 현직 관리들을 대상으로 반강제 모금을 통해 모금한 돈으로 세웠다. 이들은 기념비를 세우고 보호각인 기념비전을 만들었다. 전(殿)은 가장 높은 격의 건물에 붙는 것으로 뒤를 이어 당(堂), 합(閤), 각(閣), 제(齋), 헌(軒), 루(樓), 정(亭) 순이다.
 
이때 설립에 끼지 못한 무리들이 만든 단체가 송성건의소인데 반관반민 형태를 띠었다. 송성건의소란 ‘황제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석을 세우기 위한 모임’ 고종의 중흥공덕을 비석에 새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관리들에게 비용을 강제로 모금했고 특별한 비석을 만들고자 했는데, 바로 돌북(석고)이다.
 
탁지부 대신 김성근이 석고를 제작하고 조병부를 송성건의소 의장, 이유승을 부의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이유승은 부의장 직을 내려놓으면서 반대 상소를 올렸다. 왕의 업적은 오로지 시경(詩經)과 사전(史傳) 등 서책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는 것이지 돌에 새기진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석고에 새기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석고단 자리에 일제는 1923년 조선총독부도서관을 지었다. 해방 후 조선총독부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이 됐다. 일제 패망 후 한국인 사서들은 일제가 장서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지켰다. 일본인 사서와 미군정이 협의해 모든 장서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승계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도서관은 총독부도서관 연혁까진 승계하지 않았다. 국립중앙도서관 개관일은 1945년 10월이다. 다만 옛터만큼은 표식을 통해 ‘장소성’은 연계하겠다는 취지로 표지석을 세운 것으로 이해된다.
 
1974년 국립중앙도서관은 소공동 시대를 마감하고 ‘어울리지 않게’ 남산으로 이전했다. 롯데는 국립중앙도서관 부지에 롯데백화점 주차장을 지었다. 결국 석고전 터에 주차장을 앉힌 꼴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는 이곳에 표지석을 하나 더 세워야 맞지 싶다.
  
구수한 ‘사직골’ 청국장으로 우울한 심사 날려
 
▲ 구수한 장맛이 일품인 청국장과 칼칼한 두부찌개. 제육볶음까지 세 종류 메뉴를 파는데 여럿이 가면 제육볶음을 곁들이면 이 집 음식 다 맛보는 셈이다. [사진=필자제공]
 
을지로 통에 서면 일본 제국주의 식민의 역사가 떠올라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심사를 녹여줄 맛집이 다행히 소공로 초입에 있다. 원래는 사직공원 근처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 있다가 이사 온 ‘사직골’이다. 지금도 간판에는 사직골이란 큼지막한 글자 옆에 작게나마 사직분식이라고 적어 놨다.
 
사직분식 시절보다는 청국장 콤콤함이 덜하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코로나 사태이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대기가 걸리는 집이다. 청국장 냄새는 어느 날부터 도시로부터 외면받는 이취(異臭)가 됐다. 구수함은 더 이상 다수의 기호가 아닌 것이 된 것이다.
 
안국동 골목 한옥채에 자리 잡은 ‘별궁식당’도 청국장으로 유명하지만 어느 날부터 냄새 없는 장을 쓴다. 이 집도 과거에는 구수한 장 냄새를 꽤나 풍겼다고 한다. 그러나 냄새가 사라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이웃의 민원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냄새를 뺀 청국장을 사용하게 됐고 다행히도 그것을 선호하는 손님 층이 생겨났다. 시내에서 청국장 냄새를 진하게 맡을 수 있는 곳으로는 찬으로 청국장을 내주는 당산역에 있는 ‘이조보쌈’이 있다.
 
사직골에서는 칼칼한 두부찌개와 ‘단짠’이 아닌 ‘맵달’의 제육볶음도 맛볼 수 있다. 지리적 특성상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게 특징이다. 도로가 좁아 대기줄 서는 불편함은 있지만 점포 입장에서는 길가에 손님을 세워 놓는 것 만한 효과 좋은 마케팅이 없다. 그런 면에서 사직동을 떠나 천혜의 입지를 자랑하는 현 자리로 이전한 것은 잘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청국장의 오묘한 맛은 장류 특유의 소금에서 오는 짠맛, 탄수화물과 단백질 가수분해 산물인 당의 단맛과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 등이 어우러진 산물이다. 그래선지 어려서 먹었던 맛의 기억이 가한 음식 중 하나다. 강렬한 냄새의 청국장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혀가 느끼고 뇌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맛을 나이가 들어서도 찾는 것이다.
 
청국장은 콩 발효식품 중 2~3일이라는 가장 짧은 기일에 완성할 수 있으면서 풍미가 특이하고 영양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콩 섭취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중림의 ‘중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년)에 따르면 ‘대두를 잘 씻어 삶아서 고석(볏짚)에 싸서 따뜻하게 3일간을 두면 생진(生紾)이 난다’고 기록했다.
 
홍만선 ‘산림경제(山林經濟)’(1715년)에서는 전국장 이라는 명칭이 처음 기록돼 있다. 한시가 급한 전시(戰時)에 부식으로 단시간 제조가능해 전국장(戰國醬), 청나라에서 왔다고 청국장(淸國醬)이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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