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로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을 지목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허울 좋은 취지에 몰입한 나머지 재원 마련 문제와 국민 간 형평성 논란, 제도 악용 등 심각한 부작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 간 형평성 논란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가 근간을 흔들만한 심각한 사안이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文 “전 국민 고용보험”…재원마련·부작용대책 빠진 장밋빛 청사진 제시
전 국민 고용보험은 고용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용보험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즉 고용한 사람이 없는 자영업자 및 특수고용(특고) 근로자, 플랫폼 근로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에게 고용보험을 적용시키자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자 수는 각각 405만명, 220만명 등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지난해 8월 기준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전체 취업자의 49.4%를 차지한다.
앞서 정부를 비롯한 범여권에선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전 국민 고용보험 공론화 작업이 전개됐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시작으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공론화에 방점을 찍었다.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못을 박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여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작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연설 하루 만인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이 의결됐다. 이날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6개월간 50만원씩을 지급하는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법 제정안(국민취업지원제도)과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추가한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11일 진행된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그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특고 종사자, 예술인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불 지핀 전 국민 고용보험…“국론분열 등 대한민국 송두리째 뒤흔들 부작용 많다”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일부 유럽 선진국에서 해당 제도를 시행 중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많은데 그 중에는 나라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등에 쓰인 예산은 약 14조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800만명의 근로자 중 1500만명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미 고용보험 기금이 적자라는 점에서 향후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적용하게 된다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 및 보장기간, 실업급여 지급 등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2조877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다.
기금 적자는 결국 고용보험료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량한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일하지 않는 근로자를 위한 보험비를 일하는 근로자가 메워야 하는 구조가 된다는 점에서 근로의욕 저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우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연장한 바 있다. 또 지급 수준도 실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이로 인해 보험료율이 1.3%에서 1.6%로 인상 된 바 있다.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현재 일반 직장인들의 고용보험은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나눠서 내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근로자나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나누기 애매하다. 이에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적용할 경우 정부가 일부 지원해 주는 방향이 대두되고 있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직 등을 통해 고용보험금을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인력을 뽑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적용 대상자인 특수고용근로자 및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경제악화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제대로 낼 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직군의 경우 관행상 소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용보험 적용을 반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소득이 노출돼 국민연금 등 다른 세금의 부담이 커져 고용보험가입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 역시 전 국민 고용보험의 부작용 가능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허정욱(30·여) 씨는 “많은 사람들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며 “국가에서 일부 지원해줘야 할 것 같은데 성실하게 고용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수정(29·여) 씨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어렵다고 본다”며 “재원마련 대책도 없으면서 무작정 내뱉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형평성 논란도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때 정치권에서 논의를 진행해야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야기하면 국민 분열만 자초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도 난감한 기색을 나타냈다. 서울의 관악구 소재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장사도 안 되는데 고용보험료를 어떻게 내냐”며 “의무적으로 한다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고용보험 이외에도 다른 세금도 올라가서 오히려 안한다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다”며 “현재 고용보험 제도를 충실하게 유지하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없애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먼저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경제에서는 자신의 생계를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고용보험 기금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기를 위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고 그 효과도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해당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며 “문을 닫거나 실직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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