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경제 활동을 위해 공공 부문이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영역까지 아우르는 독보적인 역할을 해내고 싶어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기업 맞춤형 직무 개발, 직업 체험 인프라 구축 등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이를 하나하나 마련해 나갈수록 발달장애인이 꿈의 직장에서 일하는 사회가 꼭 오리라고 믿어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지난해 장애인의 경제활동 현황과 고용 현황을 조사·분석한 ‘한 눈에 보는 2019 장애인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259만명으로 조사됐다. 국민 전체 인구 중 5.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중 발달장애인구는 지적 장애인구 20만6917명, 자폐성 장애인구 2만6703명으로 총 23만3620명에 달했다. 장애인 10명 중 1명이 발달장애인인 셈이다.
이렇듯 우리는 많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 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역할을 비장애인 못지않게 잘 해내고 있다. 발달장애인도 우리 경제의 어엿한 역군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발달장애인의 경제 활동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나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 15세 이상 발달 장애인구 대비 경제 활동 인구는 2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이보다 더 낮은 20.6%로 조사됐다. 발달장애인 5명 중 1명만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개선돼야 한다는 방증이다.
공공 기관·기업 모두 발달장애인 직업·직무 고민 無…사회 인식 개선 필요
꿈앤컴퍼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8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진로 탐색·직업 교육 사업에 뛰어든 꿈앤컴퍼니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2년차에 접어든 신생 기업이지만 발달 장애인의 직업 활동 지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이 취업하면 대개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을 하기 싫어서라기 보단 해당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취업을 한 탓이죠. 사실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등 ‘진로 설계’라는 걸 해 본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할 수 있는 직무도 매우 한정적이고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직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에서 꿈앤컴퍼니가 출발했죠.”
꿈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박대수 대표는 사회복지사로 12년을 근무하며 발달장애인이 겪는 직업 경험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했다. 취업하더라도 오래 지나지 않아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발달장애인을 보면서 박 대표는 그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직업 교육·훈련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발달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들도 발달장애인에게 마땅한 직무가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발달장애인이 일할 만한 직무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적합한 직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발달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고 있어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면서까지 말이죠. 저희는 기업에 발달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직무를 소개하고 실제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 기업과 발달장애인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더군요.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정책이 나오기 시작한 건 불과 5년 전이에요. 그 전까진 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정책이 대부분이었어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미미했던거죠.”
정부의 정책 덕분에 발달 장애인들은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주로 진로·직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현장 중심의 다양한 진로 영역과 직무를 교육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꿈앤컴퍼니는 공공 부문에서 미처 채워주지 못하는 발달 장애인의 진로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국을 돌며 250회에 달하는 발달장애인 진로 교육을 실시했어요. 거의 매일 교육했던 거 같아요. 교육을 신청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면서 매우 감사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했죠. 꿈앤컴퍼니가 해당 사업을 처음으로 진행해 나가다 보니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거든요. 뒤이어 올 누군가를 위해 우리가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것 같아요.”
박 대표는 첫 진로 교육을 하던 날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진로 교육과 교육 콘텐츠를 내실 있게 준비해뒀는데 정작 신청자가 아무도 없어 무척 당황했다는 것이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진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꿈앤컴퍼니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업의 필요성을 확신하게 됐다. 박 대표는 비록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일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 뿌듯했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전국의 많은 부모들에게서 진로 교육이 필요한 것인지, 직업 설계가 이토록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며 이제라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처럼 부모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사회는 어떻겠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사업을 진행하길 잘했다 싶었죠. 이를 발판 삼아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경제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테니까요.”
눈높이 맞춘 교육 콘텐츠·직업 체험 인프라 개발…즐거운 직장생활 통해 행복한 삶 제고
박 대표는 발달장애인에게 꿈의 직장에서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꿈앤컴퍼니의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직업을 갖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또 어떤 직무 유형들이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은 직업을 찾고 체험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한번은 학교에 찾아가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반 학생 전체가 바리스타가 돼 커피를 만들고 싶대요. 이건 문제가 있는 거예요.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을 찾는 재미를 알려주고 자신이 어떤 직무에 흥미를 가지는지 깨닫게 해줘야 해요. 원하는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더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직 한국 사회는 발달 장애인 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지 않고 있어요. 그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콘텐츠도 개발해야 하고요. 요즘 초등학교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코딩·IT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열 살 남짓한 어린 아이에게도 실시하는 교육을 왜 발달장애인에게는 시행하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어요.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맞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면 그들에게도 다양한 분야를 가르칠 수 있을 거예요.”
꿈앤컴퍼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진로 교육 교재를 제작해 진로와 직업의 개념을 확립하고 직업적 강점은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교재가 완성되면 발달장애인의 진로·직업 설계를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꿈앤컴퍼니의 따뜻한 마음에 카카오도 동참했다. 꿈앤컴퍼니는 카카오와 손잡고 교재 제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진로·직업 교육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례로 발달장애인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어요. 제아무리 비장애인이 쉽게 진로·직업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취업한 발달장애인 선배가 직접 얘기해주는 게 취업을 준비하는 발달장애인에게 훨씬 동기부여가 돼요.”
박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무도 많이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가이드, 로스팅한 원두 속에서 불량 원두만 골라내는 콩 감별사 등 발달장애인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직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구두를 수선하고 닦아주는 구두관리원도 유망한 직무라고 생각해요. 기업 내에 구두 관리실을 신설하고 구두관리원으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거죠. 기업은 사내 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두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면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 나갈 수 있어요. 특정 행위에 집중도가 매우 높아 비장애인보다 더 꼼꼼하게 처리해낼 수 있는 발달장애인은 원하는 직무에서 즐겁게 직장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요.”
박 대표는 발달 장애인이 직업 활동을 통해 자기만족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했다.
“저도 공공 기관에서 오래 일해 봤지만 직장 생활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비장애인도 직장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힘들어 하고 스트레스 받는데 발달 장애인은 오죽할까 싶었어요. 발달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꿈입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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