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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강제퇴거 논란

소상공인의 울분 “한진重 이병모에 30년 삶의터전 뺏겼다”

“불공정 임대차계약서 쓴 후 일방적 퇴거통보…앞으로 어떻게 사나”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7-28 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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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한진중공업의 강제 퇴거 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에는 해당 터미널에 입주한 상인들 대부분이 영업 중인 가게 문을 닫으면서까지 참석했다. 사진은 시위 중인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 ⓒ스카이데일리
  
최근 서울의 육로교통 허브인 동서울종합터미널이 소란스럽다.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해당 터미널을 재건축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경영 위기를 타개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데 대해 터미널 입주 상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터미널 입주 상인들은 실적 개선에 급급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과 수장인 이병모 대표이사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단행동 불가 명시된 임대차계약서…삶의 터전 잃은 상인들 생존권 보장 촉구
 
최근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한진중공업의 강제 퇴거 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 중이다. 앞서 동서울터미널 운영·관리 주체인 한진중공업은 건물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을 이유로 입주 상인들에게 올해 1월 1일부로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이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노력 없이 내쫓으려고만 한다며 연일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업 중인 가게 문을 닫으면서까지 시위를 벌이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사실상 생존권을 내 건 시위인 셈이다.
 
비대위는 “한진중공업이 강요한 부당한 계약 규정에도 불구하고 30여 년간 성실하게 일해 온 입주 상인들의 기여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상권을 일궈온 노력을 존중하고 향후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은 임차상인에 불리하게 작성됐다. 일례로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개발 사업을 이유로 계약서를 매년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임차상인이 계약 갱신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8년 11월엔 제소 전 화해조서(소송 전 당사자 간의 화해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한 상인에 한해서만 다음해 1년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임차상인들이 제소 전 화해조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해야 했다.
 
▲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임차상인들에게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그러나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과거 이들의 서명을 받았던 제소 전 화재조서를 들어 상가를 넘기라고 독촉하고 있다. 사진은 시위 중인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 ⓒ스카이데일리
 
심지어 임대차계약서 제22조에는 ‘집단의 구성 금지’가 명시돼 있어 상인들은 상인회 등 조직을 구성할 수 없고 일체의 집단행동도 할 수 없다.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은 재건축 고지를 받고서도 불공정한 임대차계약서 때문에 뒤늦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입주상인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과거 이들의 서명을 받았던 제소 전 화재조서를 들이밀고 독촉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상인들은 법원에 해당 화해조서의 효력을 다투고자 준재심을 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되고 말았다.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18일 “해당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2월 비대위가 낸 준재심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과 입주상인 간 화해조서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 낸 준재심 청구가 기각된 것은 임대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9월 상인들이 선임한 적도 없는 변호사를 통해 모든 임차 상인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영업을 포기하고 임대인 측에 가게를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화해조서를 새롭게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변호사는 임대인 측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은데다 상인들에게는 화해조서 체결 사실이나 내용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화해조서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되레 법원이 청구를 기각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은 연중 무휴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며 “부당한 계약 규정을 준수하고 임대료 연체 없이 성실히 일해 온 임차상인의 생존권을 한진중공업은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진중공업, 동서울터미널 상인 강제퇴거 조치 후 “책임 없다” 발뺌 논란
 
한진중공업이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극심한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수년간 엄청난 규모의 적자에 시달리다가 지난해가 돼서야 간신히 흑자전환 했다.
 
▲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은 함께 살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갑작스럽게 내쫓으려고만 하는 한진중공업을 향해 “상생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맞서고 있다. 사진은 임차상인들이 가게 앞에 써붙여 놓은 항의 포스터. ⓒ스카이데일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진중공업의 당기순이익(손실) 추이는 △2015년 당기순손실 3923억원 △2016년 당기순손실 3134억원 △2017년 당기순손실 2780억원 △2018년 당기순손실 1조2838억원 △2019년 당기순이익 3062억원 등이었다.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은 매년 감소했다. 2015년 3조원을 상회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1조6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한진중공업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펼치기로 결정하고 그 일환으로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최초 단독으로 추진하며 서울시와 사전협상까지 진행했으나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느낀 한진중공업은 신세계프라퍼티에 손을 내밀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7월 신세계프라퍼티와 합작회사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를 만들었다. 신세계동서울PFV는 신세계 계열 부동산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산업은행, 한진중공업이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 금융회사다. 합작 당시 지분은 한진중공업이 10%, 신세계동서울PFV가 85%, 산업은행 5%씩 갖기로 했다.
 
그해 10월 한진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에 연면적 4만7815㎡ 규모의 동서울터미널 건물과 3만6704㎡ 부지를 총 4025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계약을 체결한 지 사흘 뒤 한진중공업은 상가 임차인들에게 퇴거를 통보했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현대화 개발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임차상인에게 1년 계약 후 갱신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이유를 들어 강제 퇴거 명령이 무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신세계동서울PFV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향후 상생 방안은 한진중공업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한진중공업은 개발사로서 합작회사 10% 지분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신세계동서울PFV 대주주인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동서울터미널 매수 계약을 체결했을 뿐 부동산을 실제 양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신세계동서울PFV는 권한이 없는 상태다”며 “아직 개발 계획안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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