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 기자]문재인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무려 55%가량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5억3732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엔 8억3542만원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6% 오른 것에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상승폭이다. 중위가격은 시세 조사 대상인 표본 전체의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으로 특정 시점의 집값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울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대출규제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값까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의 청년은 ‘부모 찬스 없는 사람은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이 틀렸다’는 뼈 있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부모 찬스가 있어도 상속이나 증여 시 세금 때문에 헐값에 팔거나 거액의 사채로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희망제로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지 청년들 “믿고 지지했는데 돌아온 것은 평생 세입자 딱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5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와 같은 44.8%로 집계됐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평균적인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1%p 증가한 52%로 올해 들어 진행된 (리얼미터)여론조사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60대(64.2%)와 20대(56.6%)에서 특히 높았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20대에서 부정평가가 과반 이상으로 나온 점이 주목된다.
청년들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높게 나온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청년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소재 IT기업의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김영주 씨(29)는 청년들은 개인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문제에 민감하다고 운을 띄웠다.
“청년들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원하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어요. 그렇기에 대부분이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은 대출로 채우더라도 30대엔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죠.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서울엔 3~4억원대 아파트가 여럿 있었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땀 흘려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일자리가 이곳에 있는데 수도권을 떠날 수도 없어요.”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까지 꽉 막아놓으니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 규모가 줄어드니 모아놓은 돈이 적은 청년들은 희망을 잃을 수밖에 없어요. 청년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갚아 나갈 시간이 많다는 것이 무기인데 정부가 청년들의 무기를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어요.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셈이죠.”
“청약시장에서도 청년들이 불리한 상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죠. 특별공급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 경쟁만 심해질 뿐이에요. 정말 금수저가 아니면,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노력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평등을 부르짖는 세상, 이게 과연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세상인지 묻고 싶네요.”
김 씨는 반시장 규제로 집값을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막아버린 문재인정부를 원망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는 대놓고 ‘속았다’고 표현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문재인정부 탄생에 일조한 친구조차 부동산정책은 정말 잘못됐다고 지적해요. 30대 지인들도 대부분 부동산 이야기만 나오면 격앙된 반응을 보이죠. 부동산정책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는데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어요.”
“부동산 전문가들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서울 내 공급을 늘리라고 이야기해도 그와 반대되는 시장을 옥죄는 대책만 내놓고 있어요. 심지어 현실과 동떨어진 공급대책으로 청년들을 기만하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게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손대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를 악마로, 1주택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무주택자를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죠.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어요.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예요.”
“내 집 포기한 청년들 소비에 몰두… 상환 능력 고려한 대출 활성화 시급”
지난해 12월 16일 정부가 부동산대책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자 서울에선 9억원 이하 주택의 가격이 폭등했다. 경기도 주요지역,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들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서민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엔 강북권과 외곽 지역의 6억원 이하 아파트에서 관측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이달 10일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5억3000만원 수준에 매매가 이뤄졌지만 순식간에 2억원가량 올랐다. 은평구 진광동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지난달만 해도 호가가 4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이달 11일 7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두 단지 모두 단기간 가격이 오르며 보금자리론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될 수 있는 6억원 이하 구간을 벗어났다. 부동산 전문가 이관규 씨(28)는 정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이라고 강조했다.
“15억원 이상 주택을 사려면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죠. 때문에 그나마 대출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집들도 시세가 마구 오르고 있어요. 불안하니까 서울에서 뭐라도 잡고 싶은 심리가 작용된 결과죠. 이렇게 가격이 오르니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서 사는 청년들은 집을 살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에요. 억 단위의 자본을 가진 청년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부동산 일을 하는 저 역시도 부동산 관련 정책이 수도 없이 나오니 이러다간 집을 못 사겠다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급하다 보니 전세가 있는 집이라도 일단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게 됐어요.”
“요즘 20대들이 소비에 몰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즐기자는 마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이죠. 목표가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요. 집을 사려면 정말 차곡차곡 모아야 하는데 저축하는 돈이 푼돈으로 느껴질 만큼 값이 오르니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말 부자들은 세금 조금 올린다고해서 타격을 받지 않아요. 결국 피해자는 서민이자 젊은 층이죠.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했는데 투자와 투기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부동산을 공부하고 입지를 분석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것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죠. 투기꾼이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고 봐야 해요.”
“지금처럼 집값만 올려놓고 현금부자 혹은 이뤄놓은 것이 많은 중년 이상만 사고 팔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것보다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만큼 제한 없이 받아 집을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며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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