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출범 초 내세운 국가균형발전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며 내놓은 수도권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로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화된 반면 상대적으로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은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정부의 의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양극화를 부추긴 결정적 요인으로는 과도한 규제에 따른 부작용 해소를 위한 수도권 위주의 개발이 꼽힌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한 과도한 규제를 해소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균형발전 목적 막대한 예산 퍼붓기 시작됐지만 수도권 쏠림·지방 외면 심화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초 노무현 대통령이 진행했던 국가균형발전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이제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옛말은 없어지고 지역으로 사람이 기업이 몰리는 전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이후엔 국가균형발전을 관장하는 위원회의 명칭까지 변경하며 약속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관련 위원회의 이름을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이름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되돌려 놨다. 이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3대 전략과 9대과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 간에 발전 격차를 줄인다는 취지로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한 혁신도시종합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국가균형발전에 막대한 예산도 쏟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발표하고 5년간 국비 113조원, 지방비 42조원 등 총액 17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구는 지난 2011년 최초로 순유출을 보였다가 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부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2017년 1만6000명, 2018년 6만명, 2019년 8만3000명 등 3년 간 순유입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 시행이 본격화 된 이후에는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수도권 인구는 2596만명까지 늘어 비수도권 인구(약 2582만명 추정)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앞지르는 것은 1970년 인구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되면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평균 아파트 거래가격도 크게 벌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지방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억1062만원에서 지난달 2억2541만원으로 소폭 오른데 그친 반면 서울은 8억2722만원에서 8억8621만원으로 6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반시장 규제가 낳은 수도권 쏠림…국가균형발전 의지 있다면 규제 해소부터”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가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강력한 규제로 서울·수도권 집값이 올랐고 이를 해결하겠다며 공급대책·교통호재 등을 추가로 내놓은 탓에 수도권 쏠림 현상만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며 서울 수요 분산을 위한 3기 신도시를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할 광역교통망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서는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 조기공급 방안까지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3만가구, 2022년 상반기 나머지 3만가구를 각각 사전청약받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신도시 계획 발표 이후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은 서울·수도권으로 몰렸다.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 돼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가량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경우에 따라 수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 아파트’인 셈이다.
이러한 ‘로또 아파트’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주 조건이 필수다. 내년 사전청약에 할 때 해당 지역에 거주를 하고 있다면 기관에 상관없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지만 본청약에서는 거주 조건이 붙는다. 투기과열지구는 2년, 그 외 지역은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이에 수요자들 중 상당수가 서울·수도권으로 전입하려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과천으로 이사를 결심한 김인태(30대) 씨는 “올해 11월 서울에서 전세 계약이 만료 되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내년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을 진행한다고 해서 과천 지역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과천으로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과천이 3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며 “3기 신도시 아파트는 주변 시세에 비해 많게는 절반이나 쌀 것이라는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있는 이수정(가명) 씨는 “그동안 부모님 집에서 세대원으로 거주해왔지만 3기 신도시 청약 준비를 위해 경기도 하남으로 이사를 결정했다”며 “3기 신도시를 청약 신청을 위해 분가를 결정하고 결혼도 앞당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첨만 되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주위에 지방을 뜨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쏠림 현상을 대두시킨 만큼 국토균형발전 목적이 뚜렷하다면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방 중소도시는 일자리·기반시설이 서울에 비해 부족한 반면 주택 공급량은 충분해 집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반면 서울·수도권은 정부 규제로 집값이 크게 올랐고 공급계획까지 등장해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한쪽에서는 국가균형발전 목소리를 내고 막대한 예산까지 퍼부으면서 다른쪽에서는 수도권 편중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야기한 부동산 정책 기조의 대전환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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