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에 24곳 지원했는데 그중 16곳은 서류에서 탈락하고 3곳은 필기시험과 면접에서 탈락 그리고 나머지 5곳은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어요”
안암 소재 대학교 어문계열 전공을 졸업한 김지영 씨는 취업이 어렵다며 한탄했다. 주위에서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했으니 취업이 잘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그는 외고를 졸업했고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어학을 더 배워보고자 같은 전공으로 대학교를 진학했다.
학점은 4.5만점 기준 3.7학점으로 졸업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 1년을 다녀왔고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을 포함한 3곳에서 약 2년 동안 인턴도 했다. 그밖에도 경영학회·어학 점수·자격증·공모전 수상 등 빠질 것 없는 스펙이었다.
그는 과를 단일 전공으로 졸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환학생을 1년 동안 다녀오느라 복수전공을 하게 되면 졸업이 늦어져 취업에 지장이 갈까 싶어 얼른 졸업을 했다”며 “그런데 졸업이 늦더라도 컴퓨터공학이나 기계공학 등 취업이 잘되는 과를 복수전공 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좁아진 취업문…20대 고용률 54.5% 통계 작성 이래 ‘최악’
어문계열이나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공학 전공을 복수전공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특히 취업이 잘된다는 ‘전화기(전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를 복수전공 하거나 전과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최근에는 컴퓨터공학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김씨는 “AI 기술발전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예측했다”며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고용상황이 악화되자 많은 대학생들이 소위 말해 ‘취업 잘되는’ 컴퓨터 관련 학과에 주목했다.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1~2학기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다전공(복수전공·부전공) 55명 선발에 타전공생 206명이 몰렸다. 선발된 인원 중 경영대학·인문대학 소속 학생이 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고려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이중전공생 중 인문계열 학생의 비중은 절반이 넘었다.
2020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중 20대는 36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명이 줄었다. 최근 3년 1~3분기 20대 청년취업자수를 비교해보면 2019년은 2018년보다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취업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올 2~3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만8000명·16만8000명이 줄어들었다.
20대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올해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안좋아지면서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11월에 ‘2020년 신입채용 결산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한해 신입사원을 뽑은 기업 비율이 전년 대비 18.5% 줄어들었다.
올해 초 인크루트에서 상장사 831곳 대상으로 지난해 실제 채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조사한 기업의 85.5%는 실제 대졸신입 직원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대졸 신입 직원을 1명이라도 뽑았냐는 설문 조사에 ‘그렇다’고 대답한 기업 비율은 67%에 그쳤다. 기업별로는 △대기업 89.5%(-5.0%P) △중견기업 76.9%(-15.3%P) △중소기업 62.1% (-18.2%P) 순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기업 5곳 중 2곳은 신입채용을 전혀 안했다는 뜻이다. 채용 규모도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특히 상당수 대기업들이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채용규모가 전년 대비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대기업 52.9% △중소기업 38.6% △중견기업 36.8% 순으로 높았다.
올 한해 20대 고용률은 최악으로 꼽힌다. 월별 20대 고용률을 비교해보면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래로 지난해까지는 단 한 달도 고용률이 56%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고용률은 54.5%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3월 이후 7~8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56%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기업 27% 구조조정 실시 또는 실시할 계획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것은 구직자 뿐만 아니다. 이미 채용이 된 근로자도 구조조정·휴직 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희망퇴직·휴직 등 강도 높은 인력 운영 대책을 세웠다.
지난 3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437곳에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실시 여부’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기업 27.2%가 구조조정을 실시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식음료·외식 57.9% △조선·중공업 44.4% △유통·무역 33.3% △서비스업 32.1% 순으로 구조조정 실시율이 높았다.
올 초 롯데쇼핑은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백화점·아울렛 △할인점 △슈퍼 △롭스 등 700개가 넘는 점포 중 5년 동안 약 200개 점포를 폐점할 것이라 밝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롯데쇼핑 전체 직원 수는 2만33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9명이 줄었다. 아울러 올 초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던 두산중공업은 전년 3분기에 비해 올해 임직원 수가 1188명(17.5%) 줄어들었다.
학원 및 운동 강사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종들도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정희(익명, 27세)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4개월 만에 그만두고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 위해 5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학원에 다녔다. 다니던 직장보다 적성에 더 맞고 급여가 나을 것이라 예상하고 과감히 투자했다.
그는 4개월 동안 번 돈을 모아 4개월 동안 학원을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을 다니는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일을 시작하면서는 학자금 대출을 갚았다”며 “회사를 다닐 때보다 벌이는 낫지만 올해 코로나가 시작하고 나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 때마다 고용이 불안정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8월 말부터 약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렸다. 2주 동안에는 꼼짝없이 일을 쉬어야 했고 집합금지 명령이 풀린 이후에도 사람들이 레슨을 잘 신청하지 않아 출석률이 회복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씨는 “전임강사는 출근시간이 정해져있고 기본급에 수업료가 따로 붙는다”며 “회원들은 10회, 20회씩 횟수를 끊어놓고 예약할 때마다 횟수 차감을 하는 방식인데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잘 하지 않고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선택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투잡 등 다른 일도 알아보고 있다”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홍승의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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