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관통한 지난해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했다. 여기에 사실상 5차 추경에 준하는 재정지원책까지 나왔다. 1년 예산에 버금가는 혈세가 추경으로 집행됐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나라빚은 무려 118조원이나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8%p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총지출)도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고 국회는 이보다 2조2000억원 늘어난 558조원을 2021년 예산안으로 의결·확정했다. 전년 대비 45조7000억원(8.9%) 늘어난 ‘초슈퍼예산’이다. 예산안대로라면 올해 말 국가채무는 956조원에 육박하게 되고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훌쩍 상승한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악화, 국민부담 확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다양한 경제적 문제, 그 중에서도 심각한 국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만능주의’에 입각한 정책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환상을 버리고 민간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규제3법’ 등을 비롯한 반(反)기업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文정부 등장 후 연간 62조씩 늘어난 나라빚, 2017년생 유아도 360만원 나라빚 부담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여론 안팎에선 문재인정부의 재정지출 행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집권 기간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이전 정부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대비 2020년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액은 145조원 가량 늘었다. 연평균 48조원 가량의 나라빚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4차례에 걸쳐 집행된 추경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간 나라빚은 187조원 가량 늘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62조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로 나누면 매 년 국민 1인당 120만여원의 빚이 생긴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말 태어난 유아도 지금까지만 약 360만원의 나라빚을 지게된 셈이다.
반면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후신임을 자처하는 노무현정부 집권기간 5년 중 국가채무액은 2002년 대비 165조4000억원이 늘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33조원이다. 또 이명박정부 집권기간 5년 중 국가채무 증가액은 143조9000억원이다. 매 년 약 29조원씩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가채무가 연평균 41조원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정부는 4차례에 걸친 추경을 바탕으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통신비, 자영업자·소상공인 현금성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했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9년 38.1%에서 지난해 43.9%까지 늘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는 본예산 30조5000억원에서 84조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재정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올해 예산을 ‘초슈퍼예산’ 규모로 확정·의결하며 재정부담을 한층 키웠다. 본예산만 558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45조원 이상 지출 규모가 늘었다. 반면 올해 재정수입은 지난해 대비 8000억원 늘어난 482조6000억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따른 법인세 부진 등 영향이다. 이 경우 올해 총합재정수지는 75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한다.
여기에 추경 등 가능성을 고려하면 재정부담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추경이 집행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백신접종 계획이 나오지 않아 코로나發 경제위기가 최소 내년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 앞서 추경이 집행될 가능성까지 나온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95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은 47%대로 치솟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칫 내년 중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1000조원, 국가채무비율 50%’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4조 쓰고 4조 효과 보는 文정부식 재정운용…“경제에서 완전히 손 떼는 게 해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론 안팎에선 정부의 재정지출 행태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를 향해 재정건전성 관련 문제를 발생시킨 것도 모자라 경제위기 대응여력 감소 등 부차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 발생 이후 무리할 정도로 재정지출 규모를 늘렸지만 그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총 14조원 규모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추가소비는 4조원 규모에 그쳤다. 소비 진작 효과는 전체 투입 예산 대비 약 26.2~36.1%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등 효과가 떨어지고 부담만 큰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고집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빈곤의 역습이 오는 만큼 정권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여론이 분분하다. 해결방안으로는 반기업 정책을 수정하는 등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힘쓰면서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도 모자라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추경을 거듭하고 있는데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며 “재정지출을 늘리기에 앞서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부터 손을 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출만 늘리다보니 효과는 얻지 못하고 경제문제만 심화시키는 결과만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는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고 과도한 재정집행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경제적 부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재정을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피했지만 재정악화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지나친 재정지출은 위기관리 대응여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출 대비 효과가 적은 전 국민을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 등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며 “취약계층,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 등으로 재정지출 효과를 높이고 추가적인 대응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OECD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불가한 만큼 아직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42.2%로 OECD 국가의 평균 부채비율인 110.0%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대해서도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와 OECD 회원국들은 사회구조, 경제력 등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9년 기준 미국,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108.4%, 225.3%로 우리나라의 곱절 수준이나 달러, 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고 있어 채무부담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 합산해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하고 있지만 해외 주요국인 공기업의 부채와 연금충당 부채 등까지 합산해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기준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3년 7개월여의 시간 동안 집행된 추경으로 지출된 재정만 해도 1년치 예산에 버금간다”며 “현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고 주장하지만 서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OECD 회원국 중 대다수는 우리나라와 다른 복지제도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초고령사회 진입단계에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국가부채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을 키워 산업과 경제를 일으킨 나라인 만큼 규제와 조세를 완화하고 적절히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위기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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