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포기 현상이 빠르게 확산된 탓이다. 그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이 사회생활의 첫 단추인 취업 문턱에서부터 고배를 마시면서 연예와 결혼, 나아가 출산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자리 대통령 믿었는데…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하나 둘 사라져”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출산율)은 처음으로 0.8명대를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1.5명이던 출산율이 2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한다.
출산은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한 이후 맺은 사랑의 결실로 인식된다. 최근 들어 개인의 성격, 가치관 등에 따라 비혼을 선호하거나 기혼이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여전히 출산은 남녀 간 사랑의 결실이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20·30 청년세대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실적 좌절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2019년 대비 21만8000명 감소했다.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전년 보다 4만5000명 늘어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며 자신감을 보였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청년들은 현 정부 출범 후 취업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일자리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만 2년째라는 김규래(29) 씨는 “고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학을 전공해 일반 회사에 들어가려는데 이토록 취업이 안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일자리 대통령’이라고 하길래 믿고 선택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고 분노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결혼 예정이라는 예비신부 이혜영(30·여·가명) 씨는 “결혼이 다가올수록 양가 부모님들이 ‘요즘 현실이 가혹하니 항상 걱정이다’며 걱정이 부쩍 늘었다”면서 “결국 출산에 관해서는 가족끼리 이야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일단 거주 문제를 월세로 해결한데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까지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결혼포기에 따른 출산률 저하 문제와 관련,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는 차치하고서라도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실에 대한 좌절이다”며 “일자리문제, 주택문제 등에 있어서 청년들의 희망이 사라졌다. 사회가 안정되고 미래가 있어야 아이를 낳을 텐데 문재인정부 들어 청년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혼란(Chaos) 그 자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일자리실패, 부동산실패, 정치실패 등에 시름하는 사회를 만들었다”며 “결과적으로 청년들의 희망이 사라지다 보니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의 대두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수순으로 전체적인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됐다”고 꼬집었다.
결혼·출산 지표 줄줄이 하락…“보여주기식 현금살포 대신 구조적 문제 해결부터”
한 국가의 미래와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남의이야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식 한국은행 거시재정팀 차장 등 연구진이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포스트(後)코로나 인구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9월 중 혼인 건수는 11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 13만4000건보다 1만6000건(12.0%↓) 급감했다.
합계출산율에 1년 정도 선행하는 지표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도 지난해 3·4분기 기준 3.7건에 그쳤다. 이는 2018년(5.0건), 2019년(4.7건)보다 급락한 수치다. 임신건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임산부가 병원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사용하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2020년 4~8월 13만7000건으로 2019년보다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일선 현장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인 김혜정(54·여·가명) 씨는 “조리원의 경우 예약을 통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약문의가 2019년에 비해 지난해는 40% 이상 줄어 저출산으로 인한 조리원 공실률을 체감할 정도였다”며 “첫 출산 이후 조리원을 찾는 산모 연령대가 보통 30대 초중반인데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그런지 주변 조리원은 폐업했다는 소리도 더러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렇게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면 산부인과부터 시작해 육아를 담당하는 모든 업종들이 꼬리를 물고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인 여건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앞으로의 운영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차후 조리원 운영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매년 저출산 대책에 수십조 원을 쏟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5년(2016~2020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은 15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요 정책을 보면 △만 0∼1세 영아에게 2022년부터 30만원(2025년까지 5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을 지급하는 영아수당 신설 △출산 시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상한 확대 등 현금성 지원만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 낳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극명한데도 기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부인이 출산을 했다는 남편 최태환(32) 씨는 “출산 이후 부부가 직면하는 것은 산통으로 고생한 와이프의 건강이다”며 “나라에서 산후조리도우미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도우미의 학대 사건도 있었고 전문 인력이라 보기도 힘들어 도우미를 집에 들이기가 상당히 걱정스러워 비싸더라도 산후조리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이가 생기고 와이프의 건강을 걱정하는 상황에 있다 보니 금전적 지원보다는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와 산모가 안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면서도 “정부가 ‘돈 줄 테니 아이 낳아라’는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첫 아이와 첫 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원인이 가장 큰데 정부가 내놓는 정책 중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거의 없다”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보면 ‘출산하면 얼마 준다’는 등 일회적인 대책들뿐인데 청년들이 왜 결혼하지 않는지, 결혼을 해도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같은 구조적인 문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임산부·영유아지원 센터장은 “산후조리원이 산모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좋은 엄마와 아빠가 되기 위한 교육 및 부모로서의 준비를 시켜 내보내야 하는 하나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산후조리도우미(도우미)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도우미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이 되는데 문제는 임금수준이 열악해 고급인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도우미의 질적 향상 부분에 관해 국가적 차원에서 신경을 써서 그들이 전문 인력으로 거듭난다면 도우미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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