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인 이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기업 아닌가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데 굳이 노조가 결성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만약 무노조가 문제라면 지금과 같은 인기도, 지금과 같은 위상도 없었겠죠. 결론적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특정인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에 대한 한 취업준비생의 발언과 같이 최근 여론 안팎에선 삼성그룹 내 노조관련 이슈가 잦아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경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 여론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최대 장점으로 ‘무노조 경영’을 지목하는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은 업계 최고 대우에 따른 내부 직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자 선순환의 상징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인재채용 확대, 근로자 처우 개선 등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고 자연스레 원만한 노사 관계가 유지돼 많은 성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처우개선→원만한 노사관계→높은 업무성과→근로자 처우개선 등의 선순환의 구조가 갖춰져 자연스레 무노조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 억지 비판에 “글로벌 삼성 선순화 구조 사라질까 걱정”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 최후진술에서도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제가 말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 삼성은 이제 달라질 것이다”고 다짐했다.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에 대해 선을 그은 이후 삼성그룹 내 노조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측과 단체 협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지난해 11월 사측과 단체교섭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2일까지 약 두 달간 총 6차례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약속이 실천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엔 우려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총수의 책임감과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삼성의 최대 장점이 희석돼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무노조 경영 체제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들어 ‘긁어 부스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누리꾼들은 삼성그룹 노사협상 등의 소식에 대해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는 삼성에 노조가 필요한가”, “삼성도 이제 끝이다”, “삼성 덕에 코로나를 버텼는데 노조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제발 노조의 본질을 잊지 말고 기업과 화합하길 바란다” 등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그동안 순탄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삼성그룹의 노사관계가 불필요하게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노조의 권리와 영향력 등이 해외 노조보다 강력한데다 삼성그룹 내 노조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외부세력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적의 글로벌 기업인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에도 노조가 없다는 점 등은 무노조 경영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한국의 노조는 투쟁과 폭력을 앞세우는 구시대적인 노동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주요국에선 노조가 파업에 나서더라도 대체근로가 허용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노동쟁의가 발생할 경우 대체근로자를 뽑을 수 없다. 그동안 없어도 잘 유지됐고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노조가 탄생할 경우 삼성은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고 해외 주요 기업들도 노조 없이 발전을 이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상황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민 여론도 삼성에 굳이 노조가 필요한가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만큼 ‘무노조 경영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인식은 크게 잘못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전부터 삼성을 향해 왜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냐는 지적이 나오곤 했는데 이는 미션스쿨에 왜 다른 종교는 가르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것과 같다”며 “그간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하지 않았던 식으로 속여 왔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최고 대우를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거듭 문제라고 지적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삼성 내부자가 아닌 외부세력이 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자체적으로 노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노조를 두도록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무노조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기업경영에 간섭한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기업 구성원은 최고 대우…삼성그룹 인재경영이 낳은 결실 무노조 경영”
창업주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자랑으로 꼽혀왔다. 인재경영을 강조해 온 고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삼성그룹은 업계 최고 대우를 자부하다 보니 노조와는 거리가 먼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후대 경영인 시절까지 줄곧 이어졌다. 덕분에 삼성그룹은 노사분규 해소에 쏟을 역량을 신사업 발굴이나 제품 경쟁력 향상 등에 투입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대규모 노사분규는 한해 평균 100건 이상 발생했다. 근로손실일수는 연평균 60만일이 넘는다. 특히 2016년엔 노사분규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355만일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그룹은 성과에 주목할 수 있었다. 바이오·헬스 등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상품 역량을 강화했다. 그 결과 삼성의 자산규모는 2012년 543조원에서 2018년 878조원으로 뛰었고 세전이익은 39조원에서 72조원으로 늘었다.
성과를 거듭할수록 삼성의 근로자 처우 수준도 상향됐다. 최고의 대우를 받도록 급여, 복지 등 근로환경을 개선했고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별도의 기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성과인센티브, 목표달성장려금, 특별상여금 등 타 기업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내놓고 구성원들과 성과를 나누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회사의 성장이 근로자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인재채용에도 적극 나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살아생전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다. 그는 학력과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때부터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직원에 대한 처우도 크게 개선됐다. 1990년대 들어 여성인력을 본격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고 사무직 여사원에게 적용했던 근무복 제도를 폐지했다. 기혼 여성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 주요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여성 직원 수는 1999년 9894명에서 2019년 2만7334명으로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3.4년에서 10.9년으로, 1인 평균급여액은 2473만원에서 83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한 처우와 복지를 자랑한 덕에 삼성그룹은 취업준비생들에겐 ‘꿈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 자리를 16번이나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는 높은 연봉과 복지였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속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제공해왔던 셈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최승노 원장은 “직원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근로문제를 해결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작동했기에 삼성그룹에서 노조는 불필요한 존재였다”며 “스스로가 일자리를 더 낫게 하고 싶다는 근로자들의 마음이 삼성그룹의 인재경영과 잘 어우러져 무노조 경영이라는 결실로 싹튼 것이다”고 평가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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