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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2년 가까이 불었던 투자 광풍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폭발적으로 늘었던 투자자금은 갈 곳을 잃은 채로 방황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올해 들어 시중 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뚜렷하게 쏠리고 있다.
줄어드는 대출 늘어나는 예금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이 8개월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소세를 보인 건 지난해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관련 대출이 일시에 상환된 효과로 3조여 원 줄어든 이후 8개월 만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 대출이 한 달 새 2조6000억 원 가량 줄었다.
은행권에선 전체 은행권의 1월 가계대출 잔액도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하는 것으로, 이는 2013년 1, 2월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대출 규제와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데다, 금리 인상이 겹친 영향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차주별 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로 총 대출금액 2억원 초과 시 DSR 40%가 적용되면서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 속도는 가파르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6%에 육박하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15일 기준 연 3.90~5.78%로 집계됐다. 작년 말(3.60∼4.98%)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반 만에 상단은 0.8%p나 올랐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한국은행이 여러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올해 안으로 7%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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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신규취급액 기준 1.64%로 전월대비 0.05%p 하락했지만, 1월말 잔액기준 COFIX는 전월대비 0.07%p 상승한 1.37%를 기록했다. COFIX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하여 상승 또는 하락하는 지표다.
이와 달리 시중자금은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수신 실적 자료를 보면, 예·적금 등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말 690조원에서 1월 말 701조3000억원으로 11조3000억원(1.6%) 증가했다. 이는 시중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판매 마케팅을 강화한 한 데다 성과급 등 목돈이 흘러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달 27일에는 코스피 2600선이 위협받기도 하는 등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13일 25조6500억원까지 치솟았던 것이 지난해 12월말 23조900억원에서 이달 14일 21조5900억원으로 불과 5개월 만에 4조600억원(15.8%)이나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해 9월 13일 145조5900억원에서 지난해 12월말 135조5000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달 14일 기준 약 166조8000억원으로 한 달 반 만에 31조3000억원(23.1%)이나 급증했다. MMF는 자산운용사가 고객의 돈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증권 등 공사채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투자 신탁 상품의 일종이다. 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자유로운 입출금과 고수익을 제공하도록 운용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출을 줄이는 대신 대기성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美 증시·공모주·ELS'… 얼어붙은 투자심리 탈출구 주목
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일선에서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주요 금융사의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들은 “투자에 우호적인 시기가 아니다”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출이 줄고 예금 등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 PB센터 골드PB팀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연준이 3월에 금리를 0.5%p 인상을 포함해 올해 4번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면서 “기존에 삼성전자·네이버 등 안전한 회사 위주로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으로 정기예금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현재 (자산가들) 분위기는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가니 여유자금으로 대출을 갚는 경우와 향후 대출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대출을) 끌고가야 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는 양면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센터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를 주목하며 유동성 확보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 실적도 나아진다는 의미”라며 “막상 금리가 인상될 경우 변동성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B 담당자들은 이런 시기에도 자산을 보호할 만한 탈출구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모주는 당분간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센싱카메라 공정장비 전문기업 퓨런티어는 14, 15일 양일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268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일반 투자자 배정물량 40만주에 대해 10억7325만주 청약이 접수됐으며 청약 증거금은 8조49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와 함께 미국 주식시장을 주목했다. 다른 은행권 PB 담당자는 “올해 내내 변동성이 반복되는 시장이 될 것이므로 안정적인 배당을 깔고 가는 상품 위주로 엄선해서 들어가야 한다”면서 “S&P500중에서도 배당을 꾸준하게 받을 수 있는 종목과 인플레이션 헤지(회피)되는 상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도 “자산가들이 달러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최근 나스닥 기술주 위주로 매도하고 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S&P500 위주로 투자가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 부센터장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추천했다. 그는 “하락해도 어느 정도 수익률이 보장되니 변동성이 큰 시장에 적합하다”면서 “특히 최근 6~7%대 수익률 상품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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