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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이 빈번히 발생되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2050년 넷제로((Net-zero: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배출이 0인 상태, 탄소중립)를 선언하며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현재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는 매우 시급한 과제다. 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이를 해결할만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2050년까지 100% 전량 감축 목표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 근거가 약하고 방법도 막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감축해야할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럽연합(EU)은 1.98%, 미국·영국 2.81%, 일본 3.56%인 반면 한국은 4.17%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최근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 분야에서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핵융합 발전을 연구해온 유럽 연구진이 지난달 기존 연구에 비해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탈탄소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대안으로서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핵융합기술이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핵융합 발전을 만들기 위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영국 원자력에너지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핵융합 스타트업이 35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5년 이내에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핵융합 열풍을 일으킨 것은 결국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핵융합 발전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물론 구글 등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18억달러(약 2조1200억원)를 투자하면서 2045년 이후로 예상됐던 상용화 시점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핵융합이 주류 에너지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핵융합 에너지 탈탄소 시대를 이끌어갈 무한 청정 에너지
핵융합 에너지는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 원전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존 에너지 발전과는 패러다임이 전혀 다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중수소, 삼중수소)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을 이용한다.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 중성자가 나오는데 이때 중성자가 갖고 있는 엄청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융합발전의 핵심이다.
핵융합발전은 상용화가 되면 원자력 발전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전력을 끊임없이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더욱이 핵분열 방식인 원자력과 달리 핵융합발전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반감기가 12.3년에 그쳐 핵폐기물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아울러 연료공급을 중단하면 즉시 핵융합이 중단돼 안전성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현재 KSTAR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5년에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선언하고 한국형 핵융합 장치인 ‘KSTAR’(한국 초전도 토카막 개발 연구;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토카막이란 전자석 코일을 이용한 토러스형 용기라는 뜻이다. 그 당시에는 러시아, 미국, 영국, 그리고 독일만이 핵융합 연구를 위한 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술 수준으로는 무리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었지만 2007년 9월 무사히 건설을 마쳤다.
KSTAR는 이듬해 시운전 중에 최초로 플라스마 발생 실험에 성공했다. 플라스마란 제4의 물질로 강력한 전기장 혹은 열원으로 가열되어 기체상태를 뛰어넘어 전자, 중성입자, 이온 등 입자들로 나뉘어진 상태를 뜻한다. 이후 2018년도 1억도 1.5초 달성, 2020년 20초간 유지, 2021년 30초 유지까지 계속해서 진전된 성과를 내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핵융합 발전이 24시간, 365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 기준으로 ‘300초간 플라스마 유지’를 꼽는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플라스마에서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데, 모든 현상이 300초 내에 다 일어난다면서 2025년 300초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KSTAR에서 확보한 기술과 연구성과는 프랑스 남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적용된다.
현재 핵융합 연구는 초국가적 프로젝트로도 진행되고 있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에너지원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ITER사업은 한국을 포함한 선진 7개국(한국,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주도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하고 있다. 무려 18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세계 각국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2025년까지 완공하고, 2035년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한국은 글로벌 핵융합 경쟁에서 플라스마 유지 기술과 소재·부품 제작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고 평가했다.
유 원장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참여국에만 기술을 개방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ITER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융합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핵융합을 연구하는 유럽의 과학자들이 인공태양을 만들어 친환경 에너지를 얻는 핵융합 발전기술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보도가 나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BBC방송은 영국 옥스퍼드셔 컬햄에 위치한 합동유럽토러스(JET) 연구소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기존 연구보다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이처럼 순조롭게 핵융합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다면 인류는 저탄소‧저방사능 에너지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번 핵융합 실험으로 약 5초간 59MJ(메가줄)의 열에너지를 얻어냈다. 전력 단위로는 11MW(메가와트) 정도로, 1997년 비슷한 실험에서 얻었던 에너지의 2배 이상이다.
이언 채프먼 영국 원자력청장은 “과학계의 큰 도전 중 하나를 정복하는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 획기적 사건”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핵융합이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할 저탄소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이라며 “지금 세계는 핵융합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핵분열이 원자핵을 쪼개는 것과 달리 핵융합은 원자핵들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빛을 내는 원리와 동일하다.
이번에 생산된 에너지 양은 주전자 약 60개의 물을 끓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번 성공이 현재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보다 큰 규모의 대형 핵융합 원자로 건설(ITER)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연구 책임자인 유로퓨전그룹의 토니 돈은 “아직 발전량은 미미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핵융합 연구의 전망은 밝다”고 강조했다.
핵융합 기술의 난제… 상용화는 “언제나 20년 후”
미래에 핵융합 기반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면 온실가스 배출 없이 단수명 방사성 폐기물만 극소량 배출할 수 있다. 일종의 인공태양으로 비견되며 핵융합이 꿈의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는 이유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수소에너지 같은 신기술의 등장이 필수적인데, 핵융합은 실현되면 신재생 에너지를 보조 수단으로 만들고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발전 수준에 도달하려면 향후에도 수십년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핵융합 연구자들에게 핵융합 상용화 시기를 물어보면 “언제나 20년 뒤라는 답이 돌아온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핵융합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초고온 플라스마 연구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지 뉴요커는 핵융합 발전에는 ‘난도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난관을 넘어서면 그만한 난관이 잇달아 등장한다는 얘기다.
핵융합 에너지 발전의 상용화 시점은 불확실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50~60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핵융합 발전이 점차 널리 사용되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몇십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술적 난제를 모두 극복하고 미래에 핵융합발전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핵융합발전은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 쉽지 않다”며 “핵융합발전의 상용화를 위해 향후 50~60년에 걸쳐 지금처럼 매년 15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속해 지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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