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의 보장 강화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등의 공공 영역 위주의 공약을 내놨다. 기존에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부문을 확대 적용하고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간호·간병서비스 통합 등 공공보험의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내용이다. 피임 시술과 임신 중지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공공 산후조리원을 전국에 대폭 확대하며 난임 시술의 지원 금액·횟수 등 간소화와 필수 약제비 건강보험의 적용을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민간 보험과 관련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그간 시장 친화적 성향을 드러내왔기에 보험업계는 규제 완화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성장 동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다. 빅테크·핀테크 등과의 경쟁 심화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누적 적자, 기타 보험 상품 포화 상태 등에 직면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2018년간 보험산업 성장률은 명목 경제성장률 이하였다. 다만 코로나19 범유행에 따른 외부 활동 축소로 최근 2년여간 실적은 개선됐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민간 보험 정책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다. 보험사는 물론 금융소비자까지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지난 10여년간 의료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수년째 실손보험에서 적자가 쌓이고 있는데, 병·의원에 관련 서류 제공 등이 의무화되면 일정 정도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났듯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꼴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 대부분이 번거롭고 소액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 민원에 앞서 전 국민의 약 75%에 해당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되찾아주는 일이다.
보험업계는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제한 등으로 제재하는 대신 보험사에 신사업에 진출할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현재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만 이용할 수 있으며 그 활용도 제한적이다. 한때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비식별화된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려 했으나 일부 반대 의견을 수용해 심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암호화를 거쳤어도 남용이나 유출 등이 우려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올 1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 보험사 참여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보험업계는 빅테크·핀테크와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희망한다. 사실 이는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계 전반이 마찬가지다. 금융업계는 지금의 환경이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입장이다. 예컨대 빅테크·핀테크에도 방카슈랑스 규제 등을 적용하고, 빅테크·핀테크가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을 이용할 때 각종 수수료 책정 등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카카오페이의 손해보험사 정식 허가로 또 하나의 고래가 출현하게 될까봐 긴장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를 희망한다. 금융당국은 2020년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험사 부수업무로 추가했으며, 지난해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를 허용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면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많다. 예컨대 적잖은 선진국이 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