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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경기지사 출신인 이재명 후보가 0.73% 차이로 낙선했다. 경기도는 수도 서울보다 더 많은 135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경기도지사는 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역대 지사인 이인제·손학규·김문수·남경필·이재명 모두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 패배했다. 경기도지사가 ‘대선주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다.
경기도는 서울의 자치행정이 우왕좌왕하며 반사 효과로 성장했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패작인 부동산정책이 경기도 발전에는 긍정적이었다. 서울의 비싼 주택가격 때문에 경기도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업도 탈 서울 행렬에 동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경기도 관련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경기북도 설치이다. 경기 북부는 산업단지가 밀집한 남부에 비해 개발이 덜됐다. 경기도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중앙정치에 곁눈 팔며 도정에 소홀... 공무원과 지역주민도 감시 소홀
정치권에서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다. 민선 도지사 중 이인제·김문수·남경필은 보수 정당, 임창열·손학규·이재명은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이다. 김문수만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정책 개발에 공을 들인 도지사는 없었다.
역대 도지사 중에서 정치 생명이 가장 길고 끈질겼던 사람은 이인제다. 영남과 호남에 밀려 존재감이 없었던 충청의 역할론을 부각시키며 15대·17대 대선에 출마했었다. 이재명은 현직 도지사로는 유일하게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정권교체론에 밀리고 말았다.
대통령에 준하는 권력을 가진 도지사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때문에 도의회나 기초자치단체의 위상은 초라한 편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의원들도 기초자치단체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활동능력은 ‘오십보백보’ 로 평가된다. 도지사가 도정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의회의 무능력 덕분이라 할만 하다.
경기도는 역사적이나 지리적으로 다양한 28개 시와 3개 군으로 구성된 ‘비빔밥’에 가깝다. 남부와 북부의 차이도 커지만 개별 기초자치단체는 도정과 상관없이 독립노선을 걷는 편이다. 특히 경기 북부 소재 자치단체는 도 소재지인 수원보다 서울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치가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과 지역 주민의 책임도 크다. 중앙정치에서 물러난 퇴물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지역정치를 망칠 때 승진과 이권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받고 눈을 감았다. 서울시장이 종합적인 관점에서 도심 재개발을 주도한 것과 달리 난개발과 중복투자로 재원을 낭비했다.
경기북부 분도(分道)한다고 균형발전 가능할지 의문... 개발 호재로 부정부패 개연성 높아
2020년 기준 경기도의 지역내총생산(GRDP)는 486조원으로 충남·경남·경북·부산·인천·전남 등의 약 5배에 달한다. 440조원 규모인 서울에 비해서도 50조원가량 많다. 서울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수도권개발을 억제했지만 풍선 효과로 경기도의 기형적 성장을 막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북부를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경기북부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직 지사들도 경기북부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공단 유치와 같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경기북부가 낙후된 이유로 군사분계선에 가깝다는 점을 들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LG디스플레이를 유치한 파주도 경기 서부 최북단 도시이기 때문이다. 수원·천안·기흥은 삼성그룹, 이천·용인은 SK그룹, 파주는 LG그룹 등이 산업집적단지를 구축했지만 경기도의 행정 노력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인구는 1350만명으로 규모로 보면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이지만 존재감은 다소 미미한 편이다. 서울에서 탈출하는 전세 난민과 지방에서 직업을 찾아 올라온 구직자의 둥지로 부상하면서 인구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늙어가는 서울에 비해 젊지만 도시 개발 역사가 오래된 지역의 고령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영란법’의 시행과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을 사라지지 않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 도로 확충 등 다양한 개발 호재가 많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할 유인은 많아 보인다. 1조원 규모의 개발이익을 얻었다는 성남 대장동 특혜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표적인 조형물·상징물 부재... 중소기업도 기술력 확보해야 우수 인재 유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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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500년에 불과한 서울에 비하면 경기도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2017년 ‘천년을 이어온 경기, 대한민국 문화 중심으로 새천년 연다’는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2018년 31개 시·군의 문화단체와 협업해 ‘경기 아카이브-지금’이라는 문화축제를 열었다.
경기도는 두드러진 문화제나 축제도 많지 않다. 화성 정조대왕 능 행차도 퍼레이드 행사에 불과하고, 도자기 축제에 도자기는 없고 먹거리만 풍부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이나 조형물을 특정하기 어렵다.
서울 소재 일부 대학교의 분교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지만 우수 인재를 유인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한 이들 분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서울에 있는 기업에 입사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삼성전자·삼성SDI·LG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대기업만 예외이다.
반월공단도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가동하기 어렵다. 한국 청년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아 채용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해 기술개발을 게을리 한 기업의 책임도 크다.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인 대만은 중소기업도 초일류 기술을 확보해 청년층에게 원하는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 제조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보다 양호한 평점으로 6대 광역시보다 높아... 인구·경제 위상 잘 활용해야 발전 가능
경기도 자치행정은 50점 만점에 26점으로 평균 5.2점을 기록해 서울의 4.8점을 넘었다. 지금까지 평가한 주요 6대 광역시보다는 우수한 점수를 획득했다. 서울에 비해 우수한 영역은 정치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모두 대통령병에 걸려 있지만 정치 역동성 측면에서 경기도가 양호했다.
지역 토박이보다는 외지인의 구성 비율이 높고 애향심이 부족한 것이 지역 발전의 장애물이다. 정치인·공무원·주민 모두 뜨내기로 정치 신념보다 출신지를 기준으로 세력을 형성해 이권다툼에 여념이 없다. 난개발과 지역격차도 해소해야 할 과제인데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퇴물 정치인이나 중앙정치에 곁눈질하는 후보를 배격하면 서울 변두리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6월 1일 지방선거는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유능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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