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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의 인수가 불발된 쌍용자동차(쌍용차)가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쌍방울·KG그룹·파빌리온PE·이엘비앤티가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면서 인수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쌍용차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자금력이 새주인의 가장 큰 자격요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필요 자금의 규모가 조단위의 거금이어서 인수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채 청산·신차 개발 자금력이 관건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이달 18일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 19일부터 내달 4일까지 심사를 진행한 후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쌍용차는 내달 중순 조건부 인수제안서를 접수한 뒤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한 후 다시 본입찰을 진행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 재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토킹 호스는 수의계약자와 사전계약을 맺은 후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경쟁 입찰자가 우선매수권자보다 낮은 계약을 제시할 경우 우선매수권자가 최종 인수자가 된다. 우선매수권자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기업이 있으면 우선매수권자에게 재검토 기회를 부여한다. 스토킹 호스 방식은 신속하게 매물을 판매해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기업은 부채와 운영자금 등을 포함해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4000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은 인수 기업이 즉시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쌍용차가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 2조429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2612억원, 당기순손실 2597억원을 기록했다. 쌍용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차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위주로 개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올해 초 첫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고 사전 계약에서 초도물량 3500대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는듯 했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이 되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J100의 흥행을 당면 과제로 잡고 있다.
1998년 이후 재정 악화·인수 반복
1954년에 설립된 쌍용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업체다. 그러나 1998년 경영악화와 외환위기 등의 영향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쌍용차도 재무구조 개선을 거쳐 2004년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됐다. 그러나 상하이자동차 인수 후에도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2009년 상하이차가 철수하며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소형 SUV 티볼리의 흥행으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17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그 뒤로도 이렇다 할 반전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마힌드라가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고 산업은행 대출금 만기가 다가오며 2020년 12월21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되고 올해 1월 본계약이 체결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연 매출 약 900억원에 불과한 에디슨 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쎄미시스코, 키스톤, KCGI 등과 함께 1차 유상증자로 3100억원을 마련하고 2차 유상증자로 4900~5300억원을 모은 후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2743억원을 미납하고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을 해제하며 새 인수자를 찾게 됐다.
쌍방울·KG·파빌리온PE·이엘비앤티 참전… 전문가 “누가 인수해도 쉽지 않아”
현재 쌍용차 인수전은 쌍방울, KG그룹,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의 사파전 구도다. 쌍용자동차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쌍용차의 재무 구조를 해결할 자금력을 갖추고 있거나 전기차 생산·판매 등 신사업 진출에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KG그룹은 자금력 면에서 경쟁사 중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G 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36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KG ETS 환경 에너지 부문 매각대금 5000억원을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 KG그룹은 여기에 캑터스 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쌍용차 인수에 나서고 있다.
쌍방울 그룹은 인수희망자 모집 공고 당일 가장 먼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자회사인 광림을 주축으로 KH필룩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다만 광림의 지난해 매출이 1884억원, 쌍방울이 970억원 수준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할만한 자금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쌍방울은 지난해 말 기준 73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던 KB증권이 철회의사를 밝히면서 자금 조달력이 더욱 의심받고 있다. KB증권은 인수자금 4500억원 중 절반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빌리온PE는 지난해 전기차 기업 EL B&T와 함께 쌍용차 인수에 나섰지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려 인수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쌍용차 인수에 실패한 이유가 자금력 조달에 대한 의문이었던 만큼 파빌리온PE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 및 자동차기업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전기차 부품 제조사 이엘비앤티는 지난해 파빌리온 PE, 카디널 원 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입찰에 참여했다. 이엘비앤티는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쌍용차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투자 유치가 늦어지며 선정되지 못했다. 이엘비앤티는 이번에도 해외 자금을 유치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엘비앤티는 연 매출 1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작은 회사이며 이전 쌍용차 입찰 당시 전기차 기술력 또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쌍용차 인수가 진행되더라도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쌍용차 재건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그만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확실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가 전기차 산업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인수에 나선 기업들도 특출난 기술력이나 판매 루트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일단 빚을 청산하고 신차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자금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 정도의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다만 이렇게 쌍용차를 살려낸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쌍용차가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쌍용차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어서 수명 연장을 시키긴 하겠지만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매각 절차 진행금지 및 계약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5일 심문을 진행했으며 내달 6일을 서면 제출 기한으로 선정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지난달 18일 쌍용자동차에 컨소시엄 구성원 변경을 이유로 관계인 집회 연기를 요청했지만 쌍용자동차 측에서 아무런 답변 없이 기한이 되자마자 계약을 해제했다”며 계약 해제의 부당함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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