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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샤넬’ ‘롤렉스’ ‘에르메스’ 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구가 지나칠 정도로 분출하는 듯싶다. 이제는 명품 매장 내에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까지 웨이팅을 걸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MZ(밀레니엄+Z)세대가 뽐내는 명품소비 ‘플랙스(Flex)’ 문화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고급 브랜드 매장이 카페와 레스토랑까지 열면서 ‘줄서기 전쟁’이 때 아닌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하고 있다. ‘MZ’를 겨냥한 팬덤을 구축해 탄탄한 소비자 마켓을 만들기 위함이다. 카페·레스토랑 등 체험형 마케팅은 성공적이었고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던 ‘MZ’는 이젠 레스토랑 예약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명품을 갖고자 하는 욕구와 더불어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려는 ‘MZ’ 성향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명품 마켓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루이비통은 ‘피에르 상 at 루이비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서울 청담동 소재 루이비통 메종 서울 4층을 브랜드 미학을 담은 요리 공간으로 꾸몄다. 고객에게 화려한 접시를 내주는 셰프도 유명인사다. 프랑스 파리에서 5곳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게 레스토랑 음식을 총괄토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새로운 차원의 다이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으며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붙여 예약이 거래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루이비통의 인기가 상한가임을 은근히 과시했다.
구찌는 더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3월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한 이탈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를 서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에 열었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는 이 레스토랑은 첫 예약분이 단 4분 만에 매진돼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구찌 측은 “3월16일 1차 예약을 시작한 후 4월15일자 좌석까지 전 예약분이 4분 만에 마감됐다, 이후 2차 예약 때는 5월15일자까지 예약분이 3분 만에 끝났다”고 자랑하듯 공개했다.
디올은 화려한 카페를 단장했다. 5월 성수동에 위치한 매장 안에 다양한 상품을 비치한 ‘디올카페’를 조성했는데, 방문할 수 있는 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카페라떼 한잔이 무려 2만원에 달하지만 명품에 대한 소비욕구는 커피 향보다 더욱 진한 것 같다.
명품 브랜드는 이처럼 체험형 매장 마케팅과 함께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보복 소비와 20~30대 ‘MZ’ 과시형 소비문화는 명품시장의 고공성장을 이끌었다.
직장인 설지은(38·하남시) 씨는 명품 브랜드 ‘오픈런’은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 예약 전쟁에도 참여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고가의 제품을 눈으로만 봐도 만족했었다”며 “하지만 예전에 여행·취미 등 여가비용으로 쓰였던 돈을 이제는 명품을 사거나 ‘핫 플레이스’를 찾아가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은 명품 ‘테스트베드’가 됐다. 지난해 ‘3대 명품’ 에르메스는 5275억원·루이비통 1조4681억원·샤넬 1조2238억원 매출실적을 거두면서 전년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은 세계 7위 수준으로 덩치가 이미 커졌다.
‘명품 사재기 플랙스’는 또 하나의 K-문화 르네상스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갔다. 코로나19로 짓눌리고 답답했던 마음이 명품 구매를 통해 과연 해소되긴 하는걸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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