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권현원·신성수 기자] 각종 사건·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것은 프로 스포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학원 체육조차도 심심치 않게 각종 사건이 벌어지고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의 미래와 사회 안전망을 위해 필요한 유소년이나 장애인 체육 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공에 매몰돼 퇴색되는 학원 체육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피겨의 김연아, 축구의 박지성·손흥민, 야구의 박찬호·류현진, 골프의 박세리·박인비 선수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성공에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부터 쏟은 피나는 노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꽃길’만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박지성 선수의 경우 학창 시절 운동부 선배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축구를 했다고 여러 차례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가 박지성 축구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환경에서 축구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2021년 상반기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사건처럼 학원 체육에서는 폭력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축구와 야구 등 구기(球技) 종목 외에도 복싱·유도·태권도 등 무술 종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포츠로 자신을 연마하는 수단으로의 무술이 아닌 학교 폭력 등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모 대학교에서 체육 교육과를 졸업한 B씨(28)는 “유소년 체육의 비리 혹은 부조리 등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을 수는 없지만, 대중적인 체육 종목이라도 사소한 사건 하나가 해당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면 유소년 체육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원 체육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게 이른바 ‘치맛바람’이다. 최근 공정이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거에 비하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암암리에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학교 체육 관련 인사들은 지적한다. 자기 자녀를 돋보이고 성공시키기 위한 부모의 비뚤어진 애정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과거 축구 유학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을 때, 교내 축구부를 거쳐 프로팀에 스카우트된 후 프로에 데뷔하는 것은 일종의 공식과도 같았다. 프로팀 스카우트를 위해 팀에서 주전으로 뛰어야 했고, 주전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감독과 코치의 눈에 들어야 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보다 학생의 부모들이 감독과 코치에게 금품을 건네는 등의 방식으로 자녀를 경기에 뛰게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까지 유소년 축구팀 코치를 맡던 A씨(27)는 “대회를 나가면 학부모들은 서로 자신의 자녀가 경기에 더 많이 뛰기를 바라는 마음에 (평소) 코치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SNS를 통해 기프티콘(선물 교환권)을 보내는 등 보이지 않는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감독이나 코치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금품을 거절하거나 무시하면 금방 뒤에서 코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엘리트 체육 매몰에 사회·장애인 체육 ‘뒷전’
한편, 학원 체육이 축구·야구 등 몇몇 종목의 프로 선수를 배출하기 위한 ‘엘리트 체육’에 매몰되면서 정작 사회 체육은 등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 특히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할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다.
장애인 체육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패럴림픽’이다. 흔히 패럴림픽을 올림픽 폐막 이후 열리는 부수적 이벤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대중적인 체육 종목이 역동적인 반면 장애인 체육은 비교적 정적이고 흔히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체육은 단순히 대회 입상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닌 건강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통해 신체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장애인의 체력과 운동기능이 비장애인보다 낮기 때문에 적절한 체육 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만성 질환이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에 장애인 체육은 단순한 체육 활동을 넘어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에 다양한 단체에서는 학생들 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충남 홍성군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경기부)는 지난해 8월 재능기부를 통해 장애인스포츠지도사와 함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체육 종목 체험을 하는 등 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휠체어펜싱과 탁구 등을 직접 접하며 장애인들의 체육 활동을 이해하고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됐다.
경성대 스포츠건강학과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무용단 ‘품(品)’은 스스로가 변화하고 강해져야 남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 아래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문화·예술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품’ 무용단장인 최정화 교수는 “무용단을 운영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다’는 인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8명의 단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10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 체육 문화 활동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자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체육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와 화성시의 장애인 체육회는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며, 김포시는 지난해 7억4591만 원이었던 장애인체육회 관련 예산을 올해 9억2393만 원으로 24% 상향시키며 장애인 체육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왔다.
장애인 단체를 운영 중인 한 전문가는 “결국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인격체로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며 “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장애인들에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공연이나 체험 활동이 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접촉해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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