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이 대기업들의 신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업의 희소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이 속속 농업진출에 발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농업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현대자동차그룹과 농업진출 계획을 밝힌 LG그룹이 농민들의 거센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다. 사진은 현대 서산농장 입구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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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찬반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4월말 농업분야에 진출한 대기업 계열 회사는 모두 25개다. 총 매출액은 작년 기준 4364억7500만원에 달한다. 현재 농업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 그룹은 △CJ △아모레퍼시픽 △카카오 △하림 △하이트진로 △한화 △현대자동차 △농협 등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이 활기를 띄는 배경에는 희소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력 산업 분야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적고, 오랜 기간 영위할 수 있는 분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 농업을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상황 또한 같은 맥락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업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혹은 앞으로 공을 들일 계획을 밝힌 두 기업이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건설은 농업법인 자회사를 설립 후 간척사업을 진행한 일부 토지를 매입해 수년 째 영농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례가 여론의 풍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LG그룹은 새만금산업단지에 IT기술을 접목시킨 농업단지 스마트 바이오파크(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계열사인 LG CNS를 통해 “해외 투자를 유치해 전라북도 새만금 산업단지에 여의도 면적 4분의 1의 스마트 바이오파크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일부 농업단체들의 반발로 곧장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해당 사업을 재개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쌀 값 폭락 때문에 농민들 죽을 지경…거대한 농장 운영하는 현대차그룹 밉다”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대기업 농업 진출이 이슈가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서산농장과 LG그룹 스마트바이오파크 사업 예정지 등을 직접 찾았다. 해당 농장의 영향을 가장 가까이서 피부로 직접 느끼는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현지 취재에 나섰다.
기자는 먼저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서산농장을 방문했다. 간척지 위에 조성된 현대서산농장은 총 1만121ha(3062만평)이나 되는 방대한 규모의 농장답게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농지 뿐 이었다. 마치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곳은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이 농지였다. 또 농장 주변으로는 개인 소유의 크고 작은 농지들이 눈에 띄었다.
온통 농지뿐인 이곳을 1시간여 남짓 배회했을 때 쯤, 다행히 현대서산농장 소유 농지와 맞닿아 있는 일반인 소유의 농지에서 한창 농사일을 하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우선 최근 쌀 값 폭락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그 원인 중에는 현대서산농장과 같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농장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산농장 A지구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농민 김만석(59)씨는 “쌀값이 떨어져 농민들은 울상이다”며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쌀값이 너무 낮아 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말했다.
함께 논 일을 하고 있던 조형윤(85)씨도 “쌀 뿐만 아니라 잡곡·콩·팥 등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수확을 해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서산농장 인근 지역 주민 정윤석(76·가명)씨 역시 “쌀이 안 팔려서 농민들이 죽게 생겼다”며 “아들이 농사를 짓지 말라고 설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근 마을의 한 식당에서 함께 3명이서 식사를 하고 있는 농민들로부터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빚을 내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난리다”며 “쌀값이 떨어지니 땅을 팔아서 빚을 갚으려 해도 매매가 안 되는 상태다”고 입을 모았다.

▲ 최근 쌀값 폭락과 함께 쌀 소비가 급감해 농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대기업들의 농업진출에 부정적인 시각이 높다. 농민들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서산농장을 꼽고 있다. 사진은 현대서산농장 A지구(사진1)와 B지구 인근(사진2·3·4)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서산농장을 운영하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농민들이 많았다. 벼·마늘·생강 등의 농사를 짓는 서산 음암면 주민 유필주(65)씨는 “소비 규모에 비해 생산량은 많고 쌀값이 폭락해 농촌 경기가 최고 어려운 시절인데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강조했다.
2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장남복(56)씨는 “가뜩이나 쌀값이 폭락했는데 대기업이 계속해서 쌀을 생산하면 쌀값이 떨어져 우리 같은 일반 농민들이 더 힘들어질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함께 있던 김민준(60·가명)씨 또한 “옛날에는 쌀이 없어서 못 먹었다지만 요즘은 쌀이 남아돌아 가축에게 먹일 지경이다”며 “현대 같은 대기업은 다른 사업을 해도 잘 먹고 잘 살 텐데 왜 농사를 지어서 가뜩이나 힘든 농민들 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농민들은 이처럼 이구동성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쌓여 피눈물을 토하는 심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민들의 이런 어려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대차그룹의 농장이 밉다고도 했다.
“대기업 LG의 농업 진출은 인근 지역 농민 죽이는 일…86세 노모 자리 뺏길까 걱정”
정치권 및 LG그룹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7월 계열사인 LG CNS를 통해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일대 지역에 스마트 바이오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농업 진출이 자칫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일부 정치인들과 농업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LG그룹이 입장을 번복해 스마트팜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LG그룹은 여전히 새만금 지역에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재추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기존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미이지 스마트팜 사업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재 정부부처 및 LG그룹 안팎에서는 LG CNS가 기존에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 일반입찰 경쟁에 농민단체를 설득해 함께 입찰에 참여하는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아예 다른 곳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두 가지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 인근 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스카이데일리 현지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일대에 스마트바이오파크 조성 사업계획을 철회한 LG그룹이 최근 또 다시 스마트팜 사업을 재개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 지역 일대에서는 아직까지 인근 농민들의 반발이 매우 큰 것으로 현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사진은 기존 스마트팜 건설 예정지였던 새만금국가산업단지1공구 일대 ⓒ스카이데일리
군산시 친환경농업인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호봉(62)씨는 “소작농 위주의 농민들은 겨우 목숨을 연명해서 먹고 사는데 대기업이 진출하면 다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며 “아무리 감언이설로 설득하려해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농민들에겐 생존권 위협일 뿐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대안 중 생산에 관여하지 않고 기술과 연구에만 집중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기업이 농업에 손을 댄 다는 것 자체가 농민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전 본부장은 또 “언제부터 대기업들이 농민들을 위하고 농업에 관심이 있었냐”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농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땅값이 오를 것을 생각해 새만금에 땅을 투자하기위한 회사 전략적 차원’으로 보인다”며 반감을 표했다.
인근 지역에서 벼와 녹두를 재배하는 이희방(66)씨는 “일반농가와 대기업들은 생산능력이 다르다”며 “전문직이나 박사 등 똑똑한 사람이 모여서 대규모 자본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우리 같은 일반 농가는 망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그는 “농업 기술과 연구를 대기업이 손해나면서 하겠냐”며 “농민을 위한다는 소리도 상생이란 말도 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덧붙였다.
또 인근 지역에서 벼·보리 농사를 짓고 있는 고윤성(60)씨는 “지난 번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을 때 주변 농업인들 사이에서 LG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왔었다”며 “사업을 안한다더니 또 다시 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다시 막아 보겠다”고 밝혔다.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여랑숙(58)씨는 “새만금 인근에는 대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은 겨우겨우 죽어라 먹고사는데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반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86세인 우리 엄마도 농사를 짓고 계신데 그런 사람들이 자리를 뺏겨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서산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민성(60·가명)씨는 “새만금은 처음 농토를 많이 짓기로 돼있었지만 국가적으로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 되면서 농토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며 “가뜩이나 쌀값이 많이 떨어졌는데, 대기업이 손대면 지금 보다 떨어져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성토했다.
LG CNS 홍보팀 관계자는 “농민단체가 주축이 된 생산단지가 구축된다면 경쟁 입찰로 참여할 의사가 있을 뿐 새만금 지역으로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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