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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현장]-서울시 7017프로젝트 논란 르포(下-생계위협)

“박원순표 사람의 길, 서민목숨 옥죄는 죽음의 길”

서울역 고가공원 주변 상인·공장주들 “공사시작 후 생계위협” 고충 토로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5-19 0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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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가차로에서 공중보행로로 변신하는 서울역 고가공원이 내일(20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주변의 높은 반발을 샀었다.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가공원이 지어지기 시작한 뒤부터 교통체증으로 인해 거래처나 고객의 발길이 끊겨버렸다는 목소리가 인근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사진은 염천교 수제화거리 ⓒ스카이데일리
 
기존 서울역 고가차로를 ‘사람이 지다니는 길’로 탈바꿈 시켜 탄생한 ‘서울역 고가공원’으로 인해 일대 영세사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주변 영세상인들 사이에서는 ‘사람을 위한 길’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서민들의 생계를 죽이는 길’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공원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 회현사거리와 서울역 서부교차로를 잇는 고가도로를 사람이 다니는 공중보행로로 만드는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작이다. 박 시장이 수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하지만 사업은 ‘사람을 위한다’는 기존 취지가 무색하게도 추진 과정에서부터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교통체증 때문에 사람들이 일대 상점을 찾길 꺼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인들의 반발은 개통을 직전에 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첫 수제화 거리 명성 사라질 판…‘울고 넘는 염천교’ 현실화 우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염천교 수제화거리’로 일대에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현수막에는 ‘죽어가는 주민 짓밟고 개통 축제 웬 말이냐’, ‘박원순은 입으로 서민경제 살리기, 행동은 서민결제 말살하기’ 등과 같은 강한 어조의 문장들이 담겨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100년 전통을 지닌 우리나라 첫 수제화거리가 서울역 고가공원으로 인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 상인들끼리 서로의 경제 사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두 달 이상 월세가 밀린 상인들이 생길만큼 수제화 거리에 손님이 끊겼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조태호(58·남) 하나제화 사장은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상가 앞 도로에 차량을 정차 할 수 없게 되면서 영업이 힘들어졌다”며 “과거 고가차도로 다니던 차량들이 상가 앞 도로를 통해 우회하면서 차량 통행량이 늘고 정체도 심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공사 이전에는 상가 앞 도로에 차량을 정차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손님뿐 아니라 택배차량 조차 이곳에 오길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역 고가공원 인근 상인들은 사업이 추진되면서 교통체증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들은 개통 당일(20일) 시위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역 고가공원 ⓒ스카이데일리

안병인(67·남) 대신제화 사장은 “하루 3, 4켤레만 팔고 있는 실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씨는 “그래도 서울역 고가공원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에 3, 40켤레를 팔았는데 현재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며 “서울시로부터 설명회 같은 것도 들어보지 못했고 하루아침에 이런 상황에 처하니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달 160만원 정도 되는 월세를 못내 두 달 이상 밀린 점포도 있다”며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점포는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가 시작된 후 1년6개월을 못 버텨내고 결국 4~5개월 전에 문을 닫았다”고 귀띔했다.
 
지난 1988년부터 수제숙녀화를 팔아온 이형연(66·남) 엄지제화 사장은 스스로를 수제화거리의 산증인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이 씨는 “과거 IMF외환위기도 견뎌냈는데,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가 시작된 후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하소연해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이 일만 알고 살아왔는데 다른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겠나”라며 “지금 나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말했다.
 
수제화거리상우회 회장인 권기호(68·남) 미래제화 사장은 “이곳 상인들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며 “개통 행사가 열리는 이번 주 토요일(20일)에 서울역 고가공원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권 사장에 따르면 처음 서울역 고가공원이 생길 때만 해도 이곳 상인들 역시 남다른 기대감을 보였다. 최초 설계에는 수제화거리와 서울역 고가공원을 잇는 계단 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계가 변경되면서 계단이 사라졌다. 이후 상인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서울시에 강경하게 맞섰다.
 
상인들의 주장과 달리 서울시는 설계 변경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최초 설계안이 변경된 부분은 없다”며 “상인들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가족 전체가 운영하는 사업장 많은 서계·공덕동 봉제공장…“아이들 보육비까지 줄였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경의중앙선 서울역 5번 출구 방향에 있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과 마포구 공덕동 등에 분포돼 있는 봉제공장 공장주들도 서울역 고가공원이 생겨나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장주들은 서울역 고가공원이 생긴 이후 교통이 불편해져 물류 배송에 애를 먹게 되면서 일감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서계·공덕동 일대 공장주들에 따르면 봉제공장들은 시간이 생명이다. 오전에 일감을 받아 늦어도 저녁까지 완성된 제품을 보내야 한다. 이곳에 위치한 공장들은 주로 동대문에서 일감을 받는다. 과거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 전에는 동대문에서 서계·공덕동까지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소요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도로를 우회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차량 정체 시간에는 1시간30분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대문 상인들은 제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서계·공덕동 봉제공장 대신 동대문과 가까운 신당동·창신동 봉제공장에 일감을 맡기기 시작했다.
 
특히 서계·공덕동 봉제공장들이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영세공장들이라는 점은 상인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을 고용하지 않고 일가족이 함께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공장 운영의 위기는 한 가정의 생계와 직결된 셈이라는 게 이곳 공장주들의 주장이다.
 
지난 1989년부터 봉제공장을 운영해 온 김필순(가명·남)·이미숙(가명·여) 부부는 “지금이 IMF외환위기 당시 보다 더욱 힘들다”며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 탓에 힘든 상황에서 서울역 고가공원이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미숙 씨는 “이곳은 대부분 오토바이나 차량 등을 통해 동대문에서 원단을 가져오고 제작한 물건을 다시 보낸다”며 “봉제공장은 시간이 생명인데 서울역 고가공원이 생긴 뒤부터 아침 9시에 들어오던 원단이 매일 늦어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후 4시에 들어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씨는 “주문을 받으면 당일 바로 제품이 나가야 하는데 원단 자체를 늦어 제품 출고가 늦어지면 어느 디자이너가 일감을 맡기겠느냐”며 “특히 비수기인 지난해 겨울에는 3~4개월 동안 일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서계동과 마포구 공덕동 등에 위치한 봉제공장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된다. 소규모 공장의 경우 주로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만큼 매출 감소가 곧 생계와 직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진은 일반 주택가처럼 보이는 서계동 봉제공장 밀집지역(사진 위쪽) 및 봉제공장 입구 ⓒ스카이데일리
 
취재 도중, 일부 규모가 있는 공장들은 이미 동대문 디자이너들이 잘 찾아오는 신당동, 창신동 등지로 떠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다수 공장주들은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이사를 할 여유가 있는 곳들이나 옮기지 소규모 공장들은 이주비 때문에 아예 옮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덕동에서 직원 2명을 두고 아내와 함께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이선용(50·남) 씨는 서울역 고가공원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씨는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로 디자이너들의 발길이 끊긴 탓에 힘들게 일을 해서 공장만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체감 상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 이전보다 일감이 80%는 줄어든 것 같다”며 “19년째 이 일을 하는데 요즘만큼 힘들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은 군대에 있어서 큰 걱정이 없지만 딸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인데, 얼마 전에 보내던 학원도 끊은 상태다”고 털어놨다.
 
남대문 상인들 “IMF외환위기 때보다 상황 악화…서민시장 박원순이 서민경제 파탄냈다”
 
수제화거리, 봉제공장 뿐 아니라 남대문시장 상인들 역시 고충을 토로하긴 마차가지였다. 남대문 상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 만들어진 걸 어떻게 할 도리가 있겠느냐”며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남대문시장상인회 등에 따르면 기존에는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온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도매로 대량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공원이 공사에 들어가고 도로 폭이 좁아지면서 버스를 정차할 곳이 없어지자 남대문시장을 찾던 많은 지방 소매상인들이 동대문 시장으로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현재 남대문시장은 700여곳에 달하는 점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의류상가의 한 상인은 “남대문 시장은 원래 야간 시장인데 서울역 고가공원이 차도를 좁혀놔 평소 밤마다 20~30대씩 서던 버스가 오지 않고 있다”며 “불경기 탓도 있지만 서울역 고가공원이 회생 불가 상태로 만들어 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경우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새벽 시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진은 문을 닫거나 점포가 비어있는 남대문 시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특히 서울역 고가공원과 인접한 상가의 경우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서울역 고가공원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장안악세사리상가 상인들은 서울역 고가공원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30년 동안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장안악세사리상가 상인 김순정(57·여) 씨는 “과거 이곳은 아침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와 거의 돈을 까먹다시피 하면서 유지만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공원이 필요하면 가까운 남산도 있는데 굳이 멀쩡하던 고가도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박원순 시장이 자기 공적을 쌓으려고 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989년부터 남대문시장 장안악세사리 상가에서 상점을 운영해 온 김숙경(68·여·가명) 씨는 “지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며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점포 하나당 8000만원까지도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점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들 현창희(38·가명) 씨는 “점포를 물려받아 계속 운영하려고 했지만 서울역 고가공원이 생긴 후 장사가 너무 되지 않아 지속 운영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상인들이 갈등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같이 협업을 해야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는 단계다”며 “희망찬 시각으로 바라봐 준다면 현장과 소통하거나 시 내부에서 일을 추진할 때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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