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輕電鐵)은 ‘지하철과 버스의 단점을 보완한 대중교통수단’을 뜻한다. 수송용량이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규모이면서도 시스템에 따라 교통수요 처리능력이 다양해 기존 지하철의 지선, 중소도시의 간선, 대도시 및 위성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수요 처리에 적합하다.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이후 본격화돼 현재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건설·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전철이 개통된 곳은 김해~부산과 의정부다. 김해~부산 노선은 2011년 9월 개통돼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서 부산 지하철 2호선 사상역까지 23.9㎞ 구간, 21개 역을 지나는 다소 긴 경전철이다. 의정부 경전철은 2012년 7월 1일 개통됐다. 수도권에 설치된 첫 경전철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인해 손실이 불어나 지난달 파산하게 됐다. 운행이 중단되지는 않았으나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는 경전철에 대한 시민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의정부경전철에 대해 의정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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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2012년 야심차게 개통했으나 이용고객이 적은 탓에 결국 3600억원대의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운영사인 (주)의정부경전철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잘못된 수요 예측이 꼽히고 있다. 사진은 의정부경전철 탑석역 ⓒ스카이데일리
지난달 26일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의 운영사 ‘(주)의정부경전철’이 3600억원대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파산을 신청한 지 5개월여 만이고 의정부경전철이 개통한 지 4년 10개월 만이다. 법원의 파산 결정에 의정부는 물론 수도권 전체 시민 중 상당수가 ‘혈세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개통 당시 중소도시에 적합한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잦은 고장은 물론, 시내버스와의 중복노선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수요예측에 실패해 이용고객도 적었고 결국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쌓여만 갔다.
스카이데일리가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물론 의정부 시민들 역시 수요예측 실패를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노선을 연장해 출퇴근 수요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내놨다. 한 시민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를 고려치 않은 노선 설정이 문제다”며 “지금이라도 서울 노원역이나 창동역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노선 오가는데 꼴랑 20분…동네 한 바퀴 노선 만드는 데 6767억 거액 썼나”
12일 의정부시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경전철은 ‘가벼운 전기철도’라는 뜻으로 지하철도와 대중버스의 중간 정도 수송능력을 갖춘 대중교통수단이다. 경전철 범주에는 소형전철·모노레일·궤도버스·자기부상열차 등이 포함된다. 무인자동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인건비가 지하철의 50% 밖에 들지 않는다. 의정부경전철 역시 무인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경전철은 기존 도로변이나 도로 위에 건설할 수 있어 차량회전반경, 등판능력, 가·감속 및 차량 운행 간격 등의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접근성 향상, 소음 및 대기오염 감소, 무인운전 등도 가능해 건설·운영 및 수송 효율, 환경보존 등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의정부경전철은 1995년 민선 1기 홍남용 시장 때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시장들도 당색과 관계없이 경전철 유치 공약을 내세웠다. 사진은 의정부경전철 회룡역에서 경전철에 탑승하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다양한 장점을 앞세워 지난 2012년 야심차게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하루 이용객만 7만9049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사업비만 6767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된 의정부경전철의 하루 최대 이용객은 1만여명 남짓에 불과했다. 운행 초기에는 폭염, 낙뢰 등 기상상황의 영향을 받아 수시로 멈추면서 ‘고장철’이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의정부경전철의 운영사인 ‘(주)의정부경전철’의 적자는 날로 쌓여만 갔다. 수요 자체가 적은 탓에 실적 개선에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의정부경전철은 지난달 26일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기 위해 민간 자본을 유치한 사업 가운데 파산한 경우는 의정부경전철이 처음 이었다.
서울회생법원 21부(재판장 심태규)는 이날 “운영사인 의정부경전철㈜의 자산 규모(2200억원)에 비해 부채(4795억원)가 지나치게 많고 계속 운행할 가치가 없다”며 “또 향후 영업 손실을 막을 해결책 모색도 실패했다”고 파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의정부경전철(장암동~고산동 총 11.1㎞ 구간)은 현재 누적적자 규모만 총 3676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정부경전철의 파산 이유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바로 수요 예측에 실패다. 의정부경전철은 1995년 민선 1기 홍남용 시장 때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시장들도 당색과 관계없이 경전철 유치 공약을 내세웠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경전철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명분을 내세워야 하다 보니 수요 예측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의정부경전철은 운영사가 파산하긴 했지만 당장 운행이 중단되진 않는다. 협약에 따라 파산했더라도 시가 안정적인 후속 운영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열차를 계속 운행하도록 돼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파산선고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직영하든, 대체사업자를 찾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의정부시가 직접 운영한다면 운영비(연간 50억원)와 시행사에 줘야 할 계약해지 지급금(2200억원)을 떠안아야 한다. 시민들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시에 시민들이 의정부경전철 파산에 남다른 우려감을 표하는 대목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의정부경전철 각 역사에는 저마다 똑같은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주)의정부경전철에 대한 파산이 선고됐으나 중단 없이 정상적으로 운행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의정부경전철은 발곡역부터 탑석역까지 총 15개 역을 지난다. 노선 끝에서 끝까지 약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반인 요금은 1회용 교통카드로 1450원, 선·후불 교통카드로 1350원이다. 2014년 5월과 11월 각각 경로 무임승차제와 수도권 환승할인제를 도입해 승객 수를 늘렸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경전철 의정부역 앞에서 만난 성준기(59·남) 씨는 “의정부 시민 치고 경전철 욕을 안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며 “당색 상관없이 경전철 개통을 추진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이 지역 정치인들은 없을 것이다”고 성토했다. 현재 경기 의정부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희상 의원과 자유한국당 소속 홍문종 의원이다.
성 씨는 “이왕 파산 선고를 받았으니 이번 기회에 관련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그래서 추진한 사람들과 커넥션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전형적인 혈세 낭비고, 도시 경관도 망친 최악의 사업이다”고 성토했다.
“서울 출퇴근 수요 많은 베드타운 특성 무시, 의정부 경전철 아닌 관광철”
스카이데일리는 의정부경전철 파산에 대한 의정부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공교롭게도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정리됐다. 잘못된 노선을 지적하는 한편, 지금이라도 서울로 연장해 승객수를 늘려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만난 유민지(32·여·가명) 씨는 “시내 유동인구가 적고 이미 버스로도 교통 인프라가 충분한데 경전철을 굳이 강행했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사실상 의정부 시민은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시내만 도는 경전철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1호선 회룡역(의정부경전철 환승역)에서 만난 가현석(30·남) 씨는 “노선을 봐서 알겠지만 회룡역 외에는 환승이 안 되지 않느냐”며 “문제는 서울로 오가는 인구가 경전철을 이용하더라도 결국은 회룡역에서 내려서 기존 지하철로 이동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의정부 시민 중 상당수는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인데 굳이 왜 경전철을 타겠느냐”며 “실제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버스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서 1호선을 타거나 아니면 곧장 서울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 의정부경전철은 도심 한가운데에 철도가 지나가는 ‘지상철’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몇몇 시민들은 “노선도 실용적이지 못하면서 도시 경관만 망쳤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의정부경전철 역사 내부(사진 위쪽)와 선로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김리현(32·여) 씨는 “노선도 문제지만 역 위치도 문제다”며 “예를 들어 경전철 효자역의 경우 주택가나 인구밀집 지역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 거리면 차라리 마을버스타고 지하철로 가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대현(30·남) 씨는 “당초 1호선 회룡역에서 환승하도록 설계한 것이 문제다”며 “출퇴근 수요를 고려해 서울 창동역이나 노원역 등까지 경전철로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녔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노경은(35·남) 씨는 “노선이 이상해서 아이들이 주말에 놀이기구 타듯이 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며 “의정부 도심 구경하려고 관광열차마냥 타고 다니는 용도 외에는 탑승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인구가 많은 가능동이나 녹양동 등을 노선에서 배제한 것도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씨는 “의정부경전철의 최대 문제는 서울로 이동하는 수요를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점이다”며 “적어도 지하철 1호선 창동역이나 지하철 4·7호선 노원역까지는 이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연결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도 현 상황에서는 중앙 정부의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DI 분석 결과 의정부시에서 경전철을 인수하면 1조 이상의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며 “새로운 사업 시행자도 손실을 완벽히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중앙 정부가 어느 정도 나서서 일정 부분을 분담하고, 나머지 부분을 새로운 사업 시행자가 효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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