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맥주 시장 내 유통되는 제품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단순화 돼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맛과 향을 앞세운 수제맥주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80여곳의 수제맥주 업체가 운영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오는 2027년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해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 문턱을 낮춰 소규모 업체도 수제맥주 유통을 가능케 한 것이다. 우수한 제품을 가진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를 성장시키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규제 완화의 수혜자는 결국 대기업에 국한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막강한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이 수제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수제맥주 시장 규제완화에 대한 업계 반응 및 전망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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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유통·판매의 장벽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유통채널 진입 장벽이 높아 결국엔 대기업 제품 중심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편의점,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채널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제조장 또는 영업장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수제맥주를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골자다.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 및 소규모 수제맥주 제조업체의 판로 확대 등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초 정부의 목적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소규모 수제맥주 제조업체의 경우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채널 진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사 유통채널을 보유한 대기업이 직접 수제맥주 제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유통대기업 신세계그룹 등은 이미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팽창하는 수제맥주 시장…관련 시장에 손 뻗는 재벌기업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수제맥주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40%에 육박한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약 2%이지만 수년 안에 점유율 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제맥주 업체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4년만 해도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40여곳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80여개의 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4년 만에 약 2배 가량 불어난 것이다.
수제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본 대기업들 역시 관련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4년부터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운영하고 있다. 데블스도어는 맥주 마니아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직접 주도한 브랜드로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맥주 점유율 및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비맥주 역시 수제맥수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한 오비맥주는 지난 2일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 ‘더 핸드 앤 몰트 브루잉 컴퍼니’(이하·핸드 앤 몰트)를 인수했다.
‘핸드 앤 몰트’는 대표적인 국내 수제맥주 업체로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오비맥주는 미국 시카고의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아일랜드의 국내 유통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힘을 보탰다.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들의 판로를 넓혀줬다. 기존에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저장고 용량이 5~75㎘로 제한됐지만 개정 이후 5~120㎘까지 허용됐다.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접객업 영업허가·신고가 필요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해당 내용도 삭제됐다.
소규모 업체 유통채널 진입은 하늘에 별 따기…“수제맥주 규제완화 최대수혜자 유통재벌”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수제맥주 규제 완화에 대해 기대 보다는 우려감을 내비치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다.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의 경우 대기업 계열이 대부분인 유통채널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소규모 수제맥추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반응도 흘러나와 주목된다. 유통채널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새롭게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제맥주 업체를 자사 유통채널이 진출시킬 가능성이 짙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신세계그룹이 대형마트 이마트, 편의점 이마트24 등에 데블스도어 제품을 유통시키는 식이다.
일산에 위치한 수제맥주 업체 플레이그라운드의 변재준(29·남) 씨는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인해 업계에 기대감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마트나 편의점 입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태원에서 수제맥주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창민(가명·42·남) 씨는 “데블스도어 등 대기업 자본이 수제맥주 시장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실력을 갖춘 수제맥주 회사들이 많지만 자본이 부족해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 업체를 살리고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를 위해 법이 개정됐지만 오히려 가장 큰 수혜자는 유통재벌 수제맥주 업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소 데블스도어 등 수제맥주를 애용한다는 정수경(31·여) 씨는 “이번 개정을 통해 수제맥주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수제맥주 장사도 매우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국내 수제맥주 회사 중 큰 규모의 회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통시장 진출 자체가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수제맥주에 관심이 많다는 김인수(38·남·가명) 씨는 “결국 돈 많은 자가 살아남는 것 아니겠나”며 “중소 수제맥주 회사를 인수하는 자본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결국 수제맥주 시장도 대기업 자본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유통시장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며 “우선 가격 부분이 수제맥주가 높고 유통 진출을 위해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지만 당장 구비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수제맥주 판매를 위한다면 과세표준 조정 등의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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