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촌은 크게 서울 강북의 평창·성북·한남·이태원동 등 전통적인 부촌과 계획도시 성격을 띠는 신흥부촌으로 나뉜다. 계획도시 성격의 신흥부촌의 대표격으로는 서울 강남 지역이 꼽힌다. 그러나 이곳 역시 신흥부촌이라 불리기에는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십년 간 부촌의 명맥을 이어온 덕분에 이제는 ‘전통부촌’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강남 지역에서 ‘제1부촌’의 지위는 늘 강남구 몫이엇다.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 등 고급 주택 밀집지역과 더불어 기업들이 대거 밀집한 테헤란로를 품은 강남구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 축이 서서히 변모하는 추세다. 2인자 성격이 짙었던 서초구의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포 한강변 아파트의 재건축을 바탕으로 ‘초고가 아파트’ 신화를 쓰기 시작한 서초구는 ‘서리풀터널’ 개통에 맞춰 서초대로를 축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까지 예고하고 있다. 부동산 시세 상승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부촌(富村)의 지각변동’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이슈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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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이경엽·조성우 기자]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고 상시 유동인구가 높은 강남역사거리를 흔히들 ‘강남의 배꼽’이라 부르곤 한다. 이곳은 세 도로의 교차점으로 항시 차량 이동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남북으로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계가 되는 강남대로가 관통하고 동쪽으로는 기업들이 밀집한 테헤란로가 탄천까지 길게 뻗어있다. 서쪽으로는 서초대로가 나 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뻗은 도로가 관통하는 지역들은 모두 부촌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큼만큼 위세가 대단하다. 평당 수억원에 달하는 토지 위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이 지어져 있다. 하지만 서쪽으로 나 있는 서초대로 양 옆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세가 약했다. 삼성그룹 본사사옥 등 강남역과 이웃한 일부 건물들을 제외하면 건축연령이 오래된 아파트들과 층고가 낮은 빌딩들이 밀집한 탓이었다.
최근 이곳 지역에 일대 변화의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인 서초구는 지난 5일부터 강남역에서 서초역에 이르는 서초대로 일대 58만㎡의 토지용도를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안’을 열람 공고 중이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서초대로 주변의 용적률이 기존 630%에서 최대 1000%로 높아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진흥아파트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상향되며 법원 인근의 건축물 높이규제도 철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본사 대기업 소유의 미개발 토지들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선기부채납 방식을 통해 넓은 보행공간을 마련하고 사업성을 키워낼 수 있다는 게 서초구의 주장이다.
서울시가 일부 절차에 문제를 삼으며 제동을 걸긴 했지만 서초구와의 협의가능성을 열어놔 비교적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덕분에 서초대로 일대 부동산은 크게 들썩이고 있다. 토지보상 등 각종 사업성 문제로 난항을 겪던 재건축 및 대형개발 사업의 재추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 시세 상승도 점쳐지고 있다.
발목 잡힌 재건축단지 “사업 추진 물꼬 트일 것”…롯데칠성부지 상전벽해 기대감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 계획안 원안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강남역 인근의 서초진흥아파트와 롯데칠성음료(이하·롯데칠성) 본사부지 등이 가장 큰 수혜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서울시의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안이 나올 수 있으나 구 계획안 핵심내용은 그대로 남겨져 있는 만큼 그간 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난제들이 한꺼번에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서초 진흥아파트는 지난 1979년 8월 입주를 시작했다. 내년이면 건축연령 40년을 맞이해 강남 내에서도 노후아파트로 평가받는 곳이다. 이곳은 2004년 추진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2010년 8월 안전진단 D등급에 받은 이후 사업은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추진위원장도 여럿 교체됐다.
진흥아파트 재개발 지연의 주된 요인은 준주거지구로의 용도변경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남역과 지척임에도 사업성이 부족해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흥아파트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서초 진흥아파트의 층고가 15층인데 용적률을 추가적용 받지 못할 경우 신규분양 수가 적어 사업성 지장이 생긴다”며 “건설사들도 사업에 참여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강남역상권의 확장 등을 염두한 준주거지역으로의 종상향을 해법으로 제시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107㎡(약 30평)·140㎡(약 42평)·172㎡(약 45평) 총 세 평형대로 이뤄진 이곳 단지의 현재 시세는 각각 13억5000만원, 16억5000만원, 20억5000만원 등에 형성돼 있는데 이번 서초구의 발표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며 “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상승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불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종상향을 통해 종전 15층에서 최고 45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해질 진흥아파트로부터 빗물저류조를 공공기여 받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 이곳 단지 앞 사거리는 상습침수구역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집중호우로 120cm의 물이 차올랐고 이를 뚫고 지나가던 행인 3명이 감전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B부동산 관계자는 “구 입장에서는 강남역 일대가 상습 침수구역인 만큼 대형 저류조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었고 진흥아파트 주민들 입장에선 40년 넘은 낡은 단지의 재건축을 위해 종상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서초구의 해법은 시민들의 공공성과 주민들의 삶의 질과 안전, 재산권 등을 모두 고려한 해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진흥아파트 재건축의 물꼬가 트이면 2390세대가 거주하는 교대역 인근의 삼풍아파트의 재건축사업 또한 활기를 띄게 돼 주택 공급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허울뿐이던 강남 지역 소외아파트 단지들의 새로운 부흥이 기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헤란로 잇는 대규모 오피스타운 조성 기대감…삼성타운 옆 롯데칠성부지 개발향방 촉각
서초구의 ‘서초대로 개발계획 관련 계획안’에는 주거지 뿐 아니라 대규모 오피스시설 확충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초구는 최고고도지구로 묶인 법원단지 일대를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은 물론 높이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강남역 사이 롯데칠성음료 본사 등 미개발부지 8만㎡(약 2만4000평)을 ‘타운매니지먼트’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타운매니지먼트 방식’이란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개발 당시 도입됐던 개념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민간이 자율적으로 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기법이다.
롯데그룹이 추진했던 강남롯데타운 건립계획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서초구는 향후 세부개발계획 등을 통해 이 지역의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부지를 개발하고 이곳의 공공기여를 통해 주민들의 복지를 끌어 올리는 문화예술복합센터 등도 짓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 부지 4만3438㎡(약 1만3140평)에 55층 규모의 업무용빌딩·호텔·복합문화시설 등이 들어선 건물건립계획을 서울시에 제안했었다. 서울시는 47층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준주거지역·일반상업지구로의 종상향을 요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의견조율이 다소 더디게 진행됐고 이후 총수일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6년 이후에는 사업은 지지부진 됐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가 롯데 측에 마지막으로 제안서 보완을 요구한 시점은 지난 2016년 2월이다. 이후 2년 넘게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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