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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르포]<239>-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2.6조 재건축 눈멀어 수천명 학생 목숨 외면하나”

중·고교 자전거 통학로 옆 공사차량 출입로 설치에 학부모 집단 반발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5-17 0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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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일대 지역 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980년 완공된 둔촌주공아파트는 지상 5~10층 높이의 143개동, 5930세대 규모로 이뤄져있다. 단지 전체가 둔촌1동 행정동 하나를 다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재건축 계획이 확정된 이후 그해 7월부터 입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해 올 1월 19일 주민 이주가 모두 완료됐다.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이곳 단지는 정부의 8·2부동산대책 관련 규제 내용과 더불어 올 초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 받지 않는다. 서울지하철 9호선 강동권역 연장 사업 및 각종 개발호재로 사업성이 탁월한 곳으로 평가된다. 재건축 이후에는 1만여가구가 훌쩍 넘는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주변의 높은 관심 속에서 추진 중인 이곳 재건축 사업이 최근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인근 암사동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자전거로 통학하다가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는데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탄 이후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덤프트럭 이동 횟수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아파트 주변에도 여러 학교가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강동구 지역주민들은 물론 피해자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은 매일 수십대씩 오가는 공사차량에 대한 안전사고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안전 위협 문제에 대해 일대 학교 학부모 및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아파트는 수조원대 사업비가 투입되는 메머드급 재건축 사업단지다. 최근 이곳 단지는 공사차량 출입로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인근 학교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둔촌재건축 학부모 비대위 집회 모습(위)과 한산초 통학로 인근에 설치 예정인 공사차량 출입로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사업비만 2조6000억원을 웃도는 둔촌주공아파트(이하·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건물 철거를 앞두고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난항 위기에 처했다. 공사차량 출입로가 인근 학교와 마주한 2차선 도로변에 설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일 강동구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고3학생이 25t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둔촌주공과 거의 맞닿아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역시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슷한 사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중고생 80% 자전거 통학…2차선 도로 덤프트럭 출입로 “말도 안 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1980년 준공된 둔촌주공은 총 4개 단지로 5930가구로 이뤄져있다. 향후 재건축이 이뤄지면 지하 4층·지상 35층(최고), 104개동, 1만1106가구 등의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가구 수로만 따지면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6708억원(예상)에 달한다. 시공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맡았다.
 
대규모 단지를 자랑하는 만큼 인근에는 일대 지역 학생들이 다니는 교육시설이 다수 밀집해 있다. 단지 내에는 둔촌초·위례초가, 주변으로는 한산초·중, 동북중·고등학교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보성중·고, 세륜초, 선린초, 둔촌중·고, 서울체고, 한국체대 등도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현재 이주까지 완료한 둔촌주공은 내달부터 철거작업에 돌입한다. 현재 단지 내에 위치한 둔촌초·위례초는 올 3월부터 가까운 다른 학교로 학생들을 재배치하고 휴교에 들어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모두 피해가면서 속도감 있게 사업이 진행되던 둔촌주공 재건축을 둘러싼 잡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본격적인 사전철거에 앞서 공사차량 출입로 설치를 공지하면서 부터다. 지난달 재건축 조합은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사현장 출입구 12개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2곳의 출입로가 문제가 됐다. 학생들의 통학로와 맞닿은 2차선 도로 방향으로 설치 예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목에 덤프트럭·포크레인 등이 오가는 공사차량 출입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한산초·중 둔촌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출입로를 우회하고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초 한산초·중 둔촌재건축 비대위는 내달 진행될 사전철거 작업 간에 석면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인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지도=배현정] ⓒ스카이데일리
 
한산초·동북중에 재학 중인 세 자녀를 둔 학부모 최수연(40대·여) 씨는 “아이들이 안전을 위해 단지를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단지 바깥으로 돌아서 등교를 하게 되면 비포장 흙길이나 9호선 연장 사업이 진행 중인 8차선 도로 옆을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한다”며 “학교에서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는데 방대한 규모의 아이들을 어떻게 실어 나를지도 의문이고 공사가 이렇게 진행될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신입생을 받지 말아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했더라면 학교 바로 옆에 공사차량 진입로가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을 테고 안전사고 위험도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면 듣는 시늉만 하고 정작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내놓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자녀가 한산중에 재학 중이라는 최희진(47·여) 씨는 “아직 완전히 공사에 착수한 것이 아닌데도 벌써부터 덤프트럭이 하루에만 수차례 오간다”며 “2차선 좁은 도로에 공사차량이 지나가는데도 앞뒤로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아무렇지 않게 통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80% 이상이 자전거로 통학하는데 애들을 일일이 등교를 시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조심하라고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단지에다가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모여서 시공을 하는데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게 당황스럽고 얼마든지 다른 곳에 출입구를 낼 수 있음에도 오가기 불편하고 돈이 많이 들어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뜻을 고수하니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한산초 6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민(13·여) 양은 “요즘 들어 반 친구들 중에 가족들이 학교까지 차로 데리러 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며 “선생님들도 공사 차량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시고 수업 마치면 보안관 아저씨가 나와서 교통 지도를 해주신다”고 말했다. 1학년 이찬형(8·남) 군은 “부모님이 큰 차가 많이 다니니까 누나 손 꼭 잡고 신호등을 잘 보고 다니라고 하셨다”며 “돌봄교실 끝나면 누나와 함께 손을 잡고 집에 가는데 도로로 큰 차들이 많이 다닌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 내달부터 철거…소음·분진 걱정에 학부모들 한숨
 
당초 한산초·중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학부모 비대위는 현재 동북중·고등학교 학부모들까지 일부 동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80여명으로 구성된 학부모 비대위 측은 지난 15일 강동구청 앞에 모여 플래카드 및 현수막 등을 내걸고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 손에 들려진 플래카드에는 ‘둔촌재건축 학교앞길 공사차량 통행금지’, ‘학교 앞 공사차량 출입구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최명주(50·가명·여) 씨는 “인근 암사동에서 고3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게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그곳도 학교 주변이고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로였으며 공사차량이 오가는 길이었다”고 하소연했다.
 
▲ 둔촌주공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동북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주로 단지 내부를 통과하는 명일로를 이용해 자전거로 통학한다. 학부모들은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덤프트럭 뒤로 자전거 통학하는 중고생들 [사진=둔촌재건축 학부모 비대위 제공]
 
최 씨는 “앞으로 공사가 50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4~5년 내다보면 그동안 아이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얼마나 많겠냐”며 “현재 다양한 해결방안이 논의되고 있긴 하지만 구두로 한 약속들이 과연 지켜질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근처에 거주하는 이진우(50대·남) 씨는 “어른도 공사차량이 오가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생각하면 아찔한데 어린 학생들은 오죽하겠냐”며 “단지가 워낙 크다보니 하루 400대 가까이 공사차량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이미 수목제거 작업을 할 때도 충분히 물을 뿌리거나 가림막 등을 하지 않아서 학교며 인근 빌라며 먼지가 다 넘어오고 아이들 등굣길에 흙이 날려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며 “앞으로 소음·분진 문제도 계속 이어질 텐데 적어도 애들 안전만큼은 보장이 돼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비대위원장은 “인근에 작은 건물 하나 신축하는데도 종일 덤프트럭이 오가는데 둔촌주공 재건축에는 얼마나 많은 공사차량이 동원되겠냐”며 “학교 앞 2차선 도로에 공사차량 출입로가 생겨버리면 그때는 늦은 거라 생각해서 미리 다른 곳에 게이트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어주자는 의미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측에서는 교실 내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주고 급식실 등을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런 것들이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관계자는 “공사차량 출입로 문제는 아직 협의 중인 사안이다”며 “둔촌주공 시공사와 조합 입장, 직접 현장에 나와 공사를 진행하는 인부들, 공사차량 게이트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까지 모두 신경 써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둔촌주공 재건축 주관사인 현대건설 이준성 홍보팀 과장은 “어느 건설사건 마찬가지겠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이제 이주가 거의 마무리됐고 철거 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조율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면 통학시간을 제외하고 공사를 진행한다거나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불편함 없이 공사가 이뤄지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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