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이슈가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계엄령 검토 문건 파동은 정치권은 물론 군 내부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군 내부 권력 구도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시 계엄령 선포” 문건 등장에 한국 사회 술렁
‘계엄령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사건은 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에 대비해 위수령(한 지역에 군 병력을 주둔시켜 치안을 담하는 것)과 계엄령(국가 비상시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하는 것) 등을 선포하는 내용이 골자다. 계엄령이 발동되면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한다.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기각으로 인해)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폭력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혼란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력만으로 치안 확보가 어려운 만큼 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동병력 규모와 출동지역과 함께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와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문구도 담겨있다.
병력 배치계획을 보면 서울 지역은 △청와대-30사단 1개 여단·1공수여단 △서울정부청사-20사단 2개 중대 △국회의사당-20사단 1개 여단 △국방부·합참본부-20사단 1개 여단 △헌법재판소-20사단 1개 중대 △광화문 일대-30사단 2개 여단·9공수여단 등 총 병력 4800여명, 특전사 1400여명, 탱크 200여대, 장갑차 550여대 등이 배치된다.
지방은 △경기-육군 2·5기갑 여단, 9공수여단 △충청-8사단, 13공수여단 △강원-11사단, 3공수여단 △호남-26사단, 11공수여단 △영남-수도기계화사단, 7공수여단 등 최전방 정예부대의 이동 배치 계획이 담겨져 있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군 병력의 출동 계획을 사전에 논의했다는 정황이 알려진 데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진보 정당들과 이들의 지지자들은 크게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당 계획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파동에 대해 특별수사단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윗선’을 밝혀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적 중대 사안이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대척점에 서 있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해당 사안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방부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의 진상조사 착수와 별개로 ‘계엄령 문건’에 나와 있는 국방부, 기무사, 육군참모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 등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의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대 지휘관들을 소집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군 내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직접 확인하실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2017년 당시의 계엄령 관련, 준비, 대기, 출동명령 등 모든 문건 존재여부를 확인하고 최단 시간 내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사 대상 부대는 합동참모본부, 육본, 수방사, 기무사, 특전사, 1·3·7·9·11·13공수여단, 707대대, 8·11·20·26·30사단, 수도기계화사단, 2·5기갑여단 등이다. 현직 군인에 대한 조사는 특수본이, 예비역과 민간인 조사는 검찰이 맡게 된다. 특수본은 17일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무사 요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당시 기무사 3처장),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도 조사대상이다. 상황에 따라 당시 군 지휘 계통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본, 수방사, 특전사 등 문건 작성 당시 부대 지휘관들도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안을 직접 챙기며 사실상 수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는 만큼 특수본의 수사는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군 권력 중추 ‘알자회’ 동력 상실 불가피…“차기 권력은 누구에게”
문 대통령과 송 장관의 발 빠른 움직임은 군 통수권자와 실무 책임자로서 사안을 엄중히 다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군 안팎에서는 대통령까지 칼을 빼 든 이상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군 내부 권력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무사가 군 정식 지휘계통을 벗어나 ‘계엄령 문건’이라는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기무사가 이미 군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군 권력의 중심에는 ‘알자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역시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 멤버다.
알자회(육사 34기~44기, 서로 알짜 보직을 주고 받아서 알자회)는 지난 김영삼 정부시절 와해 됐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되살아났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기무사령관에 발탁됐다.
이 밖에 류제승(육사 35기) 전 국방부정책실장, 임호영(38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장경석(39기) 전 항작사령관, 조종설(41기) 전 특전사령관, 장경수 전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김정수(43기) 제22사단장 등 알자회 멤버들 역시 박근혜정부 시절 주요 요직을 맡았다. 국방부 정책기획관, 특전사령과, 12사단장 자리는 알자회 멤버들이 대물림 했다. 조 전 사령관은 당시 올해 4월 육참총장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이번 계엄령 문건 파동으로 군 권력의 중심에 자리했던 알자회·기무사의 위상은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알자회 핵심 멤버로 불리던 조 전 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참모장은 내란예비·음모죄와, 반란예비·음모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기무사는 권력기관으로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이번 사건과 관련된 현역군인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그 대상은 알자회 멤버이거나 과거 정권에 충성했던 정치군인들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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