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소강상태에 빠졌던 협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드루킹 특검 논란과 민생 문제에서 입장차를 보여 왔던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기점으로 민생 법안 등 빠른 해결이 필요한 사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남북관계 등 사안에서 여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협치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협치 행보 분주…야권, 긍정평가 ‘청신호’
여소야대 구도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주요 사안의 처리를 위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정치적 결을 같이하는 야당과 공조를 이어간 반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는 민생 법안과 4.27 판문점 선언 인준 등 주요 현안에서 이견을 보여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정당 대표들을 청와대에 초대하고, 정무수석을 국회에 보내 추경예산안을 설명케 하는 등 현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지난 16일에 민주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평당, 정의당 등 5개 정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정 운영을 주기적으로 논의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민주당 역시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협치 정국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협치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27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데 이어, 야 4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예방해 현안 협조를 호소하고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5당 대표회의를 제안했다.
민평당은 민주당의 협치 약속이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적합한 실질적 행동이 뒤따르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28일 의원 총회에서 “협치의 핵심은 정책적 협치가 돼야한다”며 “선거제도 개혁과 민생제도에 대해 포용하는, 국민을 위한 실용적 정책 협치는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민주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5당 대표회담 등 지속적인 협의의 장을 마련해 협치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민주당 대변인실 관계자는 28일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부터 최대화해 민생관련 법안은 조속히 통과시킬 방침이다”며 “아직 논의가 필요한 판문점 선언이나 혁신성장 관련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각 당 지도부 간의 각별한 인연을 들어 협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정동영 민평당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력 당권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함께 참여했고, 10여 년 간 한솥밥을 먹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정동영 대표는 이해찬 대표의 국무총리 재임 시절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통일부장관으로 함께 일했다.
각당 대표 정치적 인연 각별…남북문제·규제완화 이견 여전
여야 협치가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민생법안과 달리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남북관계 등에서 여야 입장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의 협치파트너였던 민평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의 규제 혁신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 지역특구법, 지역특화발전특구법 등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합의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융합법 등 ‘규제 샌드박스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처리도 약속했다. 이에 민평당과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우클릭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이해찬 대표와 면담에서 “남북경협이나 협력사무소 설치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국익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는 9월 남북 정상회담에 의원들이 동행하는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사안마다 여야의 대립은 더 커질 것이다. 협치가 이뤄지더라도 성향이 비슷한 민평당과 정의당 정도에 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여야 협치의 순항여부가 엇갈리는 가운데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중요한 분깃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현재 승자독식 방식의 소선거구제에서 다당제 정치지형을 고려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민평당과 정의당은 선거구제 개편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와 개편과 함께 개헌도 함께 논의해 권력형 구조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해찬 대표의 강경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전당대회에서 말했던 ‘강한 민주당’, ‘20년 집권’과 같은 구호는 상대 정당이 듣기에 별로 좋지 않은 부분이었다”며 “집권당 대표로서 포용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협치에 나서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바른미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도 지형을 넓히기 위해 일부 사안에서는 협조를, 경제와 같은 현안에서는 각을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