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보호해야하고 대기업은 구제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중견기업은 정부의 정책 지원 대상에서조차 외면 받기 일쑤였다. 어렵사리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려는 부작용마저 속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오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불균형 해소 등의 해결책으로 중견기업 육성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월드챔프 1조 클럽’ 기업 80곳을 육성하고 중견기업 수를 55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자신들만의 입지를 구축한 중견기업과 향후 중견기업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중소기업·스타트업 등에 대한 성과와 전망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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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교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강소 중견·중소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성장한계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자양분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불균형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사에서 내실을 갖춘 중견기업은 경제계의 허리 역할을 자처해왔다. 국가가 경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독일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 등 중견기업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EU(유럽연합)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강소 중견기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대기업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더라도 여느 대기업 계열사 못지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들의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해 비슷한 규모의 기업을 다수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삼지전자, 덕양산업, 에스에프에이 등이 대표적이다.
시대흐름 타고 매출 1조 반열 오른 강소기업…대기업 성장과 시너지 효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지전자는 지난 2016년 이후 줄곧 매출 1조원 대를 기록 중인 전자·통신 기업이다. 꾸준한 흑자경영으로 자금을 마련한 후 지난 2015년 국내 최대 반도체 유통회사 에스에이엠티(SAMT)를 인수하며 몸집이 커진 결과다. SAMT는 반도체 및 전자 부품 유통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주로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의 제품을 받아 중간 마진을 받고 판매한다.
1997년 RF중계기 개발로 무선 중계기 시장에 뛰어든 삼지전자는 정보통신산업 성장과 맞물려 설립 1년 만에 매출 6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1999년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2005년부터는 케이블TV 방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방송 및 통신장비를 취급해 또 한 번 도약했다. LG유플러스의 주요 벤더사로 자리매김 한 후 2012년 매출 700억원대를 넘어섰다.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꾸준히 성장해 온 삼지전자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연 매출 1조원을 웃돌던 SAMT 인수를 단행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SAMT 인수 후 수백억원대의 매출(연결)은 단숨에 1조원까지 뛰었다. 삼지전자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지난해 10월 기계설비 전문건설업체인 세일이엔에스 지분 66.83%를 인수했다.
이 밖에도 삼지전자는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바로 2차 전지 장비와 태양광발전 및 시공 사업이다. 삼지전자는 앞으로의 성장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례로 올 하반기부터 통신사들의 5G 장비 투자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내년까지는 무난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매출 1조 클럽에 오른 강소 중견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주 고객사인 덕양산업이 대표적이다. 덕양산업은 1977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울산에서 설립 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덕양산업의 창업주인 윤주원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신영 씨와 고교동창으로 현대차의 최초 고유모델 ‘포니’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와의 오래된 인연과 전문성을 토대로 출범 후 주요 협력사로 자리매김했다.
성장 과정에서 약간의 부침도 있었다. 덕양산업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사세가 기울면서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 비스테온의 계열사 비스티온 인터내셔널 홀딩스(Visteon International Holdings., INC·이하 VIHI)에 매각된 적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창업주의 아들 윤성희 사장이 친인척과 함께 VIHI로부터 덕양산업 주식을 사들여 54.73%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외국계 자본 소유였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덕양산업은 윤 사장의 경영권 인수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윤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덕양산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652억원을 투입해 현대모비스의 합작법인 베이징모비스중차기차 지분 60%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결과였다. 외국계 자본이 아닌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이 시작된 이후 임직원들 사기가 증진된 점 또한 흑자전환에 결정적 배경으로 꼽혔다. 그 결과, 덕양산업 지난 2016년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700여명의 직원(2018년 6월말 기준)을 둔 안정적인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중 한곳인 에스에프에이(SFA)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다. 이곳은 지난 2016년 관련분야 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 1조 문턱을 넘겨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SFA는 1998년 삼성테크원의 자동화사업부가 분리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출범 후 주로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이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했다.
SFA 또한 성장 과정에서 약간의 부침이 있었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경영공백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그러나 디와이홀딩스 원진 부회장이 자신의 투자회사 디와이에셋을 통해 SFA지분을 매입해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켰고 기업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원진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SFA 지분을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로부터 물적분할되면서 SFA지분을 넘겨받았다. 현재 SFA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지만 최근 중국 패널업체들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확대로 인해 고객사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 역시 밝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목받는 기업들…성장 잠재력 높은 기업 투자 물결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준비 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 역시 높다. 특히 지금은 작은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지만 근시일 내에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강소기업 예비후보’라 불리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낸 혁명시대를 일컫는다. 18세기 초기 산업 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다. 변화의 핵심은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자동차, 드론), 3차원 인쇄(3D프린팅), 나노 기술 등과 같은 6대 분야의 기술 혁신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새로운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이 한창인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자체 경쟁력 확보와 자본 유치를 병행하며 차곡차곡 경쟁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LG전자가 투자해 눈길을 끈 ‘로보티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로봇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LG전자는 올 초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했다.
1999년에 설립된 로보티즈는 제어기, 센서모듈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모듈 관리 프로그램, 로봇 구동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로봇솔루션 및 교육용 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서비스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와 이를 구동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다.
현재까지 전 세계 200여개 로봇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했다. 의료회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IT기업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주요 고객사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로보티즈는 매출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은 국내 43.43%, 국외 56.57% 등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로보티즈는 내달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최근 액추에이터를 활용한 로봇 플랫폼 사업도 확장 중이다.
드론 역시 주목받는 미래 사업 중 하나다. 무인 자동차·항공기 보단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적은 기업들도 뛰어들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드론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은 SBI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은 서울대 출신 공학도 홍유정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미국, 유럽 시장 및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시프트 드론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수 드론과 같은 무인비행체 운영시스템 분야 업체 유시스도 관련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시스는 소방과 재난 등 특수한 상황에 투입되는 드론 제작에 나서 2012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유시스가 제작한 드론은 울산소방본부와 재난안전연구원 등에 납품돼 실제 재난 상황에 활용되고 있다. 유시스는 최근 울산테크노산단에 드론 전용 공장을 준공해 향후 드론 제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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