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두고 각 정당간의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소수 정당, 시민사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기 다른 방안을 앞세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연동형 방식을 반영하는 방안을, 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각 정당들은 선거제도와 함께 의원정수 조정문제에서도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정당들은 비례의석 증가를 위해 정수확대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대로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상황이다.
20대 총선 득표율 감안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해보니…국민의당·정의당 약진
소수정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분배하는 제도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으로 지역구 의석인 253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비례성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수정당들은 의원정수를 360석으로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107석까지 확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대 1에 가깝게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소선거구제 하에서 소수정당에 그친 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에 360석으로 확대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당시 122석에서 4석이 더해진 126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얻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110석을 유지하며 2당으로 주저앉게 됐다. 특히 비례대표에서는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시 27.46%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96석을 할당 받아야 했으나 이미 지역구에서 14석을 초과 배출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정당은 국민의당이었다. 총 93석을 얻었다. 지역구 당선자는 25명에 불과했지만 정당득표율이 28.75%에 달하면서 비례의석 68석을 차지했다. 정의당 역시 비례의석에서 18석이 늘어나 20석을 얻는 결과가 나오면서 교섭단체에 문턱을 넘어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만큼 제1당을 차지하더라도 배분되는 의석수는 소선거구제보다 줄게 된다. 이에 따라 정당 간 견제와 경쟁이 활발해진다. 다만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나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수가 줄게 돼 국회의원 1인당 대표인구가 늘어나고 지역구 범위도 확대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일부 지역은 5개 행정구역이 한 개의 선거구로 묶인바 있다. 강원도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선거구의 면적은 5969.9㎢로 강원도 면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의원정수 확대 주장에 대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의원정수를 늘릴 경우 국민들의 반대에 봉착할 것이다”며 반대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 당 내에서는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원수 확대 반대 민주당·자유한국당, 선거제 개혁 방안은 의견 엇갈려
민주당은 야3당이 제안한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정책전문성을 가진 당내인사들이 비례대표로 뽑히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틀 내에서 연동형 방식을 적극 수용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는 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동일하다. 하지만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정한 뒤 해당 권역에서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해진 의석을 배분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라 각 권역별 의석수를 나눠보면 △서울 57석 △인천·경기·강원 101석 △부산·울산·경남 46석 △대구·경북 30석 △광주·전북·전남·제주 34석 △대전·세종·충북·충남 32석 등으로 배분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지난 6.13 지방선거 광역비례의원선거 정당득표율을 대입해보면 민주당은 154석을 기록해 과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한국당은 81석으로 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정의당은 크게 약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보다 5배 가량 늘어난 28석을 획득해 3당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의석수보다 적은 22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화당은 호남에서 4석을 얻는데 그쳤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당론으로 정해진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지역구의 규모를 늘려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최소 2인 이상이 당선될 수 있도록 선거구를 확대하는 것으로 현재 지방선거의 기초의원 선거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특정 정당의 독식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거구역이 넓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지금의 선거구 비대화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2인 이상이 당선된다는 특성 상 후보자들은 당선기준을 채울 수 있는 특정 지역이나 지지층 확보에만 집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대선거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가 있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인구가 많은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인구가 적은 지방은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3일 각 당의 주장을 반영한 선거제도 개혁방안 3가지를 공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를 330석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구 의석을 줄였다.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비례 비율을 2대 1로 맞췄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 한해 중대선거구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3당은 의원정수 확대와 더불어 예산안 논의와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은 별도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민이 써야 할 예산안을 선거구제와 연계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백년지대계이고 골든타임이다”며 “예산안과 함께 정기국회에서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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