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에 따른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혜택 감소, 카드업계의 일자리 감소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에 자유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만큼 쟁점이 되는 ‘의무수납제’ 등에 대한 폐지·완화 등으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수수료 인하에 카드업계 인력 1만명 감원예정…소비자 손해 규모 9000억원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는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거쳐 카드수수료율을 평균 0.6% 할인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기준 카드업계가 총 1조4000억원 가량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내년에 이를 8000억원 수준까지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정부·여당과 협의해 카드수수료율 절감 방편으로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이익 제공 제한 등 마케팅 비용 과다지출 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융위의 취지와 달리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은 상당한 반발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마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일자리감소, 일반 소비자 혜택 감소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카드사의 수익이 매년 8000억원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모집인·회사직원·결제대행직원 등 카드업계 종사자 5만명 중 20%에 이르는 1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모집인을 현재 2500명에서 25%정도 줄인 1900명으로 감축할 계획이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도 기존 1000명명이던 설계사를 자연감소분을 반영해 6~700명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회사별로 카드 모집인을 40%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카드사 직원도 10%정도 감원되고 결제대행 관계사 종사자도 20% 정도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의 예상 피해도 만만치 않다. 국내 한 금융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로 소비자 혜택이 3여년 간 9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누려왔던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 뿐 아니라 점진적으로 상품에 탑재된 서비스까지 하나씩 사라지며 무료 혹은 저렴하게 지불해 왔던 연회비까지도 인상되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하된 수수료가 처음 적용되는 내년에는 소비자들이 혜택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000억원, 5000억원까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규제 폐해 다시 규제로 해결하려 하나…의무수납제 폐지 등 시장경쟁 유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업계·소비자들의 피해의 근본적 책임이 인위적인 개입으로 시장의 물을 흐려놓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규제로 인한 폐혜를 또 다른 규제로 해결하려다 보니 시장에 끊임없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 1997년 정부·국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제정해 만들어 놓은 ‘의무수납제’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의무수납제’는 카드 가맹점들이 모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도입했다. 이 제도 도입으로 실제로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의 비중이 20%에서 60%까지 올랐다.
문제는 의무수납제 시행으로 카드사가 비싼 수수료를 제시하더라도 가맹점이 해당 카드사 취급을 거부 할 수 없게 돼 시장에서 수수료가 조정되는 ‘균형’이 작동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가맹점에게 카드사 선택의 자유가 사라지다 보니 카드업계의 가맹점 유치 경쟁도 사라져 이용자들을 향한 ‘혜택 마케팅’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3년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의무수납제가 있을 경우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카드이용자와 사업자가 독점한다”며 “반면 의무수납제가 없어질 경우 가맹점의 협상력이 증진돼 이용에 따른 부가가치를 카드이용자·사업자·가맹점이 함께 공유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만들어 놓은 룰’에 따라 정당하게 플레이 해왔던 카드업계와 소비자가 마치 부당한 이득을 취해왔던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을 차단해 시장 자율성을 낮추는 의무수납제를 폐기‧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며 “시장에서 카드사 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높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국회 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카드 수납 의무조항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한바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여당의 수수료 인하 대책은 말도 안 되는 대책이다”며 “수수료 조금 낮춰주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의무수납제를 없애거나 완화해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고 일갈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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