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항공업계는 오너리스크로 인해 몸살을 앓아야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 오너일가가 직원에게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 이른바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갑질 파문은 국적항공사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직격타로 작용했다.
반면 국적항공사가 각종 논란에 휩싸여 주춤하는 사이 저비용항공사(이하·LCC)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노선 다변화와 기단 확대 등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온 LCC는 역대 최대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항공업계 오너일가 ‘갑질’…국적항공사 브랜드 실추
대한항공에선 또 다시 오너일가의 갑질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공회항 갑질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여 만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이다. 회의 도중 다른 광고업체 직원을 향해 물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조 전 전무가 6년간 외국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를 맡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진에어는 면허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면허는 유지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진에어는 신규 노선 및 항공기 도입에 제재가 가해지며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항공업계 오너일가를 향한 비판 여론은 비단 대한항공에 그치지 않았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각종 논란에 휩싸이긴 마찬가지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미투 논란에 휩싸여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박 회장이 여승무원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박 회장은 그룹 인트라넷에 “전적으로 내 불찰이고 책임이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사과로 일단락되나 싶었던 아시아나항공 오너리스크는 지난 7월 발생한 기내식 대란으로 재점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내식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비행기를 띄웠다. 승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비판은 직원들이 떠안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기내식 대란 사태가 이어지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선 열악한 처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촛불집회를 열고 박 회장 이하 경영진의 책임과 사퇴를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도 들고 일어났다.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등으로 인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이유로 7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지난 9월 기내식 대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오너리스크 파장…38년만 대한항공 독점 GTR 폐지
항공업계 오너일가 갑질과 맞물려 지난 10월엔 GTR이 38년 만에 폐지됐다. GTR은 공무 국외출장시 국적기 이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로, 정부는 지난 1980년 대한항공과 GTR계약을 맺은 데 이어 1990년 아시아나항공과도 계약을 맺었다.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는 그간 정부 출장시 시급한 좌석확보, 변경·취소 수수료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GTR제도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국외여행 증가와 항공시장 다변화 등 항공업계 환경이 변화한 만큼 GTR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오너리스크로 인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GTR은 가격이 비싸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항공의 비수기 이코노미석 인천~미국 뉴욕 왕복 노선 일반권 가격은 111만1200원이었으나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GTR 가격은 2.7배나 비싼 302만6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GTR은 그간 적립된 항공권구매권한 소진 등을 고려해 10월말 전격 해지됐다. 대신 정부는 GTR 대신 ‘주거래 여행사’ 제도를 도입했다. 부처별로 조달청 나라장터 경쟁입찰을 통해 여행사를 선정하고 2~3년의 계약기간 동안 부처별 항공권 등의 예약·구매 대행을 지원받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거래 여행사 이용은 선진국·국제기구·국내 기업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며 “이번 제도개선으로 연간 80억원 수준의 예산 절감 및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난기류 부딪친 국적항공사…기회 잡은 LCC의 날개짓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가 오너리스크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주춤하는 사이 LCC는 약진을 거듭했다. 노선 다변화와 기단 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LCC들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향후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보에 나선다고 밝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67.9%로 전년 동월 대비 1.6%p 하락했다. 반면 LCC의 지난달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9.5%로 전년 동월 대비 1.5%p 상승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LCC의 지난달 국내선 여객 분담률도 전년 동월 대비 1.3%p 증가한 59.1%를 기록했다. 대형항공사와의 경쟁에서 LCC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LCC들은 경쟁력이 향상되고 이용객이 증가함과 함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1% 증가한 781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누적매출 9419억원을 기록해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다. 티웨이항공도 3분기 누적매출 55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나 올랐다.
여기에 LCC업계는 기존 항공기보다 운항거리가 긴 신형 항공기를 구입해 중거리 노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최초로 ‘보잉 737 맥스8’을 도입했다. 보잉 737 맥스8은 단거리 수송 시장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항공기다. 최대 운항거리가 6500㎞에 달해 기존 주력기인 B737-800NG보다 1000㎞ 이상 길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보잉 737 맥스8를 도입했다. 에어부산은 에어버스사의 중소형 항공기 A321 네오 LR 기종을 들여오기로 했다. 최대 운항거리는 기존 운용 기종보다 1600㎞ 늘어난 6400㎞다. 추가 연료탱크를 결합하면 7400㎞까지도 운항이 가능하다. 이들 항공사들은 신형 항공기를 도입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노선을 마련할 계획이다.
LCC업계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도 상장을 통해 가파른 성장을 이룩한 바 있다.
안전 불감증 대한민국…항공업계도 논외 아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는 대형·저가항공사를 막론하고 그간 항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따르면 항공안전장애는 지난 2013년 117건에서 지난해 262건으로 2.2배 증가했다.
특히 항공기 생명등과 다름없는 항공장애표시등 불량개소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항공장애표시등 실태조사 결과 검사대상 1만4705개소 중 5742개소(39%)가 항공장애표시등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의 안전의무 위반 등으로 과징금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행정처분 12건이 발생했는데 과징금 규모만 13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과징금 규모가 42억 원임을 감안하면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LCC업계의 안전관리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8월말 기준 LCC들의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9명, 에어부산 8.9명, 진에어 7.1명, 에어서울 3.7명 등으로 국토부 권고 기준인 12명에 못 미친다. 자체 정비 능력이 없는 LCC들은 모기업에 정비 지원을 받거나 중정비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상황이다.
일부 항공사가 객실결함을 알고도 정비를 미루고 방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행 중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려면 객실정비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안전벨트를 비롯해 산소공급장치, 탈출용 미끄럼대, 구급물품 등과 같은 안전장비 점검이 객실정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LCC업계의 경우 대형항공사에 비해 정비이월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어부산의 정비이월률은 77.8%로 아시아나항공 44.3%보다 무려 33%p 높았다. 특히 진에어와 에어서울의 경우 객실정비를 전담하는 자체 인력이 없어 100% 위탁의존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됐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인천국제공항…세계 최고 공항으로 ‘비상(飛上)’
올해 사건사고로 얼룩진 항공계지만 희소식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해 세계적 수준의 공항으로 도약했다. 이를 통해 기존 연 5400만명의 여객 처리능력을 72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항이 한 나라의 국력과 국제교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인천국제공항의 도약은 단순한 공항의 확장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제2여객터미널은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부터 터미널 건설, 접근 도로·철도 건설 등에 총 4조9000억 원이 투입됐다. 출국장, 입국장 및 보안 검색장 대기구역이 제1여객터미널보다 약 3배 확대되며 웅장한 시설을 자랑한다. 여기에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전용 출국장과 라운지도 운영된다.
승객 스스로 티켓 발권과 수하물을 부칠 수 있는 ‘키오스크(Kiosk·셀프 체크인 기기)’도 62개 설치돼 출국 시간을 20분 가량 줄였다. 이는 승객 100만명당 3.4개꼴이다. 제1여객터미널의 100만명당 1.7개와 비교하면 승객 처리 능력이 2배 향상됐다. 수하물 처리속도도 시간당 900개로 제1여객터미널의 시간당 600개 수준에서 개선됐다.
이밖에도 탑승 전 총 1만208m² 규모의 면세구역에서 명품 브랜드 쇼핑이 가능하며 상설 문화예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홍보전망대에서 VR체험 및 공항 계류장 전경 감상 등도 가능해 이용객들의 ‘즐길 거리’까지 풍부하다는 평가다.
현재 제2여객터미널에선 항공 연맹체 ‘스카이팀’ 소속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중화항공 등의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다.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과 5단계 건설사업 등이 마무리되면 그 규모는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은 4단계 건설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하고 제4활주로와 여객·화물계류장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제2여객터미널에서만 연 4600만명의 여객 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나아가 최종 5단계 건설사업을 통해 제3여객터미널과 제5활주로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4단계 완료 직후인 2024년부터 착수되며 2029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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