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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진단]-기업상속지원세제 개편안

“알맹이빠진 상속공제 개편, 경제역주행 이유있다”

사후관리기간 3년 줄었지만 ‘생색내기’…상속세제 낮추는 근본대책 내놔야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12 03: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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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안을 내놨지만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속세제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고 공제제도를 손보는 건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최근 막대한 상속세가 기업의 존립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상속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안을 내놨지만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소·중견기업이 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상속세제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고 공제제도를 손대는 건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당정 가업상속공제제도 실효성 높인다…업종·자산·고용 등 요건 완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고용 및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을 이어받는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을 물려받을 때 과세 대상이 되는 재산가액에서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주고 있다.
 
이번에 당정이 내놓은 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의 골자는 요건 완화다. 현행 10년이었던 사후관리 유지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자산·고용 유지 요건을 낮췄다. 이를 통해 가업 승계 시 기업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먼저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변경 허용범위가 확대됐다. 기존에는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의 소분류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던 업종변경을 중분류 내 변경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중분류 범위 밖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변경을 원할 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 하에 업종변경을 허용하도록 했다.
 
예컨대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의약품제조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제조업으로 변경하고자 할 때 관계부처 및 관련 산업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로부터 승인받으면 업종변경이 가능하다. 기존 사업관련성과 고용인원 승계가능성 등이 승인기준이 된다.
 
사후관리기간 중 자산·고용 유지의무도 완화됐다. 10년 통산 현재 기준인원의 120% 유지였던 고용유지의무는 100% 유지로 변경됐다. 자산유지의무 예외사유를 확대했다. 업종 변경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기계설비를 대체취득하는 등 자산처분이 불가피한 경우엔 자산을 유지하지 않아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연부연납 특례대상을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했다. 중소기업 및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만 가능했던 연부연납 특례를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피상속인 지분보유 및 경영요건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단축했다.
 
그간 당정 내에서 핵심쟁점으로 불렸던 가업상속공제 혜택 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준은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으로 변함없이 유지됐다. 다만 당정간 제도 개편안에는 현행 유지하되 추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준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당정협의에 참석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속공제 개편안이 고용·투자 위축 방지를 위해 예외적으로 마련된 제도인 만큼 탈세나 회계부정 등을 한 불성실 기업인은 배제할 것이다”며 “경제활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OECD국가 중 한국 상속세율 2위…“약탈적 상속세제, 자본주의 국가 맞나” 분분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정이 내놓은 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을 두고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라는 가업상속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공제 제도뿐 아니라 상속세제 전반을 개편해 세율 자체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세계적으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공제제도를 완화해봤자 기업의 세부담은 변함없다. 결국 공제 제도만 손보는 건 정부·여당의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세율은 50%에 달한다. 반면 OECD 35개국 중 노르웨이·뉴질랜드·라트비아·멕시코·스웨덴·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오스트리아·이스라엘·체코·캐나다·포르투갈·호주 등은 17개국은 직계가족이 기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부담이 아예 없다.
 
룩셈부르크·스위스·슬로베니아·헝가리 등 13개국도 세율 인하나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해 실질적인 상속세 부담이 없다. 그리스·네덜란드·독일·벨기에·프랑스·핀란드 등 10개국은 직계가족에게 기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 최고세율이 상속세 명목세율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
 
우리나라보다 유일하게 상속세 명목세율이 높은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신사업승계제도’를 시행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추고 있다. 상속받은 주식의 80%에 달하는 상속세 납세를 유예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1명만 지정할 수 있었던 상속자도 최대 3명까지 늘리고, 기업인들의 불만이 높았던 상속·증여 후 5년간 고용 80% 유지 등 사후 조건도 폐지 혹은 완화 등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일본 내에서 문을 닫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속세제율이 심각하게 높은 데다 이중과세 논란도 있는 만큼 상속세제 인하를 통한 세부담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잘 갖춰져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민 겸임교수(연세대 법무대학원)는 “명목세율 50%에 할증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무려 65%에 달한다”며 “상속받은 재산의 3분의 2를 국가에서 몰수한다는 의미로, 자본주의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업승계가 창업보다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에 기여한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인정되는 사실인데, 정작 우리나라는 거꾸로가고 있다”며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이 이뤄져야 개인은 물론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다”고 밝혔다.
 
조동근 교수(명지대 경제학과)는 “OECD 국가 등에선 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속세제율은 징벌적·약탈적 성격이 짙다”며 “잘못된 걸 인정하고 상속세제 자체를 뜯어고쳐야지 공제 제도를 손보는 건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OECD 평균 수준만 돼도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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