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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간지 전환특집 국가재설계-사회·복지(1-② 시민단체 권력화)

한국사회 신흥권력 부상한 ‘청와대 2중대’ 진보시민단체

국민·전문가 “시민단체가 정권 손잡고 권력행사하면 정체성 훼손”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7-09 00: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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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민단체가 현 정부 코드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관련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핵심 요직을 꿰차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권력화 된 시민단체의 적절한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서한 전달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참여연대는 ‘참여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되는 세상의 건설’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 기업 등에 종속되지 않고 권력의 부정부패 및 잘못된 관행 등의 감시와 개선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자발적으로 ‘권력의 감시자’이자 ‘국민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참여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국정기조를 내세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권 요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점차 권력화 돼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정권 요직에 진출한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예전부터 펼치던 주장들이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되면서 ‘시민단체의 과도한 국정개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참여연대를 일컬어 ‘권력의 등용문’으로 규정짓는 시선도 나온다. 노동·사회 분야 전문가들은 권력화 된 시민단체들의 적절한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사회 핵심권력 부상한 시민단체, 참여연대 일컬어 ‘청와대 제2중대’ 비아냥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을 예고 없이 전격 교체했지만 친문·코드 인사 위주의 ‘회전문 인사’가 반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참여연대 출신인 동시에 과거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전형적인 친文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대 공정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과거부터 줄기차게 부르짖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하나 둘 현실화시켰다. 그는 과거 한성대 무역학교 교수 재임 시절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냈다.
 
김 실장 이외에도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 대부분이 참여인사인 셈이다. 참여연대를 두고 ‘현 정권의 대주주’라는 시각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참여연대, 경실련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위상과 지위가 한층 강화됐다. 이들 단체를 거친 인사들이 현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스카이데일리
 
현 정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민단체는 참여연대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도 대거 등용되고 있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도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다.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 등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요직 등용은 임명 과정에서의 허술한 검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경우 2017년 6월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평범한 주부에서 장관이 된 개인적 사연이 화제가 됐다. 김 전 장관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대구 지역 시민대표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페놀아줌마’라는 별칭도 얻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원제안비서관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때 김 전 장관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혼란이 발생하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다”고 질타했다. 김 전 장관은 정치력을 발휘해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일부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개각 때 교체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임명 당시엔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신분이었음에도 시민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이 발탁 요인으로 꼽혔다. 과거 그는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다녀온 사실이 알려진 뒤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에 (장관이) 참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를 역임했고 현재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탁 자문위원 역시 지난 2007년 출간한 저서에서 여성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을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는 등의 여성 비하 내용을 담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권코드에 부합하는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이유로 정부 요직에 진출하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지만 문재인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등용 의지를 꺽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새로 합류한 비서진 중에선 정현곤 시민참여비서관과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이 시민단체 출신으로 분류된다. 정 비서관은 시민평화포럼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변호사 출신인 강 비서관은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1년가량 근무했다. 이 밖에 차기 공정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2012~2016년)를 지냈다.
 
권력의 등용문·한국사회 신흥귀족 변질된 시민단체 견제할 시스템 마련 시급
 
과거부터 시민단체의 권력화 현상은 진보성향 정권 등장을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펴낸 ‘참여연대 보고서’(2006)에 따르면 역대 정부별로 참여연대의 요직 진출 건수는 김영삼정부 22건, 김대중정부 113건, 노무현정부 158 건 등이었다. 특히 정관에서 임원과 공직 겸직을 금하고 있음에도 313곳 인사 중 23.9%인 75곳의 인사가 참여연대에서의 임원활동을 겸직했다.
 
참여연대 시절은 시민단체의 권력화·정치화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던 시기로 지목됐다. 앞서 16대 대선 당시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당시 노무현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던 이회창 후보의 친미노선에 반하는 반미투쟁으로 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눈총을 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에 기여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요직에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자료(2004)에 따르면 시민단체 출신이 정부 249개 위원회에 참여한 비율은 19.6%에 달했다. 참여연대의 경우 임원 531명 중 150명이 공직에 진출해 313곳에 달하는 정부 및 산하위원회 요직을 맡았다. 이중 121곳이 대통령 직속기구 직책이었다. 정부 각 부처 소속 88곳, 독립기구 42곳, 국무총리 소속 35곳, 입법부 소속 12곳, 지방정부 소속 10곳, 사법부 소속 5곳 등도 꿰찼다.
 
정권코드에 부합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꿰차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부작용도 속출하자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오히려 권력의 하수인이자 권력의 등용문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스스로가 권력화를 추구하거나 또는 권력의 편에 서면서 신뢰성과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시민단체가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버리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적절한 견제장치 마련도 시급한 사안으로 지목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데올로기적 이념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시민단체다”며 “시민단체는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모였다 흩어지며 다양한 개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전문성을 갖춰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시민사회가 여야 정치권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에서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시민사회 자체가 일종의 범여권이 돼버린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시민단체의 정부와 국회 감시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다”며 “전문성이라고 하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정확하게 허점을 찌를 수 있는 역할을 해야만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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