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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정신병원 개설 갈등

정신질환자 잔혹범죄 공포확산…땜질처방 급급한 정부

“지역이기주의 매도 억울…정부·국회 보여주기 대책 문제 키워”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7-19 1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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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 또한 공포의 대상, 격리해야 할 존재로 인식돼 가고 있다. 최근 주택가 내 정신병원 설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같은 사회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 오산 세교신도시 J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 개설된 정신병원의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2월 “정치권에는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야당과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이 일었고 여당 대표는 공식 사과했다. 사태는 진정됐지만 정신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논란이 채 식기도 전에 진료상담을 받던 조울증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망이 발생했다. 뒤이어 조현병 환자에 의한 △창원 10대 노인 살인사건 △칠곡 병원 내 살인사건 △부산 가족 살인사건 △김천 부자 흉기사건 △충주 경찰관 흉기사건 등 강력사건이 줄을 이으면서 우리사회에서 정신 장애인은 공포의 대상, 격리해야 할 존재로 인식돼 가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주택가 내 정신병원 설립에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신질환자 관련 강력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역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님비현상·지역 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세워 여론을 잠재우는 식의 해법보다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체계를 방만하게 운영해 온 정부와 땜질식 법안만 양산해 온 정치권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주목된다.
 
주택가 내 정신병원 개설 놓고 전국 곳곳에서 주민 반발
 
최근 경기 오산 세교신도시 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 개설된 한 정신병원을 놓고 벌어진 병원 측과 주민들 간 갈등이 국회의원과 의사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 오산시는 지난 4월 내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한 P병원의 일반병원 개설신청을 허가했다.
 
이후 P병원 병상의 90%가 중증정신질환자 폐쇄병동으로 밝혀지면서 주민들은 ‘사실상 정신병원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신병원 설립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일반병원으로 위장 신청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오산시는 처음 병원개설 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을 바꿔 보건복지부에 개설 허가 적절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다. 오산시를 지역구로 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만나 병원폐쇄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병원개설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합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오산시는 이를 근거로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절차 진행 중이다. 또한 P병원의 이중개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산시는 지난달 27일 P병원 실제 운영자를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병원 측은 두 차례의 청문에 모두 불참한 가운데 허가 취소 결정 시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복지부는 허가권을 가진 오산시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뒤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오산시 지역주민들의 반발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P병원의 정신병동 폐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이들의 등교거부 운동까지 벌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자신들의 행동이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 경기 오산시는 지난 4월 내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한 P병원의 일반병원 개설신청을 허가했다. 하지만 P병원 병상의 90%가 중증정신질환자 폐쇄병동으로 밝혀지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정신병원 설립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일반병원으로 위장 신청했다는 것이다. 사진은 P병원 입구 모습 ⓒ스카이데일리
  
P병원과 100m 거리에 위치한 J아파트 주민 이세영(37·여·가명) 씨는 “이곳은 주거지와 초중고가 밀집한 지역이다”며 “일부 언론에선 우리를 지역이기주의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나라 전체가 조현병 환자 사건으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폐쇄병동의 정신병원이 바로 옆에 들어온다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더군다나 일반병원으로 위장해 정신병원을 불법 설립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며 “이기주의라는 지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J아파트 또 다른 주민 박선영(34·여·가명) 씨는 “정신병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당초 정신병원이 들어올 수 없는 자리에 오산시가 허가를 내주고 또다시 이를 번복하면서 불거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정신병원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허가가 난 다음에야 알게 됐다”며 “잘못은 정부가 했는데도 우리 주민들만 편견을 가진 이기주의자로 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우리의 주장이 지역이기주의라면 오산시에는 정신병원들이 하나도 없어야 맞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인천 서구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 지역주민들은 지난 14일 검단 원당사거리에 들어설 예정인 B정신병원 개설 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일부 시·구의원들까지 합세했다. B병원은 지난 6월 서구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설 허가 서류를 제출했지만 병상 수에 따른 의료인 정원을 충족하지 못해 반려됐다. B병원은 병상 수를 줄여 지난 8일 재신청한 상태다.
 
지역주민들은 “병원 운영을 철저히 한다 해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어 “도심한복판에 정신병원이 들어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B병원의 재허가 신청 반려를 촉구했다.
 
부산시 북구에서도 한 사회복지법인이 주택가에 정신질환자 공동생활가정 운영을 신청하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마음건강치유센터 건립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이 소송을 내면서 불발됐다.
 
“문제 생겨야 대책 내놓기 급급한 정부·정치권…예산도 없이 보여주기식 대책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신병원 건립을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자칫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근본적 대책 마련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는 6만6027명이다.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는 자의입원 환자는 지난 2016년 12월 38.4%에서 65.4%로 증가한 반면 강제입원 등 비자의 입원은 61.6%에서 34.6%로 감소했다. 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정신질환이 일반질환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의 정신질환 치료 인프라는 사회적 인식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병원특성별 정신병상수 추이를 보면 사립정신병원은 지난 1990년 4964병상에서 2016년 4만2021병상으로 8.5배 증가한 반면 국공립정신병원 병상수는 같은 기간 3708병상에서 6847병상으로 1.8배 증가에 그쳤다. 종합병원 정신과(7.2배), 정신과 의원(3.5배) 등의 증가율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정신병원 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 현상을 지역이기주의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신질환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해법에만 급급해 온 정부와 현실성 없는 법안만 양산해 온 정치권에서 문제의 원인과 치유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인근 정신병원 개설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인천 서구 지역주민들 [사진=원당지구연합회]
    
정신재활시설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등 지역편중이 심각하고 기초지자체 중 재활시설이 없는 지역도 45.6%에 달하고 있다. 24시간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도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의와 병실이 부족해 응급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신병원은 보상이 낮고 미수금이 발생하는 탓에 응급입원에 소극적인 탓이다. 지자체는 환자관리책임과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행정입원에 눈치를 보고 있다.
 
조기발견 환자와 초기 발병환자의 관리체계도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기 정신질환은 대부분 가족에 의해 발견되고 치료를 중단한 만성 환자는 경찰이나 사회복지사 등에 의해서도 발견된다. 중증정신질환자 상담, 사례관리, 정신건강서비스 지원 사업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만 의존하다 보니 초기집중치료 등 특화된 서비스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노만희 전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정부 정책은 그럴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며 “정신의료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나 예산 등이 담보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5년마다 발표하는 정신건강종합대책의 경우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대책들도 많다”며 “일례로 전국 각 시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정신과 전문의를 1명씩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예산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고 전했다.
 
노 전 회장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수많은 법안들이 나오지만 현실에 맞는 법안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19대 국회 말 1주일 남겨놓고 6개 법안을 병합해 날치기로 통과시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과 개원의사는 환자인권 확대법안과 관련해 “누구보다 환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은 의사다”며 “하지만 환자가 치료를 받아 정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진짜 환자인권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경우 문제가 생겼다하면 수많은 법안들을 내놓지만 진료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정부와 국회의 땜질식 처방과 현실을 무시한 탁상법안이 정신질환자 사건사고를 야기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정 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정신질환자는 마땅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며 이는 우리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다”며 “정신질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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