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마다 교통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불순한 의도를 담은 선심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역급행철도(GTX)-D노선’ 등과 같이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은 노선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던지고 보자 식으로 교통대책을 내놓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노린 지자체의 지원사격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전 실현가능성·실효성 쏙 빠진 선심성 교통대책 난무
지난달 13일 경기도와 김포·부천·하남시는 수도권 GTX-D 노선 추진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4개 지자체장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었다. 이날 각 지자체장들은 ‘GTX 수혜 범위 확대와 최적 노선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광역교통 비전 2030’을 발표할 때 ‘광역급행철도 수혜범위 확대를 위한 서부권 등 신규 노선 검토’에 대해 언급한 이후 지자체 차원의 첫 대응 사례였다. 앞서 GTX-D노선은 김포~부천~서울남부~하남 구간에 총연장 61.5㎞(경기도 22.5㎞) 규모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협약 이후 김포시는 GTX-D 노선(가칭)의 최적 노선을 마련하는 용역을 대표로 발주하고 용역비는 3개 시가 균등 분담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서울시, 인천시 등 인근 지자체와 협의하고 중앙부처에 건의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지자체들의 협약에 대해 여론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화 되지 않은 사안을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이렇게 하겠으니 정부가 따라와야 한다’는 식의 행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효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사실상 총선을 염두한 민심 달래기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나와 주목된다.
경기도가 GTX-D노선 협력체계 구축 발표 이후 불과 하루만에 또 다른 교통망 설치 계획을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협의한 것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원·용인·성남 지자체장 함께 지하철 3호선 경기 남부 연장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3호선 연장 방안은 경기 남부지역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곤 하나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수서차량기지 이전 및 부지 활용방안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함에 따라 경기도 차원에서 대응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TX-D와 마찬가지로 구체화된 것은 없는 셈이다.
이 밖에도 지난달 20일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이 포진한 의정부시도 지하철 8호선과 경전철 연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호선 연장은 2023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서울 암사동~남양주 별내동에 건설 중이다. 의정부시는 이 노선을 끌어온다는 구상을 전했다. 이 역시 ‘타당성이 있다고 나오면 제4차(2021~2030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되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한다’는 것이지 구체화 된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들 “정치권서 밀고 정부서 당기는 철도계획…최소한 예·타 나온 뒤 언급해야”
수도권 주요 지자체의 철도구축 추진 움직임에 대해 다수의 시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실체조차 없는 사업을 마치 금방이라도 추진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민들은 현혹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실효성이 없는 사업을 공론화하는 행보 자체가 총선을 의식한 민심 흔들기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부천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현중(남·60대)씨는 “GTX-B노선도 사업성이 없어 십년 넘도록 구상만 있다가 지난해 예·타(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 된 것으로 아는데 D노선을 두고 누가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정치적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 언제 개통될 줄 아느냐”고 말했다. 이어 “부천은 1호선, 7호선 등이 있고 대곡~소사선도 연결될 예정으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광역교통노선 유치보다 인구유출을 막을 재개발이 더욱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부천시청 인근에 자리한 R부동산 관계자는 “거창한 것 만들어서 우려먹을 것이 아니라 있는 노선이라도 효율적으로, 빠르게 공사할 생각을 해야된다”고 운을 띄웠다. GTX-A노선이 동시착공을 하지 않는데다 계속 개통 시간이 늘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더불어 지자체장이나 지역정치인들은 공약으로 내세워 표를 받고 그 이후엔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정치인들, 지자체장들은 사업성을 이야기해야지 노선도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교통망 확충을 누가 안 좋아 하겠나. 다만 부천은 구도심 슬럼화를 막기 위해 재개발, 오래된 아파트의 리모델링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자역(신분당선·분당선) 인근에서 만난 김지훈(남·30대) 씨는 “분당선 연장선을 국가철도망계획에 넣어달라는 청원은 봤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3호선 연장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나 같은 당 지자체장들이 지금 시점에 국민들의 마을을 흔들 수 있는 발표를 하려했으면 적어도 구체화 됐어야 했다”며 “앞으로 잘 하겠다는 식의 언론 노출은 표심 잡기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도교통이 발달하면 토지는 물론 주택가격이 올라 주민들이 당연히 좋아한다”며 “불확실한 노선을 추진하겠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수 있고 결국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이지 않은 철도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번 정부는 예·타와 관계없이 밀어붙이고 있어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민심 챙기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김준환 교수는 “GTX의 경우 대부분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관점으로 봤을 때 D노선이 경제성이 나올지 향후 개통이나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서로 역을 유치하겠다고 지자체간 다툼이 일어나 사업이 늦어지고 지역민들 간에 불화만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자체장들은 알아야한다”며 “이런 선심성 발표는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만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지금 총선 앞두고 나온 철도 교통사업들 중에 구체화 된 것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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